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Rewind] 9월 4주차, 쿠페와 로드스터의 시간
- 한명륜 기자

- 9월 27일
- 4분 분량
메르세데스 벤츠 CLE 라인업 완성, 미아타의 아버지 타계
쿠페, 컨버터블, 로드스터는 잘 팔리는 장르가 아니지만 브랜드의 가치르 말해주는 장르이기도 합니다. 이번 주 위클리 리와인드(Weekly Rewind)는 쿠페와 로드스터에 관한 특별한 소식입니다.

Weekly rewind 쿠페 로드스터
메르세데스 벤츠 CLE 클래스
AMG 53 4MATIC+ 쿠페 출시로 라인업 완성
메르세데스 벤츠의 CLE 클래스가 처음 선보였을 때 이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을 보이는 자동차 전문가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2024년 국내 출시 이후 실적은 성공적입니다. 2025년 8월까지의 판매량만 해도 2,215대가 판매됐습니다. 국내의 쿠페, 카브리올레 시장의 35%를 점유할 정도입니다. 사실 이 장르 판매량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고객들에게 각인된 브랜드의 위상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성능 이상의 무엇, 사치재로서의 자동차를 선택한다 했을 때 벤츠가 우위에 있다는 말이죠. 포르쉐나 벤틀리, 람보르기니 영역으로 가기 전에는 단연 메르세데스 벤츠의 입지가 그만큼 단단하다는 뜻입니다.

지난 9월 25일,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는 AMG 53 4MATIC+의 쿠페 모델을 출시하며 해당 클래스 전 라인업의 국내 출시를 완료했습니다. 지난 2월에는 카브리올레를 먼저 출시했죠. 가격은 1억 770만 원 그리고 15대 한정의 리미티드 에디션은 1억 3,130만 원입니다.
이 차는 3.0리터(2998cc) 직렬 6기통 가솔린 트윈 터보 엔진과 AMG 스피드시프트 TCT 9단의 파워트레인을 갖췄습니다. 최고 출력은 449ps(5,800~6,100rpm)이며 대 토크는 57.1kg∙m(2,200~5,000rpm), 정지 상태에서 100km/h 가속 시간은 4.2초입니다. 사실 AMG라는 네이밍에는 다소 부족해 보이는 성능이나, 공인 복합 연비가 9.6km/L로 고성능 모델 치고는 연비가 우수합니다. 실제로 이 모델의 일반 차종을 시승했을 때 연비가 13~14km/h에 육박했습니다. 이 차도 저공해 2종으로 공영주차장 주차요금 감면 혜택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AMG 모델인만큼 기존 CLE 클래스의 디자인을 그대로 살리되, 외관과 실내에 포인트를 줬습니다. 20인치 Y 스포크 경량 알로이 휠이 적용됐고 윤거(좌우 바퀴 간 거리)가 약간 넓어졌습니다. 여기에 리어에는 스포일러 립과 함께 2개 LED 리어 라이트가 더해졌습니다. 인테리어에는 투 톤 나파 가죽, 레드 스티치 등을 더한 스포츠 시트가 더해졌으며 메탈 트림이 적용돼 스포티한 며노를 더했습니다.

리미디드 에디션에는 테두리에 옐로우 컬러로 포인트를 준 20인치 단조 휠이 적용되며 그레이 컬러 브레이크 캘리퍼를 적용했습니다. 외관 컬러는 마누팍투어 그라파이트 그레이 마그노(MANUFAKTUR graphite grey magno)가 적용됩니다.
CLE 기본형 모델의 장점은 후륜 구동 기반 쿠페다운 조향의 재미와 동시에 일상 주행을 안락하게 하는 부드러운 주행 감각입니다. AMG 53은 극한 고성능이라기보다 CLE의 기본적인 매력에 파워를 약간 덧칠한 차라고 보면 됩니다. 가격도 요즘 같은 카플레이션 상황을 고려하면 ‘착한’ 편입니다. CLE의 선전은 더 이어집니다.
마쯔다 '미아타 파파'
츠토무 ‘톰’ 마타노 향년 77세로 타계
유럽 경량 로드스터의 정신을 일본 자동차 공학의 정교함으로 계승해 세계로부터 사랑받은 차, ‘미아타(Miata)’라는 수출명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 마쯔다 MX-5 입니다. 한국에도 이 차를 직수입하여 타고 다니는 분들이 더러 있죠. 바로 이 MX-5의 아버지로 알려진 자동차 디자이너이자 엔지니어, 저널리스트 츠토무 ‘톰’ 마타노(努 俣野)가 지난 9월 20일, 77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1947년, 원폭의 상흔이 크게 남아 있던 나가사키에서 태어난 마타노는 키치조지에 있는 세이케이 대학에서 엔지니어링을 전공했습니다. 그리고 1970년대 혈혈단신 미국으로 건너가 디자인을 공부했고 1974년 GM에 입사하며 자동차업계에 발을 들여놓게 됩니다. 1970년대 후반, 비자 만료와 오일 쇼크 등의 상황이 겹치자 그는 오스트레일리아로 건너가 홀덴에서 일하기도 했는데요. 이후 그는 뮌헨의 BMW를 잠시 거쳐 마쯔다의 북미 디자인 센터로 영입됩니다.
마타노의 손에서 MX-5가 빚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 태동에는 1980년대 미국판 <모터트렌드>의 에디터였던 밥 홀(Bob Hall)의 공이 더 켰습니다. 그는 일본에 거주했던 경험이 있었고 일본어에 능했으며, 무엇보다 일본 자동차 산업에 매력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차쟁이’들이라면 국내에서도 잘 알만 한 ‘모터팬’ 시리즈의 번역과 감수를 위해 일본을 오가던 홀은 마쯔다 방켈 엔진의 아버지인 야마모토 켄이치(山本健一) 에게 경량 로드스터 개발을 권합니다. 사실 야마모토 켄이치는 이에 대해 큰 관심이 없었는데, 홀이 트라이엄프(Triumph)의 스핏파이어(Spitfire)를 몰아보게 하는 등 지극한 노력을 기울였다고 하죠. 그 이후 MX-5의 개발이 시작됩니다. 저 유명한 ‘OGG프로젝트’죠.

