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엔 일렉트릭은 포르쉐를 구할 구세주가 될 수 있을까?
- 한명륜 기자

- 40분 전
- 4분 분량
전기차 시장 전망 오판 이후 영업 이익 급감, 공학적 걸작으로 다시 승부
독일 현지 시간으로 11월 19일, 포르쉐가 마침내 카이엔의 순수 전기차 카이엔 일렉트릭(Cayenne Electric)을 공개했습니다. 4세대 모델 기반의 카이엔 일렉트릭은 실주행과 가상 조건 등을 포함한 다양한 가혹 주행 시험을 통해 타이칸, 마칸 일렉트릭에서 또 한 걸음 나아간 공학적 걸작을 만들어냈습니다.

그러나 지금 포르쉐의 사정은 좋지 않습니다. 배터리 가격의 하락과 수요의 증대를 전망했지만 두 예측이 모두 빗나갔습니다. 뛰어난 영업이익은 포르쉐의 상징이었지만, 타이칸 이후 2~3년은 번 것을 고스란히 토해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카이엔 일렉트릭은, 30년 전, 내연기관 카이엔이 그랬던 것처럼 포르쉐에 구원 투수가 돼 줄 수 있을까요?
양산차로 옮겨 온 포뮬러-E 기술의 정점
포르쉐 카이엔 일렉트릭
이번에 공개하는 카이엔 일렉트릭은 사륜구동 기반 전자식 포르쉐 트랙션 매니지먼트 (ePTM)가 탑재된 카이엔과 카이엔 터보입니다. 먼저 선보였던 타이칸이나 마칸 일렉트릭도 마찬가지지만 카이엔 일렉트릭은 포뮬러-E 참가로 축적된 기술을 유감없이 선보이는 차입니다. 일단 완성도 면에서는 이견이 있기 어려운 차입니다.


카이엔 터보의 0→100km/h 가속 시간은 2.5초, 200km/h 까지의 가속 시간은 7.4초에 불과하며, 최고 속력은 260km/h에 달합니다. 최고출력 1,156ps, 최대 토크 153 kg∙m로 강력한 가속력을 자랑하죠. 이런 퍼포먼스의 핵심은 리어 액슬의 전기 모터에 적용된 직접 오일 냉각 시스템 덕분인데 지속적인 고출력 전개의 비결이기도 합니다. 또한 노멀 모드에서도 최대 857 ps를 발휘하며 푸시 투 패스 (Push-to-Pass) 버튼을 누르면 10초 동안 176 ps의 추가 출력이 활성화됩니다.

기본 모델인 카이엔 일렉트릭은 408ps, 런치 컨트롤 시 442ps와 85 kg∙m의 토크를 발휘,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가속하는 데 4.8초, 최고속도는 230km/h에 달합니다.
회생 제동 가능 전력은 최대 600 kW에 달해 포뮬러-E 수준의 성능을 발휘합니다. 일상 주행에서는 약 97%의 제동이 회생 제동만으로 가능해 기계식 마찰 브레이크 개입이 거의 필요 없는 수준입니다. 물론 카이엔 터보는 포르쉐 세라믹 컴포지트 브레이크 (PCCB)를 옵션으로 제공합니다. 이 정도의 회생 제동 능력이면 브레이크 패드가 마모될 틈이 없을 겁니다.
800V 아키텍처 적용, 10분 충전으로 315~325km
무선 충전도 가능
새로이 개발된 고전압 배터리는 6개의 교체형 모듈과 192개의 대형 파우치로 구성되며 용량은 113 kWh에 달하합니다. 최적의 열 관리를 위한 양면 냉각 기술이 적용됐습니다. 배터리는 흑연 실리콘 음극과 니켈·망간·코발트·알루미늄 (NMCA)으로 구성되며, 86퍼센트까지 높아진 니켈 함량으로 현행 타이칸 대비 7% 높은 에너지 밀도를 구현합니다. 덕분에 기본 모델은 최대 642km, 터보 모델은 최대 623km (WLTP 기준)의 주행이 가능합니다.

또한 800V 아키텍처를 적용, 최대 390kW~ 400kW까지의 초급속 충전을 버틸 수 있습니다. 배터리 충전 상태 (SoC) 10%에서 80%까지 충전하는데 16분이 채 걸리지 않으며, 단 10분 충전만으로 카이엔은 325km, 카이엔 터보는 315km(WLTP 기준)의 주행 가능 거리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여기에 15℃에서도 이러한 급속 충전이 가능합니다. 또한 카이엔 일렉트릭은 최대 11 kW로 충전 가능한 무선 충전 시스템을 옵션으로 제공합니다.
전기차 시대에도 운동성능은 포르쉐
넉넉한 휠베이스로 공간성도 확보
카이엔 일렉트릭의 전장은 내연기관 모델보다 55mm 더 긴 4,985mm에 달합니다. 휠베이스도 3,023mm로 130mm나 깁니다. 전폭은 1,980mm, 전고는 1,674mm이다. 입니다. 포르쉐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사이즈는 아니죠. 그럼에도 운동성에는 양보가 없습니다.

