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틀리의 새로운 도심형 전기 SUV, 토르칼 공개

브랜드 네 번째 순수 전기차…토르칼 17만 3,300, 토르칼 S 19만 9,300 파운드부터
영국 런던 현지 시간으로 9월 24일, 벤틀리가 새로운 전기 SUV인 토르칼(Torcal)을 세계 최초로 공개했습니다. 토르칼은 컨티넨탈 GT, 플라잉스퍼, 벤테이가에 이어 벤틀리 제품 포트폴리오에 네 번째로 합류하는 전기차로, 강력한 성능은 물론, 장인 정신에 기반한 역대 최다 선택지를 자랑합니다.
벤틀리 토르칼

이름만큼 강력한 ‘토크 머신’, 최대 토크 137.7kgf∙m의 퍼포먼스
브랜드의 네 번째 순수 전기차이자 벤틀리의 첫 전기 SUV인 토르칼의 이름은 라틴어 토르퀘레(Torquere)에서 왔습니다. ‘비틀다, 돌리다’라는 뜻인데 현재 파워트레인의 동력 성능을 설명하는 데 필수적인 토크(torque)의 어원입니다. 전기차다운 직관적 가속력을 갖춘 신차는 의미죠. 실제로 최대 토크가 137.7kgf∙m(1,350Nm)에 달합니다. 공차 중량이 2,795kg에 달하는데도 0→100km/h 가속 시간은 2.9초입니다. 최고 출력은 888ps, 최고 속력은 260km/h에 달합니다.

토르칼에는 두 개의 강력한 영구자석 동기식 모터(PMSM, Permanent Magnet Synchronous Motor)가 탑재된다. 두 모터 모두 무교환 오일이 채워진 드라이 섬프(오일탱크 별도) 방식으로 설계됐습니다. 전륜 모터에는 오픈 디퍼렌셜(기계적 잠금 장치 없이 좌우 바퀴에 토크를 독립적으로 전달하는 차동 기어)이, 후륜 모터에는 좌우 구동축을 독립 제어하는 다판식 클러치 기반의 전자식 차동 제한 장치가 적용됩니다.
이러한 퍼포먼스를 가능케 하는 고전압 배터리는 192개의 직렬 연결 리튬 이온 파우치 셀로 구성됩니다. 배터리 용량은 113kWh이며, 800V 아키텍처를 적용해 최대 400kWh 출력의 급속 충전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10~80% 완충 시간은 16분, 1분 충전 시 주행할 수 있는 거리는 최대 161km에 달하게 됩니다. 1회 완충 시 주행 거리도 600km에 달합니다.
사람의 연주로 구현 6.75리터 V8 가상 사운드
고급 내연기관차 고객을 전기차의 영역으로 안내하는 데는 이 가상 사운드의 역할이 필수입니다. 단순히 엔진의 구동음, 배기음을 모사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전기차라는 환경과 브랜드의 성향에 맞게 재설계해야 하죠. 이토록 소리가 중요한 이유는, 내연기관 시대의 물리적 현상을 넘어 운전자와 자동차를 연결하는 피드백이었기 때문입니다.

벤틀리 개발팀은 이번에 적용된 6.75리터 V8 엔진 기반 가상 사운드의 핵심을 리듬으로 정의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사람이 연주한 드럼과 비올라, 베이스의 연주로 담았습니다. 모두 낮은 배음이 있는 악기들이죠. 이를 통해 미세한 변주와 작은 불완전성까지 담은 ‘벤틀리 다이내믹 심포니(Bentley Dynamic Symphony)’를 구현했다고 전했습니다. 강력하고 힘있는 저주파 사운드는 운전자가 요구하는 토크와 차량 속도에 따라 조정되며, 차량의 움직임과 감각적 피드백을 연결해 일관되고 자신감 있는 제어를 돕습니다. . 스포츠 모드에서는 다이내믹 심포니의 볼륨이 커지며, 정숙한 주행을 원할 경우 완전히 끌 수도 있습니다.
이 외에 가령 방향지시등 사운드는 벤틀리의 가죽 공방에서 망치로 가죽 표면을 두드리는 소리를 직접 녹음해 만들었으며, 터치스크린과 디지털 어시스턴트 알림음은 크리스털 글라스에서 채취한 실제 소리를 활용했습니다.
벤틀리다운 주행감, 새로이 적용된 섀시
토르칼의 플랫폼은 포르쉐 카이엔의 PPE(Premium Platform Electric)와 공유됩니다. 배터리 용량을 비롯해 주요 전장 부품과 뼈대 설계는 동일합니다. 그래서 휠베이스 사이즈도 3,023mm로 카이엔 일렉트릭과 동일합니다. 전장은 5,008mm, 전폭은 2,025mm, 전폭은 1,677mm입니다. 전장 기준으로 보면 토르칼의 전장은 벤틀리의 4도어 모델 중 가장 짧습니다. 그래서 오버행이 극단적으로 짧아 스포티한 면모를 자랑합니다.

