페라리: 열정이란 단어는 때로 너무 부족하게 느껴진다
- 한명륜 기자

- 21시간 전
- 4분 분량
최종 수정일: 19분 전
파시오네 페라리 클럽 챌린지
지난 10월 18일(토),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는 아시아권 페라리 오너들이 모이는 특별한 행사인 ‘파시오네 페라리 클럽 챌린지(Passione Ferrari Club Challenge)’의 한국 일정이 있었습니다. 철저한 고객 행사였는데 마침 두 자리가 비어 미디어가 참석하게 됐고 운 좋게도 거기에 선정돼 다녀왔습니다.

판교와 용인,
프라이빗 행사 캘린더에 포함되다
아침 9시. 용인의 에버랜드 스피드웨이는 이미 참가 팀들의 차량이 피트에 있었고 주행을 준비 중이었습니다. 미케닉들도 분주했죠. 패독 건물 2층으로 올라가니 아침부터 꽤 거한 뷔페가 차려져 있었습니다. 행사에 참가한 고객들은 판교의 호텔에서 밤을 보냈다고 했습니다. 이들은 전용 에스코트 차량으로 서킷에 도착했는데 아마도 대부분이 조식을 들지 못한 것을 고려한 것이었습니다.

파씨오네 페라리 클럽 챌린지는 연간 멤버십 프로그램으로 진행됩니다. 객단가가 그만큼 높고,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컨시어지가 제공됩니다. 제가 잠깐 본 것만 이렇고, 실제로 다양하고 차별화된 혜택이 주어질 겁니다.
여기서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훌륭한 숙박 시설과 서킷까지의 짧은 이동 시간입니다. 아시아권에서는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한국에서 진행됩니다. 최소한 30분 거리에 4성급 이상의 호텔이 있죠. 최적의 컨디션으로 레이싱을 즐기기 위한 필수적 요건이죠. 판교에는 최소 4곳의 4성급 호텔과 1곳의 5성급 호텔이 있으며, 주말 아침을 기준으로 했을 때 에버랜드 스피드웨이까지 30분밖에 걸리지 않습니다.
지난해 파시오네 페라리 클럽 챌린지의 한국 일정은 인제스피디움에서 진행됐습니다. 스피디움의 호텔도 4성급이지만 고객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경험은 판교에서 자고 에버랜드에서 주행을 즐기는 편이 좀 더 다채롭고 복합적일 수 있습니다.
평범한 아마추어 드라이버가 아니다
페라리 모터스포츠의 근간 젠틀맨 드라이버
파시오네 페라리 클럽 챌린지의 본령은 고객이 레이싱을 보다 가깝게, 밀도 있게 즐기게 하는 것입니다. 페라리 모터스포츠의 큰 줄기 중 하나는 바로 수준 높은 드라이빙 실력을 갖춘 고객들입니다. ‘젠틀맨 드라이버(gentleman driver)’라고 불리는 고객 드라이버들은 페라리 원메이커 레이스 그리고 주요 내구레이스 등에서 발군의 실력을 보여 왔습니다. 평범한 아마추어들이 아닌 것이죠.
파시오네 페라리 클럽 챌린지의 핵심 행사인 경쟁 주행에서는 참가 드라이버들은 높은 수준을 보여 주었습니다. 상대적으로 회원 동반자 그리고 미디어가 참가하는 오후 세션에 직접 차를 타 보면서 바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무리 차가 페라리여도 운전자가 그것을 서킷에서 충분히 제어할 만큼의 역량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주행했던 차량은 296 GTS였습니다. 2024년 ‘에스페리엔자 페라리’ 국내 프로그램에서 공도 주행은 해봤지만 트랙에서 타는 건 처음이었죠. 페라리로 트랙을 달린다는 것 자체가 멋진 경험이지만 애초에 경쟁적인 드라이빙에 최적화되지 않은 운전자라 그저 경험 자체가 재미였습니다. 다행히 해당 프로그램의 인스트럭터가 동승해 주행에 관한 코치를 해준 덕에 최소한 사고 없이 달릴 수는 있었습니다. 휠 한 개가 2,000만 원입니다. 기록보다 안전이 우선인 이유죠.
실제 차를 몰며 오전 시간 사진으로 담았던 드라이버들을 주행 장면을 떠올려 보니, 이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얼마나 숙련됐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관객이 없고 공식 대회가 아니라서 그렇지 기록을 측정해 참가하는 고객들 간의 기록을 비교하는 경쟁입니다. 고객들이 가지고 온 차도 원메이커에 출전하는 488 EVO가 대부분이더군요. 프로페셔널 팀은 아니지만 원메이커 레이스는 차량 개선과 타이어 개발에도 중요한 자료가 됩니다.