기본 모델과 터보 모두 어댑티브 에어 서스펜션과 포르쉐 액티브 서스펜션 매니지먼트 (PASM)가 기본 적용됩니다. 터보의 경우 포르쉐 토크 벡터링 플러스 (PTV Plus) 리미티드 슬립 리어 디퍼렌셜이 적용됐습니다. 또한 모두 최대 5°까지 조향 가능한 리어 액슬 스티어링을 적용할 수 있으며 포르쉐 액티브 라이드 (Porsche Active Ride)도 최초로 적용 가능하게 됐습니다.
긴 휠베이스는 넉넉한 레그룸과 편의성을 제공합니다. 리어 시트에도 전동식 조절 기능이 기본이며, 안락한 승차 모드부터 적재 모드까지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습니. 적재 용량은 781-1,588리터이며, 여기에 90리터 용량의 프런트 러기지 컴파트먼트가 추가된다. 견인력도 최대 3.5톤에 달합니다. 내연기관 시절에도 카이엔의 견인력은 유명했죠. 모노코크 섀시임에도 항공기 견인 등의 실험을 버텨냈습니다.
새롭게 도입된 무드 모드 (Mood Modes)는 선택된 프로그램에 따라 시트 포지션, 조명 분위기, 공조 시스템, 사운드 프로필, 디스플레이 화면 구성 변화까지 보여줍니다. 가변식 라이트 컨트롤 (Variable Light Control) 기능이 포함된 슬라이딩 파노라믹 루프 (Panoramic Roof)는 전기 제어식 액정 필름을 적용해 개방성을 극대화했습니다. 시트, 팔걸이와 도어 패널 등에는 새로운 발열 시스템이 적용돼 겨울철 안락함을 더합니다.

새로운 포르쉐 디지털 인터랙션 (Porsche Digital Interaction)은 포르쉐 드라이버 익스피리언스를 확장하는 디지털 운영 철학이자 디자인 언어로 빠른 기능 접근과 개인화를 목표로 합니다. 또한 포르쉐 앱 센터 (Porsche App Centre)에서 다양한 외부 서비스 앱을 차량에 직접 연동할 수 있으며 스트리밍 등의 다양한 기능을 제공합니다.
선호도 갈릴 헤드램프 디자인
카이엔의 새로운 정체성
포르쉐의 어떤 차량이든 마찬가지겠지만, 카이엔 역시 기능을 따르는 형태라는 철학을 고수합니다. SUV임에도 공기저항 계수가 0.25cd에 불과하며 포르쉐 액티브 에어로다이내믹 (PAA) 시스템은 주행 상황과 속도에 따라 제어합니다. 전면부의 가변 냉각 에어 플랩, 어댑티브 루프 스포일러, 그리고 터보 모델의 액티브 에어로 블레이드느 횡방향 티어 오프 엣지 (tear-off edges, 공기 흐름이 표면에서 분리되는 지점을 의도적으로 날카롭게 만든 모서리)를 확장해 공기 흐름을 개선하며 특히, 고속 주행 시 주행 거리 향상에 기여합니다.
전면 디자인은 큰 틀에서, 먼저 선보인 마칸 일렉트릭과 닮아 있습니다. 스타일 포르쉐 총괄 마이클 마우어 (Michael Mauer)는 “새로운 카이엔은 틀림없는 포르쉐인 동시에 카이엔”이라며, “이미 검증된 디자인 특징과 카이엔만의 정체성을 유지하며 미래지향적인 모던 디자인 콘셉트를 완성했다”고 강조합니다.
측면부는 프레임리스 도어와 도어 표면의 뚜렷한 캐릭터 라인이 특징입니다. 사이드 스커트는 입체감을 강조하며 볼케이닉 그레이 메탈릭 컬러로 마감됐습니다. 카이엔 터보는 하이글로스 블랙이며, 이 같은 투 톤 콘셉트는 차량의 스포티한 비율을 강조하는 효과가 있죠. 터보 모델 전용 휠 아치 트림은 오프로드 성능을 강조합니다. 실제로 험로 주행에 대응하는 옵션도 제공하고 있죠. 변경된 기하구조의 전면부, 진입 및 이탈각 개선으로 가파른 경사, 험로 등을 안전하게 주행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후면부는 눈에 띄는 3D 라이트 스트립과 애니메이션 그래픽, 그리고 조명이 들어오는 포르쉐 레터링을 적용했습니다. 카이엔 터보는 터보나이트 (Turbonite) 전용 컬러의 다양한 대비 요소가 특징으로, 포르쉐 크레스트, 알로이 휠 페이스, 사이드 윈도 트림은 물론, 라이트 스트립과 포르쉐 레터링에도 섬세한 터보나이트 액센트가 적용됩니다.

하지만 디자인은 911과 프로필 디자인을 공유했던 3세대의 카이엔이 더 매력적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습니다. 특히 LED 헤드램프 유닛이 높은 위치에 있는 SUV들, 예컨대 람보르기니 등과 비교하면 다소 놀란 눈처럼 보이며 날카로운 인상이 덜합니다. 공력 성능 면에서 최적의 계산을 거쳤겠지만 측후면 프로필도 자연스러워 보이지 않는 것이 단지 낯설기 때문일까요? 아무래도 실물을 보지 않는다면 속단하긴 어렵겠지만 약간은 아쉬운 측면이 있습니다.

카이엔 일렉트릭 모델의 국내 판매 가격은 카이엔 일렉트릭 1억 4,230만 원, 카이엔 터보 일렉트릭은 1억 8,960만 원부터 시작한다. 국내에는 2026년 하반기 출시될 예정입니다. 현재 포르쉐는 타이칸과 마칸 일렉트릭 등 전동화 모델들이 생각 이상의 수익을 가져다주지 못하고 있어 영업 이익이 99%나 감소하는 위기를 맞이했습니다. 전기차로서의 성능 완성도가 문제가 아니라 팔아도 별로 이익이 남지 않는 구조인데, 비싼 제작 단가가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과연 카이엔이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포르쉐 전체를 구할 수 있을까요? EU의 섣부른 완전 전동화 강제 정책의 후폭풍이 너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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