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Feature] 터보 하이브리드 스포츠카의 신시대, 페라리와 포르쉐
- 한명륜 기자
- 19시간 전
- 5분 분량
페라리 849 테스타로사와 포르쉐 911 터보 S
지난 주말은 슈퍼카의 향연이었습니다. 페라리가 스포츠카 라인업의 새로운 최상위 모델인 849 테스타로사 스파이더를 공개했고, 포르쉐는 ‘iAA 모빌리티 2025’에서 911 8세대 후기형의 터보 S를 공개했습니다. 전자는 합산 최고 출력 1,050ps, 후자는 711ps에 달합니다. 오랜 강점이 있는 엔진에 전동화를 추가한 덕분입니다. 그리고 이 둘은 디테일에서 약간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터보 하이브리드’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페라리 포르쉐 터보

터보차저 시대의 2막
내연 기관 자동차의 성능 향상에 터보차저만큼 강력한 기여를 한 부품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성능을 효율의 관점에서 접근하게 한 터보차저는 배기량의 다운사이징과 차량의 경량화에도 기여했죠. 그 터보차저는 이제 다시 한 번 압도적 성능 향상을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바로 전기 모터와의 결합이죠. 제조사마다 방법은 다르지만 모터와 터빈의 만남은 터보차저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터보차저는 모터 기술의 발전 덕분에, 더 이상 엔진 배기가스의 유속에만 의존하지 않아도 됩니다. 모터는 터빈의 잠재된 역량을 깨웠고 덕분에, 기계적 설계 상의 압축비를 상향 조정하지 않고도 연소실의 폭발 압력은 높아졌습니다. 현재 F1에서 유래한 이 모터 구동식 터빈은 터보차저 엔진의 토크를 어마어마하게 높이는 데 기여했습니다.
모터 기술은 터빈의 구동만 아니라 기본적으로 차축에 전달할 구동력을 생성하기도 하죠. 바로 하이브리드 시스템입니다. 자연흡기 엔진 기반 하이브리드에서는, 모터가 부족한 엔진의 구동 토크를 조해주고 그 토크 전개 영역도 확장해줍니다. 토크 자체가 높은 터보 엔진의 경우에는 초반부터 강력한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거기에 터빈 자체에 모터가 적용돼 있다면 압도적인 초반 토크를 발생시킬 수 있죠. 이러한 동력 특성은 전기차가 갖고 있는 강한 가속력에 대한 내연 기관의 응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V8 트윈터보 기반 PHEV
페라리 849 스파이더 테스타로사
지난 9월 10일 페라리가 공개한 최상위 스포츠카 849 스파이더 테스타로사(849 Spider Testarosa)는 F154FC V8 3,990cc 트윈 터보 엔진의 최신 버전입니다. 초강력 머신인 SF90를 잇는 기종이죠. 네이밍은 실린더 수(8)와 각 실린더 당 부피(49cm3)를 의미합니다. 엔진의 최대 토크만 하더라도 85.86kg∙m(6,500rpm)에 달합니다. 이 엔진은 SF90 대비 50ps 증가한 830ps(7,500rpm)의 출력을 기본적으로 발휘합니다.

여기에 7.45kWh의 고전압 배터리 시스템을 기반으로 리어 모터와 전륜에 두 개의 전기 모터가 장착됐으며 이를 통해 220ps의 추가 출력을 더합니다. 그래서 합산 출력이 어마어마해진 것이죠. 물론 모터와 엔진의조화 방식은 드라이브 모드에 따라 다릅니다. 전반적인 전기모터 및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성능과 주행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보정되었고, 내연 기관과의 시너지를 위해 최적의 캘리브레이션이 적용됐다고 페라리 측은 전했습니다. V6 파워트레인이라는 점이 다르지만 296을 시승할 때, 고출력 영역에서 엔진과 구동 모터의 조화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사실 터보 하이브리드는 구조적으로 많은 열이 발생할 수밖에 없고, 결국 시스템이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냉각 로직 및 내열 성능 개선이 관건입니다. 849 스파이더 테스타로사의 경우 전기모터의 냉각 제어 로직을 개선해, 모터가 견딜 수 있는 온도 한계가 10-12 °C 높아졌습니다. 진정으로 페라리를 즐기는 운전자들은 높은 엔진회전수에서의 날카로운 배기음과 예민한 가속 페달 감각을 사랑하기 때문에 필수적인 엔지니어링이죠.

이 차는 정지 상태에서 200km/h에 도달하는 시간이 6.5초입니다. 현재 2.0리터 가솔린 싱글터보 기준, 250ps대 차종들의 0→ 100km/h 가속 시간이 이 정도입니다. 그렇다면 849의 100km/h 가속 시간은 어느 정도일까요? 2.3초입니다. 1,020ps인 테슬라 모델 S 플레드가 2.1초. 하지만 이 차는 정지 상태에서의 가속 시간만으로 평가할 수 있는 차는 아니죠. 페라리의 스포츠카들은 어느 카테고리보다도 트랙 지향성, 즉 급격히 바뀌는 물리력 변화에 대응하는 능력으로 평가받는 차량입니다. 1분 18초 100의 피오라노 서킷(2.976km) 랩 타임 기록이 모든 것을 말합니다. 선택 트림인 아세토 피오라노(Assetto Fiorano)는 카본파이버와 티타늄 등의 소재를 적용해 30kg을 덜어냈으며, 특히 20인치 휠의 소재도 카본이어서 가속, 선회, 제동 시의 반응성이 더 높습니다.

