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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Feature] 페라리, 펜더 그리고 코리아, 부담을 안고서라도 구현해야 할 가치는?

  • 작성자 사진: 한명륜 기자
    한명륜 기자
  • 10월 4일
  • 5분 분량

브랜드의 정수 관통하는 경험에 대한 국내 소비자 니즈 증대…리스크와 과제도 존재

페라리 펜더 코리아

 

페라리(Ferrari)와 펜더(Fender). 두 브랜드는 은근히 교집합이 큽니다.

위대한 기타리스트 잉베이 맘스틴을 상징하는 브랜드죠.

‘F’ 씨 종친입니다. 게다가 모음까지 같아서 ‘FE’입니다. 영문으로 정렬하면 매우 가까이 있습니다.

스포츠카, 모터스포츠와 일렉트릭 기타, 모터스포츠에서 갖는 ‘상징성’의 위치에너지도 비슷합니다.

전통과 첨단의 가치를 동시에 추구한다는 점도 닮았죠.

 

Ferrari Korea Fender Korea
펜더와 페라리가 한국에 법인을 열었습니다

그런데 또 하나의 큰 공통점이 생겼습니다. 바로 한국이죠. 두 브랜드는 하루 차이로 한국 법인을 공식 발족했습니다. 펜더는 펜더 기타를 포함한 FMIC(Fender Musical Instrument Corporation)의 한국 법인을, 페라리는 10월 2일 페라리 코리아(Ferrari Korea)를 공식 런칭했습니다. 약간의 차이가 있다면 FMIC가 단독 법인 형태라면 FMK는 그동안 페라리와 마세라티의 한국 시장 내 유통을 맡아 왔던 효성(FMK)과의 합작이라는 정도입니다.

 

한국 법인을 만든다는 것은 여러 가지 시사하는 바도 큽니다. 그만큼 본사가 얻으리라 기대하는 것이 있고, 동시에 시장에서 소비자들이 바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성사된 것이지만, 동시에 부담도 만만치 않습니다. 기타와 스포츠카라는 두 영역에서 상징적인 브랜드의 한국 법인 설립을 다면적으로 살펴봤습니다.

 

 

명분은 브랜드 기준 통합

브랜드 정수 경험 원하는 고급 고객 증대가 배경

 

두 브랜드 공히 이번 한국 법인 출범의 가장 큰 목적이자 명분으로, 브랜드 기준의 통합을 내세웠습니다. 역사와 품격을 갖춘 브랜드인 만큼 글로벌 공통의 브랜딩 톤 앤 매너를 갖춰야 한다는 관점이 작용한 것이죠.

 

괜히 하는 일은 아닙니다. 시장에서 소비자들의 수준이 높아질수록 자연히 발생하는 요구죠. 특히 ‘인증’에 민감한 한국 소비자들은, 본사가 통제하는 보다 정제되고 정통적인 경험을 원합니다. 예컨대 같은 고객 행사를 하더라도 페라리와 펜더 본사의 인증이 선명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경우의 차이는 클 겁니다. 또한 제품의 안내와 판매 및 사후 관리에서 원하는 경험의 수준도 더 높아졌습니다.

 

 

기대할 수 있는 이익과 허들

딜러 이익의 흡수 vs 고정 비용 증가

 

하지만 이런 결정은 돈이 안 되면 하지 않을 결정이죠. 현지 법인 설립은, 수입상과의 협업 대비 큰 고정비 지출이 일어납니다. 사무실도 있어야 하고, 물류 관리비용도 만만치 않으며 자동차의 경우는 막대한 인증 비용이 따릅니다. 법인 설립은, 적어도 몇 년 안에 딜러 중심 체제 대비 흡수할 수 있는 이익 법인 운영을 위한 고정 비용을 넘어설 때 명분이 생깁니다. 그러면 페라리와 펜더는 그 정도의 시장성을 갖고 있을까요?

 

프란체스코 비앙키 페라리 극동 및 중동 지사장 (좌), 김광철 FMK 대표이사(우)
프란체스코 비앙키 페라리 극동 및 중동 지역 지사장(좌)과 김광철 FMK 대표이사

페라리는 공식, 비공식적으로 월 30대 내외의 판매량을 기록 중입니다. 한국 법인 사무실은 청담동에 차려지며 여기에서 마케팅 및 커뮤니케이션, 딜러 네트워크 개발 및 관리 등 직접적인 브랜드 운영을 책임지게 됩니다. 페라리 차종의 평균 인도가를 3억 원으로만 잡아도 월 90억 원의 단순 매출이 발생합니다. 유통과 판매에서 약간의 단계가 줄어드는 것을 감안하면 법인 설립 시 이익 요소도 있습니다. 게다가 FMK가 애프터세일즈와 전시장 운영 등을 지속해 맡으니 페라리코리아의 부담은 조금 더 적을 수 있습니다.

