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심을 건 부분변경, 메르세데스 벤츠 더 뉴 S 클래스 공개(2)
- 한명륜 기자

- 2일 전
- 4분 분량
디자인, 편의
벤츠 s 클래스
지난 1월 30일, 슈투트가르트 메르세데스 벤츠 뮤지엄에서 S 클래스(W223)의 부분변경 모델인 더 뉴 S 클래스가 공개됐습니다.

대담 혹은 천박?
외관 및 실내 디자인
디자인은 부분변경의 가장 큰 과업입니다. 괜히 페이스리프트라고 불리는 게 아닙니다. 그리고 더 뉴 S 클래스의 이 과업 결과에 대한 평가는 우호적이지 않습니다. 한국에서만 유난스러운 게 아닙니다. 공개 행사 당일 선보였던 과거의 S 클래스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것이 있죠.

문제로 꼽히는 건 전면 헤드램프를 장식한 ‘트윈 스타’ 삼각별 형상의 헤드램프 디자인입니다. E 클래스만 해도 참았는데, S 클래스에서까지 이러는 건 못 참겠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실내의 디지털적 화려함은 솔직히 현대차가 하고 있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방식입니다. 은근함과 상징성이란 없습니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달리는 이사실(Boardroom on wheels)라는 표현을 썼는데, 그 이사란 존재는, 잘 봐줘야 중국식 신데렐라 스토리에 나오는 남자 주인공 정도가 떠오릅니다. 도대체 왜 이런 걸까요?
이 부분에서는 ‘중국’이라는 존재감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현재 S 클래스가 가장 많이 팔리는 시장이 중국입니다. 거기에 다른 어떤 국가보다 소비자들이 젊은 편입니다. 중국의 젊은 부자들은 화려하게 로고를 드러내는 것을 좋아합니다. 중국의 젊은 큰 손들이 주 구매 고객층이 된 브랜드들은 예외가 없습니다.


여기서 잠깐 생각해봅니다. 이를 천박하게 여기는 것이, 혹시 그 동안 배워 온 유럽 바우하우스 중심의 산업디자인 미학에 의한 학습된 차별일까? 너무 유럽 중심의 미학을 최고 가치로만 생각하지 않았나? 하지만 인류 역사 속에서 미의식의 발전 경향을 보면, 보편적인 기준으로 봐도 중국 젊은 부호들의 이러한 취향은 세계 어디든 문화 발흥 초기에 나타난 현상입니다. 심지어 중국 고대의 예술 작품들을 봐도 어느 정도 사회 체제가 안정기에 접어들고 문화 의식이 정돈된 시대의 미감은 이렇지 않았습니다.
벤츠 S 클래스가 중국산이라는 건 틀린 이야기입니다만 가장 영향력 큰 고객의 미감-으로 부르기에도 민망한-기준 앞에 메르세데스 벤츠가 무릎을 꿇은 결과로밖에 볼 수 없습니다. 기능에 기반한 상징성과 여백을 통한 절제미 표현 등, 피에르 부르디외가 주목한 감춤을 통한 미의식의 표현은 더 이상 S 클래스에 존재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특히 현재 젊은 부자들은 시진핑 주석의 첫 집권기에 유년 시절을 보낸 이들입니다. 국수주의적 성향이 강하죠. 그렇게 보면 트윈 스타에 대한 의심을 지울 수 없습니다. 언젠가 라이트 모듈의 앰비언트 컬러가 붉은 색으로 바뀌고 별이 다섯 개가 되는 순간도 오지 말란 법이 없을 것 같습니다.

물론 미의식의 실패와는 별개로, 기능적인 면에서의 업그레이드는 있습니다. 새로운 디지털 라이트 기에 기반한 어댑티브 하이빔 어시스트 플러스는 선행차량과의 거리 등을 고려해 조도를 조절하며 도로 표지판을 밝게 비추되 눈부심을 최소화합니다. 또한 외부 기온이 영상 4℃ 이하일 때 미끄러운 노면이 있을 시 전방에 눈 아이콘을 투사하는 빙판길 경고(Icy Road Warning) 기능도 추가됩니다. 또한 도로 폭이 감소하는 구간에서는 좁아진 폭만큼 더 강한 조도를 빛을 비춰 안전 운행을 돕는 기능(Assistance on Narrow Road Section)도 더해졌습니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친절하게도 등화류 모듈의 구조까지 공개했는데 이를 보면 ‘트윈 스타’가 있어야 할 합리성은 더 떨어집니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육참골단?
AI 기반 MB.DRIVE 중국 시장에 먼저 출시하는 이유
더 뉴 S 클래스는 이번 부분변경을 통해 강화된 AI 역량을 바탕으로 MB.OS(Mercedes-Benz Operating System)를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이는 단순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넘어 차량의 모든 도메인을 하나로 묶는 전용 슈퍼컴퓨터 역할을 수행하며 하나의 생태계(Ecosystem)을 이룹니다.