참고로 이 차의 전면부 디자인은 12 칠린드리에 적용됐던 블랙 스트립 타입이 전면에 적용됐습니다. 1970년대 스포츠 프로토타이에서 영감 받은 기하학적이고 날카로운 디자인과 최적의 공력 성능을 위한 에어로 파츠 설계는 독보적인 디자인을 보여줍니다. 해외에서는 반응이 나쁘지 않은데, 한국 자동차 커뮤니티에서는 의외로 반응이 좋지 않습니다. 높은 감식안과 까다로운 기준은 특징적이죠.
강력한 성능, 무거워진 차체
711ps의 911 터보 S 공개
포르쉐는 순수 내연 기관 기준으로 2018년에 이미 700ps를 돌파했습니다. 3.8리터 트윈터보 엔진에 7단 PDK를 결합한 991.2 GT2 RS가 그 주인공이었죠. 순정 모델로만 0→100km/h 2.8초를 기록한 모델이죠. 2018년 10월에는 자회사인 만타이 레이싱이, 파워트레인은 손대지 않고 서스펜션 등을 최적화해 6분 40초 33의 기록을 세우기도 합니다.
지난 9월 7일, IAA 모빌리티 2025 프레스 데이를 통해 포르세가 공개한 992.2의 터보 S는 이전 세대의 GT2 RS를 능가하는 711ps(6,500~7,000rpm)의 출력을 발휘합니다. 3.6리터의 엔진은 이미 기본 사양인 카레라에서도 500ps대의 출력을 내고 있죠. 어기에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결합한 것입니다.

이 차는 기본 모델인 GTS에서 처음 선보인 T-하이브리드를 기반으로 하되 이를 발전시킨 시스템을 장착하고 있습니다. GTS의 경우에는 모터가 들어가는 터보가 하나지만 여기서는 두 개죠. 덕분에 최대 토크가 81.6kg∙m에 달합니다.

이 차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8단 PDK에 통합된 퍼포먼스 모터로 완성됩니다. 고전압 배터리 용량은 1.9kWh입니다. 여기에 포르쉐 트랙션 매니지먼트 (PTM) 사륜구동 시스템이 더해졌습니다. 0→100km/h 가속 시간은 2.5초이며 200km/h까지는 8.4초입니다. 뉘르부르크링 노르드슐라이페 기록은 7분 3초 92입니다. 강력한 출력을 자랑하지만 생각보다 뉘르부르크링에서의 기록은 느린(?) 편인데 이는 터보 S가 트랙 성향과 함께 GT 성향을 포기할 수 없는 차라는 점을 감안해야 합니다.

게다가 터보차저 유닛 2개, 배터리 용량과 4륜 구동 시스템의 적용에서도 알 수 있지만 무게가 무겁습니다. 1,725kg으로, 포르쉐는 이 차의 경우 증가폭을 85kg 증가로 억제했다고 하지만 공차 중량이 여간 어렵지 않았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강력한 동력 성능을 노면에 손실 없이 전하기 위해서는 기존 대비 10mm 넓은 325mm의 단면폭에 30%의 편평비를 가진 ZR 21인치, 전륜에는 이전과 동일한 255mm, 35% , ZR 20인치 타이어입니다. 여기에 PCCB(포르쉐 세라믹 컴포지트 브레이크) 디스크 로터 직경도 410mm에 달합니다. 게다가 터보 S에는 전자유압식 포르쉐 다이내믹 섀시 컨트롤 (ehPDCC)이 기본사양으로 탑재됩니다. 한눈에 봐도 무게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사양인데, 경량 배기 파이프, 경량 버킷 시트 등의 적용을 통해, 불필요하게 무거워지는 것을 필사적으로 막았습니다.
911 터보 S의 한국 시장 출시는 2026년 상반기가 될 것으로 보이며, 고객 인도가 시작될 예정이며, 판매 가격은 각각 3억 4270만 원, 3억 5890만 원이 될 예정입니다.
어두웠던 터보 엔진의 미래
내연기관 연장의 길?
사실 터보 엔진 자동차는 한동안 자동차 마니아들 사이에서 그리 좋은 평을 받던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특히 ‘다운사이징’의 ‘주범’으로 꼽히여 대배기량 자연흡기 엔진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지탄받았죠. 성능의 개념을 손실의 최소화로 보는, 매우 과학적인 관점에서 나온 엔진이지만, 불과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다운사이징 고성능 터보 스포츠카는 지금의 전기차가 받던 대접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터보차저를 사용해 연소실을 고온∙고압 조건으로 만들면서, 가솔린 엔진도 디젤 엔진처럼 미립자 오염물질 발생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게 됐는데요. 때문에 유럽에서는 GPF(가솔린 미립자 포집 필터)가 의무화하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도 대배기량 자연흡기 엔진 성애자들이 터보 엔진을 싫어했던 건, 부드럽고 끊김 없는 가속 감각이었습니다. 저속 구간에서 최대 토크는 약했만 토크의 전개 과정이 부드럽고 페달에 대한 반응이 섬세하기 대문에 마치 살아 있는 말을 타는 것과 같다는 이유죠. 위에서 예로 든 페라리가 12기통 자연흡기 엔진, 포르쉐가 4.0리터 자연흡기 엔진의 명맥을 이어가는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대로, 터보차저 장착 엔진은 하이브리드 및 터빈 구동의 전동화 시스템과 맞물리면서 특유의 박력에 자연흡기 엔진이 갖던 디테일마저 구현할 수 있게 됐습니다. 또한 효율과 성능을 같이 구현할 수 있으며, 동력 성능의 주도권을 전기차에 오롯이 내주지 않아도 된다는 강점 등도 부각되고 있습니다. 터보엔진을 그리 싫어하던 이들도, 전기차에 대항할 유일한 방식은 터보 하이브리드라는 것을 이제는 받아들이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 점에서 당분한 터보 하이브리드는 어떤 방식으로든 꽤 오랜 시간 동안 발전하면서 지속되지 않을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