‘OGG’는 ‘Off-line Go Go’의 이니셜이었습니다. ‘off-line’은 실험을 뜻했습니다. ‘On-line’ 차종은 이미 시판 중인 카펠라, 파밀리아 같은 차량들을 말하는 것이었죠. ‘Go Go’는 55의 일본어 독음이었는데, 55%의 성공 확률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였습니다.
마쯔다는 일본에서는 전인미답이었던 경량 로드스터의 성공을 위해 또 한 가지 전략을 세웠습니다. 바로 디자인 센터 간의 경쟁이었습니다. 공장이 있던 히로시마와 미국 디자인 센터가 그 대상이었습니다. 흥미롭게도 일본에서는 이 장르를 전륜 구동 기반으로, 미국 센터에서는 후륜 구동 기반으로 개발했습니다. 지금 보면 ‘경량 로드스터인데 전륜 구동을?’이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그 당시는 전륜 구동이 좀 더 선진적인 레이아웃으로 여겨졌습니다. 1984년 이 사내 경쟁 끝에 최종 선택을 받은 것이 미국 센터의 결과물이었죠. 마타노의 존재감을 이 때부터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물론 이 당시에는 MX-5의 강점이자 마츠다 하면 떠오르는 인마일체(人馬一體) 엔지니어링을 완성한 토시히코 히라이 등 엔지니어들의 존재감에 다소 가려지긴 했습니다. 그러나 1920년대 후반, 1930년대 생이 프로젝트의 주역들이었고 오히려 마타노는 당시 기준으로 절은 편이어서 직급 상 상대적으로 부각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마타노는 히라이의 엔지니어링 위에, 영국이나 이탈리아의 경량 로드스터와는 다른 일본만의 아름다움을 입히는 데 성공합니다. 자동차 저널리스트들이 MX-5를 ‘하나의 다른 세계’라고 칭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역시 마타노의 공이죠. 물론 1989년 미국 시카고 오토쇼 최초 출품 당시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지속되는 오일쇼크의 여파 등으로 낮은 배기량의 차들이 주목받게 되며 서서히 존재가을 높여가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마타노는 2000년대 초반 마쯔다를 떠나 샌프란시스코대 산하 아트 아카데미에서 교육자로서의 삶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사업가를 병행했죠. 2025년에는 저널리스트로도 활동했습니다. 자동차 디자이너들이 문필 활동으로 커리어의 만년을 보내는 것은 드물지 않은 일이지만, 여기엔 아마 미아타 개발 초기에 만났을 밥 홀의 영향도 있지 않았을까 합니다. 따지고 보면 MX-5 미아타(수출국마다 이름이 다양)의 전설도 한 언론인의 집념에서 시작됐다는 것을 그도 알고 있었을 테니까요.
그는 ‘공감적 디자인의 방법’을 강조했습니다. 학생들에게, ‘당신은 디자인하는 대상이 되고,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서 디자인을 생각해 보라’라는 것이 그의 핵심 메시지였습니다. 또한 그는 사물의 기능에 충실하며 비율, 태도 빛과 그림자 등에 집중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모터원(Motor1.com)의 에디터인 크리스 퍼킨스(Chris Perkins)는 그에 대해 “자동차 업계에서 가장 친절하고 사려 깊은 사람 중 한 명이었으며, 자동차, 디자인, 그리고 사람에 대한 열정이 결코 식지 않는 분”이라며 그를 추모했습니다. 영국판 <탑기어>의 비제이 패트니(Vijay Pattni) 역시 마타노의 생전 작업들을 기리며 ‘안녕 미아타 파파(RIP, Miata PAPA)’라는 추모의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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