벤틀리 최초의 풀 액티브 서스펜션과 어댑티브 2-밸브 댐퍼는 안락한 승차감을 구현하는 동시에 주행 모드별로 섀시 특성을 폭넓게 조절합니다. 각 댐퍼는 노면과 운전자의 조작에 즉각 반응해 독립적으로 차체를 제어, 승차감과 자세 제어를 최적화합니다. 특히 이 시스템은 댐퍼가 안티 롤 토크를 능동적으로 제어해 별도의 스태빌라이저(안티 롤 바)를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이는 모든 모델에 제공되는 전자제어실 4륜 조향, 후륜 모터의 전자식 차동 제한 장치와 조화를 이뤄 긴 휠베이스에서도 불구하고 회전 반경을 11.1미터로 줄이는 효과를 발휘합니다.
기본 브레이크는 420mm, 후륜 370mm 디스크의 철제 브레이크로 구성되며, 선택 사양인 카본 실리콘 카바이드(CSiC) 세라믹 브레이크 시스템은 전륜 440mm, 후륜 410mm 디스크로 구성됩니다. 두 가지 브레이크 사양 모두 블랙, 레드, 그레이 세 가지 캘리퍼 색상 옵션이 제공되며, 뮬리너를 통해 세 가지 컬러를 추가로 선택할 수 있습니다. 벤틀리 측은 세단인 플라잉스퍼에 버금가는 안락함과 컨티넨탈 GT 스피드의 역동성을 함께 구현한다고 전합니다.
크루의 장인들이 만들어내는 미적 경험
토르칼의 외관은 크루(Crewe)의 디자인 팀이 정립한 시각적 위계에 따라 벤틀리 고유의 당당한 비례감과 유려함 드러냅니다. 길게 뻗은 보닛과 짧은 오버행, 일루미네이티드 다이아몬드 그릴이 이루는 전면부는 브랜드의 수직적 우아함을 선명하게 드러냅니다. 측면에서 후면으로 이어지는 강인한 리어 펜더 라인은 ‘헌치(hauch)’ 디자인이라고 부릅니다. 이는 맹수의 뒷다리 근육의 굴곡을 의미합니다. 응축된 힘을 품은 채 휴식하는 맹수의 긴장감을 연상시킵니다. 그러면서도 불필요한 캐릭터 라인을 덜어내고 빛과 표면의 정밀한 상호작용만으로 빚어내는 데 집중했습니다.

실내는 벤틀리 고유의 윙 엠블럼을 형상화한 대칭형 대시보드를 중심으로 정교한 질감의 조화를 이끌어냈습니다. 참고로 이 새로운 윙 엠블럼은 한국인 디자이너인 남영광의 작품이기도 하죠. 영국의 유서 깊은 직물 제조사 ‘폭스 브라더스’와 협업해 차량용 최초로 RWS 인증을 받은 100% 메리노 울 패브릭을 개발해 부드러운 촉감과 내구성을 동시에 확보했습니다. 여기에 15가지 올리브 태닝 가죽과 디나미카, 다채로운 우드 베니어를 더해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현대적 럭셔리를 완성했습니다. 디지털 디스플레이와 함께 직관적인 널링 마감 물리 버튼을 정교하게 배치함으로써, 손끝에 닿는 아날로그적 만족감까지 세심하게 조율했습니다. 여기에 새로운 ‘프로스티드 다이아몬드(Frosted Diamond)’ 스위처블 글라스 선루프는 실내로 유입되는 빛을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으며, 실용적이면서도 럭셔리한 방식으로 실내 분위기를 바꾸는 경험을 제공합니다.

비스포크 부서인 뮬리너의 손길은 소재를 다루는 혁신적 공예 기법에서 더욱 돋보입니다. 자투리 월넛 목재와 재활용 크래프트 페이퍼를 최대 1,000겹까지 압착해 네 가지 톤의 그라데이션을 표현한 ‘옴브레 월넛’ 베니어는 공예와 친환경의 절묘한 접점을 보여줍니다. 과거 헤리티지 모델의 대시보드 마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선버스트 알루미늄’은 3방향 브러시 패턴으로 정밀한 시각적·촉각적 깊이를 전합니다. 장인들의 세심한 가공과 엄격한 선택지는 토르칼을 단순한 전동화 이동 수단이 아닌 탑승자의 오감을 채우는 미적 공간으로 격상시킵니다.
단순한 드라이브 모드를 넘어선 경험 큐레이션
토르칼의 주행 모드는 이러한 동력계, 실내외 디자인 요소 등이 결합된 총체적 경험의 큐레이션입니다. 단순히 파워트레인의 반응성이나 섀시의 감쇠력을 조절하는 기계적 설정을 넘어, 실내 조명과 가상 사운드, 공조 시스템, 그리고 디지털 디스플레이의 정보 표시 방식까지 유기적으로 통제합니다. 차 안의 모든 물리적·감각적 요소를 정교하게 지휘함으로써, 운전자와 동승자가 매 순간 필요로 하는 분위기와 공간의 온도를 최적의 상태로 조율해 냅니다.

