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리 최초 순수 전기차 루체 공개, 10억 육박
- 한명륜 기자

- 1시간 전
- 3분 분량
기존 페라리라는 점 외에도 완전히 다른 전기차 언어, 논란 클 듯
실물을 보기 전에 판단은 유보하겠습니다. 그러나 논란이 클 것은 자명합니다.

이탈리아 로마 시간으로 5월 26일, 페라리가 브랜드 최초의 순수 전기차(BEV)인 루체(Luce)를 공개했습니다. 2025년 10월, 베네데토 비냐 CEO는 BBC <탑기어>와의 인터뷰에서 “이 차를 이해하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는데 그 말은 사실일 것 같습니다.
이번 신차는 기존의 관습과 틀에서 벗어나 크리에이티브 전문가 그룹인 러브프롬(LoveFrom)과의 협업을 통해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 언어로 완성됐습니다. 페라리는 고유의 정통성을 유지하면서도 전동화 아키텍처를 통해서만 실현 가능한 완전히 새로운 유형의 페라리를 제시하고자 했다고 밝혔지만, 정통성보다는 새로움으로 무게 중심이 많이 이동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완전히 달라진 디자인 언어로 인해 시장에서의 논란과 파격적인 평가는 예견된 것이었습니다. 영국의 자동차 매체 탑기어(Top Gear)는 페라리 루체를 두고 "페라리 역사상 가장 거대한 도박(Ferrari's biggest gamble)"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실제로 외관 디자인은 극도의 순수함을 강조한 글라스 하우스와 매끄러운 쉘 실루엣을 바탕으로 설계됐다는 것이 페라리의 메시지입니다. 보이지 않는 공기조차 두 동강 낼 듯한 날카로운 캐릭터라인이 지배하던 내연기관 페라리의 패밀리룩과는 궤를 달리합니다. 내연기관 페라리와 그나마 닮은 것이 있다면 후면의 헤일로 테일라이트입니다. 360 모데나와 458 이탈리아의 심미적 유산을 계승하며 브랜드의 정체성을 최소한이나마 유지하고자 했습니다.

루체는 페라리 최초의 4도어 5인승 구조를 실현했습니다. 푸로산게가 4도어이지만 4인승이라는 점이 다르죠. 배터리를 바닥면과 뒷좌석 하단에 배치하고 센터 터널을 과감히 제거하여 기존 트랜스액슬(변속기가 후륜 차축에 위치하는 방식) 구조에서는 불가능했던 여유로운 실내 공간을 확보했습니다.
실내에는 삼성디스플레이와 협업 개발한 4개의 다기능 OLED 패널(12.9인치, 12인치, 10.1인치, 6.3인치)이 탑재됐습니다. 기계식 버튼 및 다이얼과 결합하여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조화를 이뤄냈습니다. 어찌 보면 페라리 안에서 삼성과 애플의 유전자가 만난 셈입니다. 또한, 자동차 업계 최초로 전자잉크(E Ink) 디스플레이가 적용된 코닝 고릴라 글래스 소재의 전용 키를 도입했습니다.


강력한 주행 성능과 핵심 수치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요소입니다. 페라리 루체는 각 바퀴에 하나씩 장착된 총 4개의 래디얼 플럭스 전기 엔진으로 구동되는 전기 사륜구동 시스템을 갖췄습니다. 시스템 합산 최고출력은 1,050cv(772kW)에 달하며, 엔진 기준 최대토크는 990Nm, 휠 기준 최대토크는 무려 11,500Nm입니다. 모터스포츠 기술을 적극 활용한 경량화 설계를 통해 공차중량은 2,260kg으로 묶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런치 컨트롤 모드 적용 시 0→100km/h 도달 시간은 단 2.5초이며 0→200km/h은 6.8초에 불과합니다. 최고속력은 310km/h 이상입니다.
배터리 시스템은 마라넬로 본사에서 직접 설계 및 생산한 122kWh 용량의 800V 고전압 배터리 팩을 탑재했습니다. 최대 350kW 급속 충전을 지원하여 20분 만에 70kWh 충전이 가능하며, 1회 완충 시 주행거리는 530km 이상(승인 중 추정치)을 확보했습니다.
창업주인 엔초 페라리가 늘 강조해 왔듯, 페라리는 가장 빠른 차보다는 가장 즉각적인 차를 모토로 삼았습니다. 즉 운전자의 가속페달 조절에 세밀하게 반응하는 방식을 말하는 특성을 말하는 것이죠. 그러나 전기차의 강력한 성능은 그와 대척점에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페라리는 새로운 토크 매니지먼트 기술과 '토크 시프트 인게이지먼트(Torque Shift Management)' 시스템을 최초로 선보였습니다. 이는 스티어링 휠의 패들 조작을 통한 점진적인 가속감과 엔진 브레이크 감각에 대한 정밀한 제어 기능입니다.
또한, 리어 액슬 하우징에 장착된 정밀 가속도계가 부품 회전 시 발생하는 진동을 포착하고 증폭하는 특허 시스템을 통해 인위적인 합성이 아닌 기계적 메커니즘에 기반한 진정성 있는 퍼포먼스 사운드를 송출합니다. 여기에는 일렉트릭 기타의 픽업과 같은 원리가 적용됐습니다.

여기에 탄성 장착 서브프레임(서스펜션과 차체를 연결하는 부품)과 액티브 서스펜션(ASC 3.0) 등의 혁신 기술이 유기적으로 맞물려 역대 페라리 모델 중 가장 안락한 승차감과 정숙성을 구현함과 동시에 페라리 고유의 날카로운 핸들링 성능을 충실히 보존해 냈다는 것이 페라리의 메시지입니다.
페라리 루체가 최신의 기술을 집약한 차임에는 틀림없습니다만 어찌됐든 논란을 피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단지 디자인뿐만 아니라, 인류 문명의 전환기라고 할 수 있는 지금, 럭셔리 모빌리티는 어떤 관점으로 이 변화를 수용해내야 하는가에 대한 하나의 답안이기 때문입니다. 그 답안에 대한 평가는 소비자들이 할 겁니다. 판매 시작 가격은 약 64만 달러, 한화로는 약 9억 6,000만 원대가 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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