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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병오년, 불타는 심장의 말

  • 작성자 사진: 한명륜 기자
    한명륜 기자
  • 38분 전
  • 4분 분량

새해 인사 그리고 모빌리티 트렌드 예감

말에 관한 온갖 콘텐츠가 쏟아져서 피로도만 더하는 게 아닐까 싶어 걱정되지만, 그래도 하지 않을 수 없는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특히 말은 모빌리티 영역에서 매우 특별한 동물입니다. 게다가 병오(丙午)는 보통 말이 아니라 양기, 화기가 집약된 말이라는 점에서 자동차와 연결될 부분이 많습니다. 병오년 새해 인사와 함께 모빌리티 영역에 대한 몇 가지 예측을 전해봅니다.

 


2026 병오, 불타는 심장의 말

내연기관 리바이벌 분위기와 맞아떨어져

 

2026년, 병오년을 붉은 말의 해라고 합니다. 병은 10천간 중 양간(+)입니다. 즉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를 2글자씩 짝지었을 때 앞쪽에 오는 것이 양이라고 보면 됩니다. 오는 그 자체가 강한 양기이며 불에 해당합니다. 양과 양, 불과 불이 만났습니다.


2026, The Year of Red Horse
천간과 지지 모두 불의 기운인 병오년이 밝았습니다(이미지, pixabay)

 


불타는 말은 성경에도 나옵니다. <열왕기 하>에는 엘리야의 승천 시 불말과 불수레가 등장하는데, 이 자체가 강력한 신의 권능을 의미하죠. 혹자들은 이것이 성격에 기록된 외계 우주선의 모습이라고도 합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말 그대로 말의 심장을 닮은 뜨거운 엔진이 생각나지 않나요? 실제로 지금 세계 자동차 산업계에서 내연기관이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EU는 2035년부터 내연기관 신차 판매를 금지한다는 법안을 철회했습니다. 여기에 영향을 준 건 아무래도 미국 시장의 상황이죠. 전기차 제국의 왕인 일론 머스크의 도움으로 대통령이 됐지만, 여전히 전기차에 우호적이지 않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전기차 보조금을 대폭 줄였습니다.

 

물론 이것이 내연기관으로의 완전한 회귀 신호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역사적으로 어떤 기술이나 사회 하부 구조의 변화 중에는 반드시 정반대로 에너지가 움직이는 현상도 목격됐습니다. 긴 안목으로 보면 전동화는 피할 수 없는 현상인데, 아직까지 모빌리티의 세상이 이를 완전히 받아들이기에는 성숙하지 못했다는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교통 수단 이상의 가치

말을 다룬 작품들

 

서양에서도 그렇지만 말은 동양 회화에서 독립적 화제로 높은 위상을 가졌습니다. 십이지의 하나이기도 하지만 그 어떤 동물보다 현실 권력과 밀접하게 닿아 있었기 때문이죠.

 

The Eight Steeds, National Museum of Korea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팔준도>

여덟 마리 말을 한 세트로 한 도상(icon)의 <팔준도(八駿圖)>가 대표적입니다. 고대 중국 주(周) 목왕(穆王)이 적기(赤驥) · 도려(盜驪) · 백의(白衣) · 유륜(踰𩤇) · 산자(山子) · 거황(渠黃) · 화류(驊騮) · 녹이(綠耳) 여덞 마리 말이 주인공이죠. 이 도상은 중국뿐만 아니라 한국의 화가들도 즐겨 그리는 주제가 됐습니다. 오늘날 많은 사진가들이 자동차 사진을 즐겨 촬영하는 것과 마찬가지죠.

 

 

말 그림의 오류

말은 허공에서 다리를 펴지 않는다

 

그런데 고대의 말 그림들을 보면 재미있는 오류들이 있습니다. 5세기의 것으로 추정되는 고구려 무용총 벽화 속의 말이나, 서양의 회화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인데요. 달리는 말이 네 다리를 허공에 쭉 뻗은 모습입니다. 말은 실제 달릴 때, 공중에서는 다리를 오므립니다. 최대한 보폭을 넓게 해 당을 딛고 강한 근력으로 디딘 자리를 박차며 앞으로 나가는 동작을 생각하면 자연스러운 동작이죠. 그런 점에서 말을 포드 머스탱의 러닝 호스 엠블럼(Running Horse) 엠블럼이 가장 사실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Hunting Scene Muyong Tomb, 5th century A.D.
고구려 무용총 벽화 중의 수렵도, 5세기 추정
Ford Mustang
포드 머스탱의 러닝 호스 엠블럼. 머스탱 60주년 기념 모델

무용총 벽화의 경우 이미 표현 기법으로서는 상당한 수준인데 왜 이런 오류가 일어났을까요? 회화에서는 필연적으로 이상화 즉 머릿속에서 ‘멋있다’고 생각되는 장면을 그리는 작업이 일어납니다. 더군다나 제의적인 요소, 권력자들의 유희를 담은 그림이라면 더욱 그런 성향이 있죠. 고구려 무용총 벽화가 대표적입니다.