이 큐레이션은 네 가지 ‘익스피리언스 모드’를 통해 구체화됩니다. 전통과 여유가 공존하는 ‘벤틀리 모드’는 정제된 주행 질감과 따뜻한 실내 분위기의 완벽한 균형을 선사하며, 불필요한 시각 자극을 줄여 디지털 디톡스를 돕는 ‘컴포트 모드’는 장거리 이동의 피로를 덜어냅니다. 반면 ‘스포츠 모드’는 직관적인 컨트롤 반응과 벤틀리 다이내믹 심포니의 저주파 사운드 볼륨을 키워 강력한 몰입감을 유도하고, 신선한 외기 유입과 밝은 조명으로 심리적 에너지를 환기하는 ‘리프레시 모드’는 이동의 순간을 온전한 휴식으로 전환합니다.
결국 토르칼의 모드는 이동 수단으로서의 주행을 넘어, 탑승자의 감각과 정서적 리듬까지 맞춤형으로 큐레이션하는 벤틀리식 전동화 럭셔리의 완성형이라 할 수 있습니다.
ADAS 시스템은 25개의 레이더와 센서 카메라를 기반으로 합니다. 좁은 도로에서 장애물 발견 시 차량이 미리 인식한 안전 지점까지 후진해 공간을 확보하는 기능과 원격 주차가 적용됩니다. 네 개의 도어에는 레이더 기반 전동 개폐 기능이 적용돼 스스로 여닫히며, 탑승자가 안전벨트를 착용하거나 메인 터치스크린을 조작해 도어를 닫습니다. 운전자는 브레이크 페달을 밟아 운전석 도어를 닫을 수 있습니다.
영국 럭셔리의 자존심, 마지막 희망
벤틀리 토르칼의 가격은 영국 기준 17만 3,300 파운드, 토르칼 S는 19만 9,300 파운드부터 시작합니다. 한화로 각각 약 3억 1,460만 원, 3억 6,180만 원 선입니다. 말 그대로 시작 가격에 불과합니다.
프랑크-슈테펜 발리저(Frank-Steffen Walliser) 벤틀리모터스 회장 겸 CEO는 “지난 107년간 벤틀리는 여유롭고 강력한 퍼포먼스와 탁월한 안락함, 최고급 천연 소재를 통해 구현되는 정교한 영국의 장인정신, 그리고 영혼이 담긴 사운드를 갖춘 완성도 높은 자동차를 만들어왔다”며, “새로운 토르칼은 이러한 벤틀리의 본질을 그대로 이어가면서도 브랜드를 정의해 온 모든 영역에서 비범한 기준을 제시한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외산과의 인터뷰에서 “럭셔리는 유럽의 심장에서 온다”라며 벤틀리의 헤리티지에 대해 다시 한 번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벤틀리의 기업인 폭스바겐AG는 곤경에 빠져 있습니다. 주요 브랜드들의 고질적인 고비용 구조가 경쟁력 강화의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죠. ‘996(아침 9시 출근 저녁 9시 퇴근, 주 6일)’로 대표되는 중국 전기차 산업의 착취적 노동으로 인한 생산 비용 절감과 물량 밀어내기 덤핑 등에 밀리는 상황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입니다.
물론 상대적으로 벤틀리는 대중적인 차를 지향하는 브랜드가 아닙니다.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초고액 자산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브랜드다 보니 매스 프로덕션 시장에서 일어나는 중국의 영향력과는 큰 관계가 없어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벤틀리가 폭스바겐의 방파제 안에서 안전한 것만은 아닙니다. 토르칼 같은 전기차 생산을 위한 핵심 인프라는 폭스바겐AG에 의존하는데 이 역시 중국 기반의 원자재와 부품 수급 등의 공급망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특히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비용 상승 역시 큰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이 영향에서 벤틀리도 자유로울 순 없습니다.
물론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도 토르칼은 성공적인 결과를 거둘 가능성이 높습니다. 오랫동안 브랜드를 지지해 온 부자들은 벤틀리의 헤리티지에 지지를 보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과연 토르칼은 유러피안 럭셔리의 마지막 희망일까요, 아니면 꺼져가는 마지막 불꽃일까요? 중요한 것은 토르칼 이후의 행보가 될 것 같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