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 벤츠 CLE, 한국 내 인기 비결은?
- 한명륜 기자

- 10월 9일
- 4분 분량
AMG 53 4MATIC 쿠페 2시간 만에 완판…2024년부터 집계 시 5,000대 넘어
처음 등장 시 자동차 전문가들에게 ‘이도저도 아닌, 장삿속 때문에 태어난 혼종’이라 비난받았던 메르세데스 벤츠 CLE 클래스가 인기입니다. 특히 한국에서 그렇습니다. 2025년 현재 한국 시장 판매량이 이미 2,215대를 달성했는데, 2024년의 판매량을 합치면 5,000대를 넘습니다. 한국 시장은 쿠페나 컨버터블이 인기를 누리는 시장이 아닙니다. 2도어어와 4도어로 선택지가 다양한 BMW도 4시리즈도, 세단이긴 하지만 성향 상 비슷한 선택지인 제네시스의 G70조차도 CLE의 판매량에 한참 미치지 못할 정도입니다.

어떻게 이런 성적이 나오고 있을까요? 더군다나 메르세데스 벤츠의 이미지도 예전 같지 않은데 말입니다. 그 이유를 간략히 살펴봤습니다.
메르세데스 벤츠 CLE
고급차의 보편적 가치 충족
나름대로 합리적인 가격과 경제성까지
CLE 클래스는 이른바 ‘차쟁이’라 불리는 이들에게 환영받지 못합니다. 쿠페의 외형을 가졌지만 승차감이 무르고, 스티어링의 날카로움이나 재미도 부족하다는 말이죠. 차의 엔지니어링이나 스포츠 드라이빙에 대한 이해도가 낮고 외형만 보는, 고소득 저관여 수요자들에게나 어울린다며 깎아내리기도 합니다 주로 이런 경우 비교 대상은 4시리즈입니다. 4시리즈와 8시리즈 사이에 위치한 애매한 포지션도 공격거리죠.

하지만 뒤집어 생각하면 이는 세일즈 측면에서 크나큰 강점입니다. 아무리 스포츠카라 하더라도 대부분은 일상 주행이 목적이죠. 부드러운 승차감은 단점이 아닙니다. 게다가 BMW에 비해서 부족할 순 있겠지만 이 차도 엄연히 후륜 기반 4륜인데다 후륜 조향 기능(200은 옵션)까지 선택할 수 있어 조향 성능이 나쁘다고 할 수 없습니다.

가격도 생각보다 합리적입니다. CLE 200 기준으로 쿠페는 7,200만 원대, 카브리올레가 7,800만 원대입니다. 3.0리터 엔진이 들어가는 450의 경우 쿠페 9,800만 원대, 카브리올레 1억 1,000만 원대입니다. 고성능 라인업인 53 AMG 역시 쿠페 1억 700만 원대이며, 딜러 한정으로 선보였던 카브리올레도 1억 1,500만 원대였습니다.
게다가 450 4MATIC을 직접 시승해본 결과 실 주행(시내, 간선 복합) 복합 연비가 무려 13km/L대였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bckPFU7YG3M&t=3s 수입차를 타면서 무슨 연비를 신경 쓰느냐고 할 지도 모르겠지만 일상 지출이 주는 감각은 또 다른 문제죠.

게다가 아직도 ‘고급차’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브랜드가 메르세데스 벤츠인 것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쿠페나 카브리올레는 그 고급 브랜드의 상징적인 장르죠. 해당 장르에 대한 신뢰가 시장에 퍼져 있는 겁니다. 이는 올해 9월까지, 제네시스의 G70가 CLE보다 800대나 적은 1,400여대밖에 판매하지 못한 이유를 역으로 잘 설명합니다. 툭 하면 나오는 단종설과 그에 대한 명확한 해명의 부재는 소비자로 하여금, 제네시스가 쿠페형의 세단조차도 지속하지 못할 것이라는 부정적 기대를 갖게 합니다. 물론 CLE 클래스도 E 클래스와 C 클래스 쿠페 및 카브리올레의 단종 이후 나온 것이지만 어찌 됐든 장르의 연속성은 지켜진 것입니다. 즉 쿠페나 카브리올레에 있어 메르세데스 벤츠가 확실한 명가이고, 적어도 이런 이미지는 최근 전기차로 인한 브랜드 이미지 추락과 상관없는 것으로 여기게 할 만큼 강력합니다.
쿠페, 카브리올레 명가다운 디자인
비슷한 급 브랜드엔 경쟁자 없어
디자인 면에서도 강점이 있습니다. 물론 이 부분은 주관적일 수도 있습니다만, 제가 봤을 때, 메르세데스의 쿠페, 카브리올레 디자인 강점은 바로 후미입니다. 이 장르를 진짜 잘 만드는 브랜드들은 측면 라인에서 컨버터블과 쿠페가 큰 차이가 없습니다. 쿠페는 멋지게 디자인하고서도 카브리올레는 마치 중절모같은 측면을 갖고 있는 차들이 많습니다. 바로 납의 수납 공간 때문이죠. 특히 소프트탑 수납 공간으로 인해 트렁크 라인과 캐빈의 분절감이 심하게 나타나면 우스꽝스러워집니다.
이런 디자인을 잘 만드는 브랜드들이 한 단계 윗급의 브랜드들이죠. 포르쉐의 카브리올레나 타르가, 벤틀리, 페라리 모두 쿠페와 진배없는 카브리올레 디자인을 만들어냅니다.
그 가치를 프리미엄 혹은 어퍼 프리미엄(upper premium)급에서 잘 해오고 있는 브랜드가 바로 메르세데스 벤츠입니다. 물론 취향에 따라 BMW나 아우디의 컨버터블을 더 좋아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쿠페와 컨버터블의 일치된 라인이라는 관점에서만 보면 메르세데스 벤츠라는 것이죠.