 

펜더 기타의 경우 판매량의 정확한 집계가 어렵습니다. 그러나 일렉트릭 기타 워낙 시장에서의 대명사적인 존재인만큼 굳이 집계가 필요하지 않을 정도일 겁니다. 게다가 2023년 이후 FMIC의 글로벌 시장 매출 중 아시아에서의 비중이 35%가 넘습니다. 게다가 기존 댄스 그룹 일변도의 K-팝 트렌드에도 밴드나 연주자 타입의 스타들이 등장하고 있죠. 게다가 거의 90개 내외의 4년제 대학의 실용음악학과도 엄청난 시장입니다. 


물론 기대할 수 있는 이익이 있는 만큼 리스크도 적지 않습니다. 페라리코리아는 유능한 에이전시와 열정적인 직원들을 보유하고 있지만, 막대한 인증 비용을 비롯해 네트워크 관리 등의 비용을 직접 챙겨야 합니다. 연간 1,500대에서 2,000대의 페라리 신차가 팔리는 일본은 그래도 규모의 경제가 발생하지만 한국에서 아직 페라리는 그 정도의 시장 비중을 갖고 있지 못하고 또 그 정도로까지 성장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의 세제 관련 운영 기조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이죠.

 

시장 구분 기준으로 럭셔리(유사 성능 제품군에서 매스 브랜드 대비 3~5배 이상의 가격) 스포츠카 브랜드 중에서 한국 법인을 가장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곳은 포르쉐코리아입니다. 일단 판매량이 상당하죠. 2023년에 사상 최초로 1만 대를 돌파했고 2025년에는 상반기에만 5,753대를 기록했습니다.

 

반대로 여전히 딜러십을 중심으로 운영하는 브랜드들도 있습니다. 람보르기니와 애스턴마틴이 그렇죠. 사실 브랜드 포지셔닝이나 판매량을 보면 페라리는 포르쉐보다는 후자에 가까운 만큼 이전처럼 그대로 수입사 체제로 가는 것이 유리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페라리는 단순히 금전적 가치보다도 한국 시장의 상징성을 생각한 결정으로 보입니다.

 

펜더 기타의 경우는 페라리보다 과제가 조금 더 많습니다. 이미 한국 악기 시장의 유통 시스템과 펜더가 갖고 있던 커넥션을 재편해야 하는 까닭이죠. FMK의 핵심 인력 소속을 옮기는 방식인 페라리코리아와의 입장과 달리 인력 구성 자체를 새로 했습니다. 물론 악기 유통과 음악 K-팝에 전문성을 갖춘 차장급 이상의 인력들로 브랜딩에서는 발군이지만 기존 악기 시장의 플레이어(사업체)들과의 협상이 관건입니다.

 

Fender Korea
펜더는 펜더 기타뿐만 아니라 EVH 및 잭슨, 샤벨, 빅스비, 그레치 등의 브랜드를 갖고 있습니다
Ferrari Heritage
페라리의 전설적인 모델들

물론 펜더도 페라리코리아-FMK 모델과 같은 관계를 구축했습니다. 하이엔드 악기 수입 유통 및 공연, 세미나 등을 시스템화해 온 유통 기업인 (주)뮤직포스글로벌네트웍스와 협력하기로 한 것이죠. 뮤직포스는 특히 펜더의 고가 라인업 등의 브랜딩에서 오히려 선제적이고 모범적인 브랜딩 방향과 운영 모델을 갖고 있습니다. 다만 뮤직포스는 펜더만이 아니라 펜더와 경쟁 관계에 있는 브랜드들과도 관계가 있습니다. 뮤직포스가 펜더에 배분할 수 있는 리소스 자체는 제한적일 수 있습니다.

