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투싼, 첫날 1만 5,000대 계약 기록의 이면

아반떼, 그랜저 모두 제치고 올해 최대 실적…자연스런 고가 트림 선택 '상방 압력'
현대차의 2026년 최고 볼륨 모델, 디 올 뉴 투싼이 계약 첫 날에 1만 5,000대를 돌파했습니다. 이는 2026년 기준 8세대 아반떼와 7세대 그랜저 부분변경 모델을 제치고 올해 출시 첫 날 최고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현대차 디 올 뉴 투싼 최다 계약 성과
현대자동차는 6년 만에 선보인 5세대 완전변경 모델 ‘디 올 뉴 투싼(The all-new TUCSON)’이 계약 개시 첫날 총 1만 5,045대의 계약 대수를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지난 2020년 9월 출시된 4세대 투싼의 첫날 실적(1만 842대)을 4,200대 이상 크게 웃도는 수치로, 역대 투싼 라인업 가운데 첫날 최다 계약 기록을 경신한 성과입니다. 치열해진 준중형 SUV 시장 환경 속에서도 압도적인 상품성을 바탕으로 흥행 돌풍을 일으키며 국내 대표 패밀리 SUV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증명했습니다.

초기 흥행을 이끈 핵심 요인은 디자인, 차체 공간성, 파워트레인, 첨단 디지털 경험 등 전 영역에 걸친 상품성 혁신과 더불어 실속형 고객과 프리미엄 선호 고객 모두를 만족시킨 트림 구성에 있습니다.
현대차가 밝힌 계약 분석 결과, 최상위 트림인 인스퍼레이션이 44%로 가장 높았습니다. 그 뒤로 엔트리 트림인 H-Pick(33%), 중간 트림 익스클루시브(22%), 아웃도어 특화 트림 XRT(1%) 순으로 집계됐습니다. 특히 인스퍼레이션 비중은 기존 모델(29%) 대비 15%p 급증하며 준중형 세그먼트에서도 최고급 사양과 첨단 기능을 선호하는 뚜렷한 고급화 트렌드를 보여주었습니다. 인스퍼레이션 트림에는 17인치 디스플레이 기반의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플레오스 커넥트’, 고속도로 주행 보조 2(HDA 2), 듀얼 스마트폰 무선 충전 시스템 등 프리미엄 사양이 기본 탑재되어 만족감을 극대화했습니다.
동시에 기본 트림인 H-Pick의 선택 비중(33%) 역시 높게 나타났습니다. 이는 기본 트림부터 12.9인치 또는 17인치 디스플레이 기반 플레오스 커넥트와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 전방/후방 주차 충돌방지 보조, 서라운드 뷰 모니터 등 선호도가 높은 핵심 사양을 대거 기본화하여 실질적인 체감 가성비를 대폭 높인 점이 주효했던 것으로 풀이됩니다. 파워트레인 부문에서는 하이브리드 모델의 선택 비중이 55%를 기록해 가솔린 모델을 넘어서며 대세로 자리 잡았습니다. 기존 투싼 하이브리드 비중(48%)보다 7%p 상승한 것으로,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구현한 강력한 동력 성능과 뛰어난 연료 효율이 주된 인기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44%가 인스퍼레이션? 자연스런 업셀링일까 강제에 가까운 유도일까

일각에서는 현대차가 홍보하는 ‘기본 트림 상품성 대폭 강화’ 이면에 고가 트림 선택을 정교하게 유도하는 가격·옵션 설계가 깔려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가솔린 1.6 터보 모델의 경우, 신규 SDV 경험의 핵심인 ‘17인치 플레오스 커넥트’는 기본 트림(H-Pick, 3,140만 원)에서 옵션으로조차 추가할 수 없습니다. 결국 대화면 인포테인먼트를 원하는 소비자는 중간 트림인 익스클루시브(3,530만 원)로 올라서야 하는데, 여기서 17인치 화면(커넥트 플러스)과 선호도가 높은 첨단 주행 보조(현대 스마트센스), 시트 편의(컴포트 II), 외장 램프(익스테리어 디자인 I) 등을 더하면 차량 가격은 3,804만 원으로 크게 오릅니다. 이들 사양이 기본 탑재된 최상위 트림 인스퍼레이션(3,790만 원)은 오히려 14만 원 저렴할 뿐만 아니라 천연가죽 시트와 2열 차음 유리까지 기본 사양입니다. 즉, 중간 트림에서 필요한 편의 사양을 채워 넣으려던 소비자가 비용 역전 현상을 마주하고 울며 겨자 먹기로 최상위 트림으로 밀려 올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파워트레인 | H-Pick | 익스클루시브 | XRT | 인스퍼레이션 |
1.6 터보 가솔린 | 3,140만 원 | 3,530만 원 | 3,680만 원 | 3,790만 원 |
1.6 터보 하이브리드 | 3,615만 원 | 3,990만 원 | 4,165만 원 | 4,270만 원 |
이러한 가격 유도 의혹은 친환경차 세제 혜택이 적용되는 1.6 터보 하이브리드 모델에서도 이어집니다. 중위 트림인 익스클루시브(3,990만 원)에 17인치 플레오스 화면과 선호 옵션(커넥트 플러스, 현대 스마트센스, 컴포트 II, 익스테리어 디자인 I)을 조합하면 총액은 4,264만 원에 달해, 최상위 인스퍼레이션(4,270만 원)과의 격차가 불과 6만 원 수준으로 좁혀집니다. 6만 원 차이에 천연가죽 시트, 2열 이중접합 차음 유리, 앰비언트 무드램프, 외장 고급 내외장재 마감이 통째로 포함되는 셈이어서 소비자로서는 중간 트림을 고르는 것이 사실상 손해처럼 느껴지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게다가 빌트인 캠 2 Plus의 경우 최상위 트림에서는 단독 선택(65만 원)이 가능하지만, 익스클루시브에서는 커넥트 플러스(95만 원)와 스마트 익스테리어(135만 원)를 연쇄적으로 묶어 구매해야 하는 강제 조건까지 걸려 있어 ‘고가 트림 몰아주기’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물론 이런 판매 전략이, 비단 현대차만 구사하는 것도 아니고 자동차 외 다른 소비재에서도 흔히 나타나는 전략입니다. 제조사 입장에서도 막대한 비용을 들여 개발한 차체와 신기술을 바탕으로 고부가가치 트림의 판매 비중을 늘려 수익성을 확보하려는 셈법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누구나 약간의 노력만 하면 접근할 수 있었던 대중적 패밀리 SUV가, 이제는 쉽게 선택하기 어려운 상위 고가 차종으로 인식되게 만든다는 점은 우려할 만합니다. 특히 편의 사양을 채우는 과정에서 하위 트림이 오히려 불리해지는 구조 때문에 소비자가 실질적인 손해를 본다고 느낀다면, 그 소비자들이 과연 브랜드 내 충성 고객으로 남을 수 있을까요? 애매한 가격대 속에서 "차가 좋아졌다니까" 선택하더라도, 계속 이런 식의 '차급 밀어 올리기'가 이어진다면 결국 소비자들이 다른 수입 브랜드로 옮겨갈 수 있다는 생각을 품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중고 SUV 시장에서 투싼의 감가율은 동급 하이브리드인 토요타 라브4에 훨씬 미치지 못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 1만 5,000명의 계약자 중 얼마나 현대차의 충성 고객으로 남아 있을까요? 물론 줄어들고 남은 고객도 국내에서 압도적인 수치겠지만, 생각해볼 부분이 아닐까 합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