갑자기 시야가 어두워지는 교량 구간과 고저차가 큰 헤어핀, 그리고 전날 밤까지 내린 비로 인한 미끄러운 노면 등 지난 해 경험했던 인제스피디움과는 또 다른 조건이었을 텐데 나름의 공략법으로 진지하고도 명쾌한 공략을 보여줬습니다.
해당 투어는 전세계 페라리 오너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지만 아시아 권역의 행사는 태국을 비롯한 동남아와 한국 고객들이 함께 참가했습니다. 모터스포츠에 있어서는 태국이나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의 고객들이 오히려 한국보다도 많은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이 쪽의 부자들은 상당수가 금융이나 자원 개발과 관련된 쪽이므로 부의 규모가 다르죠. GDP야 한국이 높을지 모르지만 페라리에 대한 경험치는 동남아 국가가 더 높습니다. 게다가 해당 국가들은 자국 자동차 산업이 없다시피 하다 보니 자국 자동차 문화 자체가 해외 머신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졌고, 부유층의 자동차 문화도 럭셔리 브랜드를 중심으로 움직였던 것이죠.
변화 앞에서 더욱 중요한
고객의 안목과 가치
2025년, 글로벌 브랜드 컨설팅 업체 인터브랜드가 매년 발표하는 ‘글로벌 베스트 브랜드 100’에 따르면 페라리는 올해 브랜드 가치 54위를 기록했습니다. 2023년에 70위, 2024년 62위를 기록한 만큼 매년 성장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다른 브랜드도 마찬가지겠지만 페라리는 자사의 브랜드 가치를 만들어가는데 충성도 높은 고객들의 존재감을 중시합니다. 그래서 요즘과 같은 모빌리티 기술 격변의 시대에 내적으로 모순이 누적되고 있습니다. 여전히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서는 보수적인 목소리의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그러나 양산차의 경우 혁신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스텔란티스의 플랫폼을 사용하지 않고 독자적인 전기차 플랫폼인 일레트리카를 만들어냈습니다. 다소 F1에서는 다소 겉도는 듯했던 루이스 해밀턴의 기술적 조언도 받아들여졌습니다. 지금의 변화는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적응하지 않으면 아무리 오래 된 역사를 가진 기업이라도 패먕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페라리의 본진인 아녤리 가문도 변화를 보여 주고 있습니다. 특히 2019년 인수했던 이탈리아의 미디어 그룹인 GEDI의 매각 작업에 들어간 것이 알려졌죠. GEDI에는 이탈리아의 저명한 매체인 <라 스탐파(La Stampa)>와 <라 레푸블리카(La Republica)>가 소속돼 있습니다. 참고로 레푸블리카를 창간했던 베네데티 가문의 카를로 데 베네데티는 1970년대 피아트의 CEO를 맡은 적도 있으나 불과 4개월만에 회사를 떠난 이력이 있는 만큼 아녤리 가문과는 협력 관계이면서도 갈등이 있죠.
중요한 것은 변화에 적응하면서도 무게 중심을 차지하는 것은 전통적인 고객의 존재감이란 것입니다. 즉 페라리가 전기차를 만들고 사업 구조를 개편하는 변화를 겪덕라도 영향력 있는 기존 고객들의 뜻을 크게 거스르지 않는다는 것이죠. 흔히 페라리 하면 경영진과 가문의 전제성을 떠올리지만 사실 브랜드 가치를 함께 만들어가고 있는 고객들의 목소리와 열정이 더 높은 위치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파시오네 페라리 클럽 챌린지에 참가한 고객들의 활동은 단순히 ‘열정’이라는 말로 다 뭉뚱그릴 수 없습니다. 물론 상당한 참가비가 있지만 세계 각지의 페라리 법인이 고객들에게 그 이상의 예우를 갖추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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