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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리 마니아들을 안심시키는 소식, 12 칠린드리 마누알레

  • 작성자 사진: 한명륜 기자
    한명륜 기자
  • 1시간 전
  • 3분 분량

8단 DCT 기반의 6단 수동 변속 모사 3페달 시스템

페라리는 스포츠카 브랜드가 아니라, 레거시 자동차 산업의 자존심이었습니다. 이를 크게 어겨본 적이 없죠. 비록 브랜드 최초 전기차 루체가 준 충격이 크긴 했으나 내연기관을 기반으로 운전자와 긴밀히 교감하는 레이싱 기반 스포츠카라는 지향점에 변화가 없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기조를 가장 강렬하게 보여주는 차가 자연흡기 12기통 엔진을 갖고 있는 12 칠린드리입니다.


페라리 12 칠린드리 마누알레

 

12 Cillindri Manuale
페라리의 12 칠린드리 마누알레

마라넬로 시간으로 7월 3일, 페라리는 이 12 칠린드리를 통해 충성도 높은 마니아와 고객들을 모두 안심시키는 새로운 모델, 12 칠린드리 마누알레(12 Cillindri Manuale)를 공개했습니다. 말 그대로 ‘매뉴얼’인데 기어봉과 3개의 페달을 갖춘 차입니다. 자연흡기 엔진에 진짜 수동변속기일까요?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6단 수동변속기 적용’ 숏폼에 현혹되지 말 것

8단 DCT 기반 마누알레 바이 와이어


The "12 Cilindri Manuale," which electronically simulates a 6-speed manual transmission and a three-pedal setup without compromising the logic of the 8-speed DCT.
8단 DCT 의 로직을 해치지 않으면서 6단 수동변속기, 3페달 구조를 전자제어로 모사한 12 칠린드리 마누알레

 

지금 숏폼을 보면 페라리가 12 칠린드리에 6단 수동변속기를 물렸다고 호들갑 떠는 게시물들이 보이는데요. 물론 조회수를 올리기 위한 게시물이지만 이해도가 낮은 이들에게는 충분히 혼동을 일으킬 만한 내용들입니다.

 

우선 12 칠린드리는 8단 DCT(듀얼클러치) 변속기를 장착합니다. 여기에 클러치 바이 와이어 즉 운전자가 클러치 페달을 조작할 때의 압력과 각도를 센서가 파악하고 이를 기계적으로 구동계에 전달해, 수동변속기 조작과 같은 개입감을 만들어내는 시스템이죠. 그래서 마누알레 바이 와이어(Manuale by-wire)인 겁니다. 이렇게 해서 전체 8단 중 6단에서 수동변속기와 같은 기계적 손맛을 구현합니다. 주행(D)·후진(R)·중립(N) 모드 제어 장치에서 발생하는 신호는 변속기 제어 장치(TCU)로 전송되는데 DCT의 로직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운전자의 변속 조작은 각 축에 하나씩 탑재된 두 개의 홀 효과 각도 센서(Hall-effect angle sensor, 부품끼리 서로 닿지 않고도, 자기장 변화를 기반으로 기어 레버의 변화 각도를 실시간으로 잡아내는 센서)가 정밀 감지합니다. 운전자에게 명확한 물리적 피드백을 전달하는 액추에이터로는 기계적 잠금 장치 역할을 수행하는 푸시풀 솔레노이드 (push- pull solenoid, 전류가 흐를 때 발생하는 자석의 힘을 이용해, 내부의 금속 핀을 앞으로 밀어내거나(Push) 뒤로 당기는(Pull) 장치)를 적용했습니다.

A manual shifter delivering crisp physical feedback and pure driving pleasure.
운전자에게 명확한 물리적 피드백과 쾌감을 전달하는 수동변속기 레버

기어 셀렉터는 셀프 센터링 기능을 갖추고 있습니다. 각 기어의 위치는 페라리의 상징적인 기어 시프트 게이트를 통해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으며, 후진 기어를 체결하려면 레버를 아래쪽으로 누르면 된다고 합니다. 저를 포함해 대부분의 독자들이 직접 해 볼 일은 없겠지만요.