 

다만 가격 결정의 투명성 부분에서는 보다 합리적일 수 있죠. 또한 기타는 자동차처럼 복잡한 인증이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전파법에 위배될 만한 시스템도 없으니 금액적으로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본사의 강력한 그립(grip)

빠르게 변화하는 한국 소비자 니즈 대응에는 걸림돌 될 수도

 

다만 이러한 한국 법인을 통한 글로벌 본사의 직접 관리 체제에는 단점도 있습니다. 로컬의 트렌드에 발맞춘 브랜딩을 신속하게 전개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대표적인 난점이죠. 한국은 매우 까다로운 고객들이 있는 시장이고 이것으로써 많은 글로벌 브랜드들을 곤경에 빠트렸습니다. 새로운 것에 탐닉하는 만큼 쉽게 질립니다. 페라리, 마세라티와 같은 브랜드들은 헤리티지가 워낙 강하다 보니 이런 빠른 흐름에는 대응하기 쉽지 않습니다. 굳이 따지자면 패러디와 엉뚱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영상 프로덕션 돌고래 유괴단이 현직 한국 대통령을 섭외해야 하는 상황 정도의 어려움인 것이죠. 그런데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실제로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를 비롯해 한국에 법인을 두고 본사가 관리하는 기업들의 브랜드 마케팅 활동을 보면 다소 트렌드에 떨어지는 느낌이 있습니다. 물론 최상위 소비재들의 경우에는 그런 고고함도 필요합니다. 페라리의 경우는 그것이 외려 높은 자존심과 브랜드 가치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겁니다. 한국의 영 리치들에게는 어떻게 다가갈기는 별개라 하더라도요.


Fender Telecaster
펜더 텔레캐스터

 

다만 펜더코리아의 경우는 정말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대중음악이라는 영역에서 한국 시장의 빠른 트렌드에 대응하는 것이 난관으로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트렌드는 한 방향의 흐름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갈래가 있고 그 중에는 펜더와 같은 어센틱(authentic)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 있습니다. 아네모이아(anemoia)라고 해서 자신이 경험해보지 못한 시대의 것을 그리워하는 흐름도 있죠. 2010년대생이 후지 카메라의 감성에 빠지는 것이 가능하다면 스티비 레이 본의 사운드에 매력을 느끼지 말라는 법도 없죠. 인류문화사의 흐름으로 보면 자연스런 현상입니다.

 

 

두 브랜드의 한국 법인 지속성의 관건?

 

당연히 돈을 많이 벌면 지속할 명분이 계속 생길 겁니다. 단순하죠. 사실 판매량이 얼마 되지 않으면 그냥 수입상 체제를 그냥 두면 될 일입니다. 그만큼 기대하는 것이 있다는 이야기죠.

 

페라리는 사실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 합니다. 워낙 부가가치가 큰 제품이니까요. 게다가 서울 중심으로 최근 최고급 주거 브랜드가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전체적인 부동산 경기 침체 속에서 오히려 모든 편의와 고급성, 차별화된 라이프스타일 제안을 갖춘 고급 주거는 필연적으로 그에 걸맞는 자동차 브랜드의 매출에도 영향을 끼칩니다. 압구정 재개발을 비롯해 성수의 삼표레미콘 부지, 한남동 등 페라리가 어울릴 만한 장소는 많습니다.

 


Fender Flagship store
일본 하라주쿠의 펜더 플래그십 스토어

펜더의 경우는 K-팝을 레버리지 삼아 아시아 허브로서의 역할을 하게 된다면 한국 법인의 지속성은 더욱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라주쿠의 펜더 플래그십 스토어 같은 전시장이 향후 서울 중심지에 들어서고 단지 한국의 학생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아시아 국가 전체의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허브 센터로서의 기능을 하는 그림은 그려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또한 국내에 진출해 있는 다양한 분야의 전통 있는 브랜드들과 직접 협업을 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펜더니까 할 수 있다’라는 협업을 계속 보여주고 상징적인 가치를 계속 제시하는 거죠. ‘Fe’로 시작하는데 정말로 페라리와 협업을 해보는 것도 생각해볼 만한 일입니다. 잉베이맘스틴 쇼케이스를 페라리와의 협업으로 진행하는 것도 방법이죠. 실제로 현재 페라리나 포르쉐 등 스포츠카 소유주들 중 상당수는 메탈, 락 팬들이 적지 않습니다. 자동차와 락은 꽤 오랜 시간 연결돼 있었죠. 실제로 미국에서는 2022년에, 북미 최대 규모의 악기 유통 체인인 기타 센터(Guitar Center)의 주도로 페라리 레드, 페라리 엘로우를 적용한 펜더 스트라토캐스터를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진행하시면 촬영과 스토리텔링을 저한테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여러가지 어려운 조건에도 불구하고 자동차와 일렉트릭 기타라는 영역에서 범접하지 못할 정통성과 전통을 갖춘 이 두 브랜드의 한국 법인 출범을 환영합니다. 한국 시장은 매우 특수하지만 동시에 역동적입니다. 인구와 영토 이상의 확장성을 갖고 있기도 하죠. 법인을 세운 뜻이 있을 것으로 압니다. 그 뜻이 최소 10년은 유지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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