 

 

말의 ‘연비’,

달릴 땐 카니발, 세우면 에스컬레이드?

 

말이 자동차보다 비싸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그럼 말이 달리는 데 쓰는 에너지 비용은 어느 정도일까요? 우선 일상 생활에서 먹는 끼니를 제외했습니다.

 

우선 은퇴한 경주마의 평균 체중인 450kg을 기준으로 합니다. 레저 승마의 꽃이라고 하는 구보 정도의 속력인 30km/h로 1시간을 달린다고 가정했습니다. 사료는 차로 치면 고급유라고 할 수 있는 고급 사료로 20kg 당 약 3만 7,000원 수준으로 잡았습니다.

 

Horse in Jeju
말은 지구력과 효율을 달리기에 '몰빵'한 동물입니다(이미지, Pixabay)

이 경우 1km를 달릴 때 188kcal의 열량이 소모됩니다. 사료 열량이 모두 에너지로 전환되는 게 아니니까, 이를 반영해서 계산하면 대략 313kcal의 열량을 사료로 보충해줘야 합니다. 이는 사료 약 95g에 해당합니다. 이 무게를 위의 사료에 대입해 계산하면, 어라? 1km 당 176원에 불과합니다. 오피넷 기준, 2026년 1월 1일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인 1,728원으로 나누면 9.8km/L 수준입니다. 카니발 3.5리터 가솔린 버전과 비슷하네요.

 

이는 진화생물학적으로 말이 이동 중의 지구력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한 까닭입니다. 초지를 찾아 장거리를 이동하는 습성 때문이죠. 유목민족들의 정복욕도 기실 말의 이런 생물학적 특성에 기인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말은 카니발과 달리 엔진을 끌 수 없죠. 네, 기초 대사량을 대입하면 계산이 달라집니다. 오히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1만 3,000~1만 5,000kcal의 열량을 소모합니다. 고급 사료 4~5kg에 달하는 열량이죠. 말의 심장을 달리지 않는 동안 멈출 수 없으니 이것도 연료 비용으로 산입해야 합니다. 이렇게 되면, 위의 속력 기준으로 해도 말이 소요하는 사료를 비용화 하면 1km를 달릴 때 300원 정도를 쓰게 됩니다. 6.2리터 V8 엔진을 장착한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수준인데 시동을 못 끄는 에스컬레이드가 되는 겁니다.

 

 

의외로 모럴 해저드?

이곡의 차마설

 

<차마설(借馬說)> 기억나시나요? 충렬왕대의 문신이자 목은 이색의 부친인 이곡의 수필로, 고교 국어 과목에 자주 등장하는 소설이죠. 세상 모든 것은 빌려온 것 아닌 게 없다는 도덕적 교훈을 닮고 있는데요. 그런데 요즘의 관점으로 뒤집어 보면 의외로 도덕적 해이로 보일 만한 부분이 없지 않습니다.

 

주인공은 빌린 말이 여위고 둔하면 작은 개울을 만나도 내려서 걷고 조심하는데, 준마를 만나면 심히 장쾌한 마음에 ‘액셀질’을 한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굴러떨어질까 겁날 정도로요.

 

네, 이런 사건 어디서 보신 적 있지 않나요? 렌터카나 카쉐어링 브랜드가 현대차 아반떼 N, 911 등 고성능차를 도입했다가 전손처리된, ‘한국적 결말’이죠. 세상에 빌리지 않은 게 없다면서, 정작 빌려 쓰는 동안에 이런 태도였다니, 글 마지막에 ‘느낀 바’는 사실 도덕적 깨달음보다 ‘아 씨, 이제 반납이네’ 하는 현자 타임 아니었을까, 하는 합리적 의심을 해 봅니다.


Hyundai Avante N
현대차 아반떼 N. 카쉐어링 업체 도입 이후 예견됐던 전손사고가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농담입니다. 목은 이색 선생의 후손 여러분 죄송합니다.

 

사실 말 갖고는 할 말이 이 외에도 넘쳐납니다. 하지만 저 말고도 많은 기지나 유튜버들이 적어도 2월 설날까지는 주야장천 말 이야기를 할 겁니다.

 

붉은 말처럼 굵고 힘찬 기운 가득 들어찬 한 해 되시기 바라며, 모두 안전운전 하시고, 애마(자동차)가 아직 없는 분들은 좋은 말을 얻기를 기원합니다. 그리고 페라리 팬들에게, 올해는 축복이 있기를.


Scuderia Ferrari's drivers
"올해는 차가 말을 좀 들어야 할 텐데..." 스쿠데리아 페라리의 두 드라이버, 루이스 해밀턴(좌)과 샤를 르클레르(우)

 

새배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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