 

그렇다면 클러치 페달은 어떨까요? 전통적인 수동변속기에서 클러치 페달은 구동력을 잠시 끊었다가 변속기의 다음 단에서 구동력을 부드럽게 연결해줍니다. 페라리의 클러치 바이 와이어는 특수 곡면 가공된 회전 드럼과 프리로드(preload) 시스템을 결합해 작동됩니다. 여기에 스프링, 캠, 롤러는 철저히 아날로그 구조인데 이를 제어하는 것은 정밀한 디지털 제어 시스템입니다.

 

결과적으로 메커니즘에 대한 상세 부분을 건너뛰고 현상만 보면 결국 클러치가 있는 수동변속기 차량을 조작하는 경험과 동일하게 됩니다. 프리로드 시스템은 레버 조작 시의 묵직한 저항감과 기어 체결 시 경쾌한 해방감의 연결을 구현합니다. 여기에 변속 타이밍이 어긋날 경우 충격까지도 재현했습니다.

 

엔진 사양은 동일합니다. 최고 출력 830ps(9,250rpm), 최대 토크 69.14kg∙m(7,250rpm) 최대 엔진 회전수 9,500rpm의 뱅크각 65°의 드라이 섬프 방식 6.5리터 엔진이 들어가 있습니다. 0→100km/h 가속 시간은 2.9초 200km/h까지는 7.9초이며 최고 속력은 340km에 달합니다.

 

 

GTB/4에 경의를 표하는 섬세한 핀스트라이프

25가지 색상 선택 가능

 

12 칠린드리 마누알레는 전설적인 '365 GTB/4'를 오마주한 핀스트라이프 마감, 레이저 각인 배지, 최고급 알칸타라 소재로 차별화된 디자인을 보여줍니다. 1950년대부터 70년대 그란 투리스모(Gran Turismo) 차량에 대한 오마주 표현이죠.

 

여기에 한정판 양각 스쿠데토 배지와 6단 매뉴얼 변속기에 경의를 표하는 전용 리버리 및 6개 세로형 홈 시트 트림이 들어갑니다. 실내에는 테일러 메이드 실버·탄소섬유 플레이트와 정교한 음각·도색 로고가 새겨진 도어 실로 특별함을 완성했습니다. 외관에는 무려 25가지의 컬러가 적용됩니다. 론칭 에디션의 시그니처 컬러인 로쏘 루비노(Rosso Rubino)외에 아르젠토 뉘르부르크링(Argento Nürburgring), 네로 데이토나(Nero Daytona), 루비노 미칼리자토(Rubino Micalizzato), 로쏘 디노(Rosso Dino), 지알로 몬테카를로(Giallo Montecarlo), 베르데 젤트벡(Verde Zeltweg), 아주로 라 플라타(Azzurro La Plata), 블루 포치(Blu Pozzi), 비앙코 밀레 밀리아(Bianco Mille Miglia), 비올라 홍콩(Viola Hong Kong) 등 역사적인 도시와 서킷 명이 연결된 컬러 중에서 선택 가능합니다.


Forged alloy wheel only for 12 Cillindri Manuale
마누알레 전용 단조 알로이 휠

 

Rosso Rubino color for 12 Cillindri Mnuale launching edition
론칭 에디션의 시그니처 컬러인 로쏘 루비노(Rosso Rubino)

실내 디자인의 핵심은 아노다이징 알루미늄을 통째로 깎아 만든 기어 노브입니다. 여기에 화이트와 앰버(호박) 색상의 백라이트가 적용되며 바디와 빛을 은은하게 퍼뜨리는 광확산 레이어, 그리고 12개의 LED가 내장된 일체형 PCB 회로 기판으로 구성됩니다.

 

Anodized aluminum gear knob, machined from a single block.
아노다이징 알루미늄을 통째로 깎아 만든 기어 노브

이 차는 북미 기준 67만 5,000달러 한화 역 3,100만 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12 칠린드리 마누알레가 직면케 하는 것은 가격을 넘어선 ‘사치’의 정의입니다. 불편으로 기억되었던 조작 동작들이 실제로는 기계의 정교한 엔지니어링을 직접 통제하는 경험. 이미 일상에서 안락함과 효율을 누리고 있기에 차에 앉아 있는 동안은 기꺼이 즐거움으로 다가오는 불편. 그것이 페라리가 전하는 사치의 아름다움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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