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ure]오토살롱테크 모델 의상 논란, 낡은 질문이 남긴 빈자리
- 한명륜 기자

- 9월 26일
- 5분 분량
가려야 할 노출보다 채워야 할 공백에 대해 이야기하자
‘오토살롱테크코리아.’ 지난 주말인 9월 19일부터 21일까지, 킨텍스에서 열린 전시 명칭입니다. 국내 자동차 튜닝 및 애프터마켓 전시로 가장 오래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전시죠. 과거 코엑스 서울오토살롱에서 2019년 오토살롱위크로, 그리고 올해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이 행사는, 잊을만하면 나오는 뒷이야기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일부 부스에서 홍보 모델들이 입은(벗은) 노출 과한 의상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이에 대한 도덕적 문제제기를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그보다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있을 것 같아 생각을 해봤습니다.
모델 의상, 촬영 가이드라인 있는 도쿄오토살롱
한국이 더 ‘화끈’하다?
몇 년 전 오토살롱위크이던 시절부터 이번 오토살롱테크코리아(이하 ‘오토살롱테크’)까지 지속적으로 업계 관계자들 특히 포즈모델, 레이싱 모델들이 분노를 표하고 있습니다. 많은 오해를 불식시키고 자신들이 하는 일의 존엄성을 찾기 위해 기울이던 노력이 몇몇 모델들의 과한 노출 의상 때문에 망가지고 있다는 내용이죠.
틀린 말은 아닙니다. 촬영해 봤자 여기 실을 수도 없어서 찍지 않았는데, 일단 비키니도 아니고 란제리에 가까운 의상, 특히 하의 위 숏팬츠는 거의 ‘난도질’이 돼 있어서 각도에 따라서는 진짜 위험한 노출이 있을 수도 있는 의상이었습니다. 아예 탑은 입지 않고 대신 패드나 테이핑으로 대신한 의상도 있었죠. 올해도 그랬습니다.

아시아 최대 튜닝 및 애프터마켓 쇼인 규모인 도쿄오토살롱의 경우는 몇 년 전부터 모델들의 노출이 상당히 줄어들었습니다. 레이스퀸(레이싱모델)들이 경기복을 입고 나오거나 그에 준하는 의상이 많아졌고, 드레스나 원피스 등은 많지 않습니다. 노출이 좀 있다고 해도 그리드에서 보여 주는 팀 의상과 비슷한 방향입니다. 여기에 취미 촬영자들에 대한 통제도 엄격해졌습니다. 허리 아래로부터의 로우 앵글 촬영은 현장 스태프(주로 해당 기업 직원)에 의해 강하게 저지됩니다. 또한 포즈 촬영 시간도 한국에 비해 무척 짧습니다. 한국의 경우 한 타임이 거의 30분에 육박하기도 하는데 도쿄오토살롱의 경우 15분이나 20분을 넘는 곳도 많지 않았습니다.
솔직히 한국 모델들의 체형이나 외모가 그만큼 다양한 콘셉트를 소화할 만큼 아름답다는 것의 의미하기도 합니다. 물론 호모 플라스티쿠스라고 불러도 무방할 만한 타입도 보이지만 그래도 자연스런 본인들의 아름다움이 기반이 되니까 가능한 것이죠.
모시는 데 8개월 걸리는 참가 업체
싫은 소리 하기 어려워
한 베테랑 모델은 ‘누군 몸매가 안 돼서 바지를 팬티도 못 가리게 자르지 않는 줄 아느냐’며 격분했습니다. 또 다른 중견급 모델은 ‘도복을 입겠다’며 논란의 모델들에 대해 비판적인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누군지 뻔히 알지만 직접 지칭을 하거나 하진 않습니다. 바닥이 좁아 한 다리만 건너도 알게 되고 나중에 민망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죠. 굳이 얼굴 붉히기에는 그럴 권한이 없습니다. 굳이 따지면 앞서 한 모델이 언급한 대로 동업자와 선배들이 좋은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애썼는데 그것을 한 방에 깎아먹는다’라는 주장이 어느 정도의 설득력은 얻겠지만 그것도 어떤 규율이 아니죠. 문제의 의상을 입은 모델도 이 사실을 알고 있을지 모릅니다.

사실 대인 싸움이 되기 전에 전시의 조직위원회가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주면 안 될까? 어려운 일도 아닌 것 같은데 말이죠.
그러나 여기엔 실무 단계에서의 고충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조직위와 사무국은 킨텍스 직원들과 홍보대행사 임직원들입니다. 일단 전시홀을 채울 참가사를 찾는 것이 일입니다. 전시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와의 관계 때문에 다소간 손해를 봐도 참석하는 큰 기업의 경우야 그렇다 쳐도 중소규모의 유통사 참가를 독려하는 것은 무척 힘듭니다. 특히 애프터마켓 제품 유통사들 중에도 조금 큰 샵 규모인 경우가 많으므로 이들의 참여 결정을 유도하기가 어렵습니다. 업체들로서는 적지 않은 비용을 쓰는 일인데 그렇다고 참가가 유의미한 고객 증가로 이어지지도 않기 때문이죠.
그래서 조직위나 사무국이 ‘싫은 소리’를 할 여건이 못 됩니다. 참가 업체들은 순수 마이너스인 행사인데, 그나마 기왕 기분 좋게 참가하는 것 분위기라도 내 보자고 부스 모델을 기용하는 것이죠. 사실 그들의 입장에서는 그것도 비용이므로, 안 해도 그만입니다.