또한 인텔리전트 클라우드와 연동되어 무선 업데이트(OTA) 기능을 극대화했습니다. 하드웨어가 노후화되어도 소프트웨어를 통해 최신 기능을 유지하겠다는 의지인데 테슬라를 의식한 내용으로 보입니다. 아닌 게 아니라 테슬라가 모델 S의 후속 계획이 없는 만큼,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의도로 보입니다.
또한 AI는 ADAS에도 적극적으로 개입합니다. 가장 눈에 띄는 기술은 복잡한 도심 교통 체증 속에서도 목적지까지 끊김 없는 주행을 지원하는 '포인트-투-포인트(point-to-point)' 주행 보조인 MB드라이브 어시스트 프로(MB.Drive Assist Pro)입니다. 그리고 이 기능이 가장 먼저 적용되는 시장은 역시 중국입니다.

그러나 이건 단순히 최대 고객 국가인 중국 예우로만 보긴 어렵습니다. 베이징, 충칭, 상하이 등 중국의 경제 중심 도시들의 도로 정체는 세계 주요 도시들의 케이스로 비교하면 평범한 수준입니다. 10km 주행 시 소요 시간이 29분대로 40위권이죠. 그렇지만 중국 도시들의 정체 구간은 자전거, 보행자 등이 복잡하게 뒤얽혀, 다른 국가의 정체와는 다릅니다. 자율주행의 데이터를 얻기 위한 엣지 케이스(edge case)인 셈입니다.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이런 데이터를 쉽게 얻기 어렵지만, 중국에서는 상대적으로 쉽습니다. 인텔리전트 클라우드를 통해 수집된 데이터들은, 자율주행 경쟁에서 뒤처진 메르세데스 벤츠가 디자인이란 살을 내주고 자율주행 데이터라는 뼈를 취하려는 전략으로 볼 수 있습니다.
기계적 완성도와 미학적 타협
다른 가치의 기묘한 조합
결국 이번 S 클래스 부분변경은 기계적 완성도와 '미학적 타협' 사이의 기묘한 조합이라 할 수 있습니다. 48V 시스템의 시동 이슈를 잡기 위해 럭셔리의 금기였던 플랫 플레인까지 도입한 엔지니어들의 사투는 메르세데스 벤츠이기에 가능한 개선입니다.
그러나 그 탄탄한 기초 위에 세워진 것은 슈투트가르트의 전통이 아닌, 충칭과 상하이의 화려하기만 한 욕망입니다. 아는 사람만 알아보는 기함 대신 누구나 즉각적으로 복종하는 권위의 퍼레이드카를 택한 것이죠. 기능적으로는 역대 최강의 S 클래스일지 모르나, 우리가 알던 그 '별의 자존심'은 이제 누구나 알아볼 수 있는 흔한 장식품으로 격하되고 있는 것은 아닐지 의심을 지울 수 없습니다. 그것이 자율주행 데이터를 얻기 위한 육참골단(肉斬骨斷)의 결정이라 하더라도요

한편 메르세데스 벤츠는, 올해로 최초의 자동차 파텐트 모터바겐을 만든 지 14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차쟁이들이야 BMW, 포르쉐로 정쟁(?)을 벌이고 있으나 정작 BMW와 포르쉐는 경쟁자를 넘어 동반자이자 업계 선배를 향한 존경과 축하의 메시지를 전하는 광고를 게재했습니다. 유럽의 기업은 근본적으로 경쟁하되 함께 시장을 만드는 길드에서 시작했기에 자연스런 문화라고 할 수 있죠. 더 뉴 S 클래스를 보며 그들은 디자인 논란이 아닌 자동차 산업의 미래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을 공유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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