실내 공간 역시 여유로운 크루징에 적합합니다. 또한 고질적인 스티어링 휠 치우침 문제도 해결됐으며 안락감도 우수합니다. 눈에 핏발을 세우고 달리는 드라이빙이 아니라, 찾아가고 싶은 풍경의 일부가 돼 유영하는 기분을 주는 것이 메르세데스 벤츠의 쿠페, 카브리올레 인테리어 디자인 철학입니다.
여유로운 컨버터블 라이프(convertible life) 중시
고소득 1인 가구 증가
더군다나 핵심 타깃인 고소득자 1인 가구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그다지 여러 사람과 함께 차를 타려는 성향도 없다 보니 오히려 실리적 관점에서 쿠페나 카브리올레를 원하는 것이죠. 2021년과 2023년 기준 1인 가구의 경우 휴식이나 여가도 혼자 보내려는 경향이 강합니다. 1인 가구 모두가 부유한 것은 아니지만, 보다 한정된 재원을 자신에게 온전히 투사하려는 경향성이 강하다고 본다면, 쿠페나 카브리올레는 의외로 괜찮은 선택지입니다.

다만 앞서 살펴본 것과 마찬가지로 이들 역시 일상에서의 편의성과 여가의 즐거움이 쉽게 전환되는 삶(convertible life)에 대한 욕구가 큽니다. 보다 여유로운 삶이죠. BMW의 질주감과는 약간의 거리가 있는 태도이기도 합니다. 물론 결과론적인 분석일 수 있고, BMW 4시리즈 컨버터블을 타고 여가를 즐기는 1인 고소득자도 많겠죠. 그러나 여기서는 어디까지나 숫자만 본 것입니다. 4시리즈의 2025년 9월까지 판매량은 제네시스 G70보다 겨우 100대가 많은 1,500대입니다. 컨버터블이 포함되는 M4를 합쳐도 1,700대가 되지 않습니다. 다만 BMW의 경우 컨버터블 전용인 Z4가 300대 정도의 판매량을 보여주며 이 장르에서 약간의 보완 효과를 발휘합니다.
의외로 넓은 선택지
파워트레인과 모델까지
CLE는 4도어 모델이 없는 온전한 2인승 전용 클래스라는 점에서 장르의 고유성을 중시하는 고객들에게 매력적일 것입니다. 그런 한편으로 쿠페와 카브리올레, 파워트레인의 다양화를 통해 선택지가 넓다는 장점이 있어 고객들을 다양하게 포섭할 수 있습니다.

CLE 200은 최고 출력 204ps(6,100rpm), 최대 토크 32.6kg∙m(2,000~4,000rpm)의 평범한 성능을 발휘하는 2.0리터 엔진 장착 모델이지만 개성있는 스타일과 오픈에어링의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기존 C 클래스 카브리올레와 비교해도 가격 차이가 크지 않습니다.
450 4매틱은 3.0리터 직렬 6기통 터보의 MHEV 시스템으로 정숙성과 적당한 동력 성능이 매력입니다. 사실 381ps(5,800~6,100rpm), 최대 토크 51kg∙m(1,800~5,100rpm)도 강력한 성능이죠. 요즘 워낙 괴물 같은 차들이 많아서 그렇지 고성능에 속합니다. 물론 해당 엔진과 MHEV 시스템의 오류 등 고질병이 있죠.
AMG 53은 트윈터보차저가 적용돼 최고 출력이 449ps, 최대 토크가 57.1kg∙m로 상향된 엔진입니다. 변속기도 듀얼 클러치 계열인 AMG 스피드시프트 TCT(Twin Clutch Transmission) 9G로 AMG 의 퍼포먼스 주행 프로그램이 적용됩니다. 또한 AMG 라이드 컨트롤 서스펜션이 적용돼 역동적인 주행감각까지도 함께 즐길 수 있죠.
물론 최근 메르세데스 벤츠의 브랜드 가치가 예전 같지 않습니다. 특히 전동화 시대에 뒤처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독일의 제조업 쇠퇴와 맞물린 현상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잘 하는 것을 잘 합니다. 강력한 경쟁자들도 넘볼 수 없는 벤츠만의 영역이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차가 바로 CLE 클래스이고, 그 자신감은 판매량으로 증명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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