업체가 노출 있는 의상을 요구한다는 것도 어불성설입니다. 반드시 연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노출도가 높은 의상의 경우 해당 모델이 거부할 수도 있고, 허용한다고 해도 비용이 추가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경기도 안 좋은데 업체가 그 정도로 여유로운 경우를 보지 못했습니다.
대행사 입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전시, 순수익이 직원 3~4명의 한 달 월급이 될까말까 합니다. 킨텍스와의 관계 때문에 하는 거죠. 차가 드나들다 보니 안전에도 신경 써야 하고 다른 전시 대비 노동력이 훨씬 더 많이 듭니다. 굳이 이들이 참가 부스의 풍기 단속반이 되어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물론 극단적인 경우에야 경찰 신고가 들어가고 진행에 차질을 빚을 테지만 그럴 확률은 낮죠.
노출 많은 의상, 자동차 서브컬처 관점에선 이해할 수 있어
오토살롱테크 기획 의도와 엇나가는 것은 문제
노출이 많은 의상 자체가 근본 없는 행태는 아닙니다. 물론 미국의 세마(SEMA) 쇼는 워낙 전문성이 강해서 부스 베이비(booth babes)를 찾아보긴 어렵습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튜닝에 취미를 가진 셀럽들의 공연 같은 게 더 볼거리죠.
이런 노출 의상이 많은 포즈 모델의 원류는 1, 2차 세계대전 이후 지역 단위로 행해졌던 자동차와 핀업걸 행사, 그리고 1980년대 이후 지역 단위 카밋(Car Meet)과 랠리 등 모터스포츠 대회에 있습니다. 이러한 행사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히피, 락큰롤 등 백인 서브 컬처 지향성이 강했죠. 또한 계층적으로도, 백인 사업가들보다는 이민자들이 많았고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낮거나 부의 축적 기간이 짧은 이들이었습니다.
1990년대, 튜닝의 베이스카로 저렴한 일본 차종들이 각광받기 시작하며 시작된 ‘핫 임포트 나잇(Hot Import Night)’는 이런 성향이 두드러지는 행사였습니다. 코스튬 플레이를 비롯해 노출이 많은 의상도 이 쪽의 문화입니다. 이런 이미지가 영화나 뮤직비디오 등에 투영되면서 튜닝과 애프터마켓의 놀이 문화처럼 다른 나라에 전파됐습니다. 지금 한국에서 튜닝이나 애프터마켓에 관심이 있는 이들 상당수가 이 영향을 받았을 겁니다. 이것조차 서브컬처가 갖고 있는 약간의 조야함으로 받아들이고 그걸 그 나름대로 즐긴다면야 큰 문제는 안 될 겁니다.

문제는 오토살롱위크 시절부터 홍보 문구에 계속 ‘가족 단위 관람객’들을 언급했다는 데 있습니다. 물론 모객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습니다. 특히 주말에가족 단위 관객들을 놓치면 내장객 수를 포기해야 하는 것인데 그렇게 되면 킨텍스의 사업부 하나가 큰 영향을 받게 됩니다.
결국 구심점 되는 콘텐츠가 없는 것
튜닝, 애프터마켓에 대한 규제와 거부감도 걸림돌
결국 이런 상황이 문제가 되는 것은 메인 콘텐츠가 노출 많은 복장의 모델과 취미사진사들의 향연을 넘어설 수 없는 해당 전시의 한계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따지고 보면 충분히 좋은 컨텐츠로 발전시킬 수 있는 잠재력이 분명 존재하는 전시거든요.
특히 고성능 전기차의 경우, 해외 주요 전장, 부품 기업들이 엔지니어링과 코딩을 통한 새로운 애프터마켓 솔루션을 내놓고 있는 상황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한 것도 아쉽습니다. 물론 어려운 일이죠. 예산이 빠듯한데 업무 담당 에이전시 역량도 한계가 있고요.

그렇더라도 잘 될 만한 콘텐츠가 너무 부각되지 않는 것도 아쉽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정비 경진 대회인데요. 이거야말로 전시홀 중간에서 시간대를 정해 예선, 본선을 트라이아웃처럼 진행하고 쇼적인 면을 더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따로 인스타그램 계정도 만들어 보고요. 그런 걸 누가 봐, 라고 하겠지만 또 맥락을 만들어 놓으면 빠져드는 게 경연입니다. 단순히 차 수리하는 게 아니라 미션을 주고 기록 단축 경쟁을 한다든지, 말 그대로 자동차 정비인들의 올스타전을 한다고 하면 진짜 달라질 수도 있을 텐데, 경진 대회의 위상이 너무 곁가지입니다.
2016년의 경우에는 공연도 진행했는데 그런 것도 다시 생각해볼 부분입니다. SEMA 쇼에서도 공연은 계속 있습니다. 워낙 락 음악 뮤지션들 중 튜닝 마니아들이 있어서 그렇죠. 생전 밴 헤일런, 제프 벡을 비롯해 밴 헤일런을 거쳐 간 보컬리스트이자 기타리스트 새미 헤이거 등도 쇼의 단골 초대 손님이자 출품자였습니다.
이런 메인 볼거리와 함께 약간 서브컬처적인 느낌, 뭔가 성인잡지스런 컨셉의 부스가 있었다면 자연스럽게 그것도 변주로 읽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런 면에서 노출이 많았던 그 부스의 모델들도 어찌 보면 안타까운 거죠. 노출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 노출도 소화할 수 있는 맥락이 존재했다면 좋았을 텐데 말입니다.
사실 오토살롱테크는 구성과 진행이 무척 어려운 전시입니다. 참가 업체를 선정하는 게 아니라 정말 멱살 잡고 캐리해야 하고 그들에게 동기도 부여해야 합니다. 규제 동향도 확인해야 하고, 새로운 트렌드도 읽어서 적용해야 하지만 예산이 너무나 부족합니다. 어쩌면 이 건의 본질은 모델의 노출이 아니라 전시의 중심 콘텐츠를 곧추세우는 작업의 부재가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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