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만 원대로 팔겠다고? 한중 전기차 무역은 공정한가
- 한명륜 기자

- 1일 전
- 7분 분량
소극적 정부 정책과 방향성 잘못 설정한 국산차, 우려되는 방어력
중국 BYD가 '블레이드 배터리'의 압도적 원가 경쟁력을 무기로 한국 시장에 상륙하며, 기존 자동차 산업이 가졌던 브랜드 격차와 자산 가치 체계를 빠르게 무너뜨리고 있습니다.
'제2의 집'을 꿈꾸는 미래 세대가 중국산 전기차의 디지털 생태계에 먼저 길들여질 경우, 국산차가 뒤늦게 상품성을 회복하더라도 이들을 다시 불러모을 정서적·경제적 전환 비용은 천문학적으로 치솟을 것입니다.
한국의 8% 관세와 중국의 25% 성벽이 공존하는 불평등한 구조는 우리 혈세가 국내 산업의 혁신이 아닌 중국의 배터리 굴기를 뒷받침하는 통상 역사의 뼈아픈 실책으로 남았습니다.
정부는 상호주의에 입각해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고, 제조사는 엔트리급 시장의 상품성을 회복하여 브랜드의 근본(本)을 다시 세우는 '왕도(王道)'의 길을 걸어야 합니다.
제미나이에 의한 요약본입니다.
요즘 대형 복합쇼핑몰에 입점해 있는 BYD 전시장은 주말이면 인산인해를 이룬다고 합니다. 입장도 못 하고 돌아오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중국 자동차에 대한 신뢰도가 그만큼 올라간 건 아니지만 다이소나 쿠팡에서 중국산 제품임을 알면서도 사는 이유는 획기적인 상품력이나 신뢰도가 아니라 가격 때문입니다. BYD를 포함해 중국 브랜드 전기차들은 내년 대대적인 가격 공세를 취할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소비자들의 입장에서는 혹할 만하죠. 자동차의 전동화는 차들의 브랜드 격차를 줄이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자동차의 자산 개념도 함께 약해지고 있죠. 이는 다른 생필품처럼, 자동차도 중국산이 아니어야 할 필요를 못 느끼게 만드는 겁니다.

그런데 자동차 산업은 한국 경제의 근간인 제조업의 꽃입니다. 철강부터 배터리, 반도체, 전장, 서비스까지 복합적으로 얽혀 있죠. 이 시장이 가격 논리 앞에 무너지면, 한국 경제가 받을 피해는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K-팝, K-뷰티가 이걸 채워 줄 것 같나요? 물론 그 산업들을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그런 산업들은 결국 제조업의 아우라 위에 번성하는 겁니다. 한중 간 전기차 무역의 가시화된 불균형, ‘뭔 일 있겠어?’라는 ‘흐린 눈’으로 볼 수 있는 시기는 지났습니다.
캐스퍼 EV까지 잡겠다는 BYD
지리그룹 지커까지 국내 진출
물음표로 시작한 BYD의 한국 시장 진출은 이미 느낌표라고 해도 충분합니다. 2025년 기준으로 5,000대를 조금 못 채운 4,955대를 기록했죠. 기기아 EV3급의 아토 3가 2,600여 대, EV6급의 씨라이언 7이 2,000여 대, 그리고 씰이 300여 대의 판매고를 각각 기록했습니다.

물론 테슬라를 앞지르지는 못했습니다. 모델 Y 주니퍼(중국 생산) 한 대의 판매량만 해도 무려 4만 4,000대가 넘어가죠. 그러나 이런 ‘넘사벽’을 제외하면 BYD가 충분히 경쟁력을 갖췄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모델 Y 주니퍼(중국 생산) 한 대의 판매량만 해도 무려 4만 4,000대가 넘어가죠. 그러나 이런 ‘넘사벽’을 제외하면 BYD가 충분히 경쟁력을 갖췄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게다가 2026년에는 지리홀딩스의 또 다른 브랜드, 지커(Zeekr)도 국내 진출을 앞뒀습니다. 2025년 12월 초, 지커느느 국내 4개 딜러를 파트너로 선정하고, 판매 및 서비스망을 구축할 계획입니다. 지커의 경우 폴스타, 볼보와 달리 한국산 배터리를 배제하고 자체 CATL 및 자체 제작 배터라를 장착할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5%:8%, 기울어진 한중 전기차 무역
혈세가 중국으로 간다고?
BYD의 차량들이 국내에서 이 정도 성적을 낸 것은 역시 가격 경쟁력입니다. 특히 블레이드 타입의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장착했습니다. LFP는 에너지 밀도 NCM의 60~70% 선이지만 가격차가 1/2까지도 벌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가격 자체가 낮기 때문에 보조금 수령 요건도 무난히 충족했습니다. 3,330만 원인 아토 3 플러스(Plus) 트림의 경우 국고 보조금과 서울시 보조금을 적용하면 약 3,100만 원대였습니다. 기아 EV3의 기본 트림인 에어 스탠다드가 세제혜택 적용 후 3,995만 원으로 책정돼 있습니다. 국고 보조금과 지자체 보조를 받는다 하더라도 3,200만 원대입니다. 100만 원 차이가 큰 것은 아니지만 어찌 됐든 아토 3보다 비싸죠.
BYD 차량들이 이렇게 낮은 포지션을 취할 수 있는 건 FTA에 따른 대중 수입품목 관세가 너무 낮기 때문입니다. 지금 중국 자동차가 한국에 들어올 때의 관세는 8%입니다. 10년 전인 2015년 중국과의 FTA 협상 당시, 자동차는 양국 모두의 테이블에서 빠져버렸습니다. 한국이 이를 선택한 건, FTA로 인해 관세가 철폐될 경우 당시 독일이나 미국 브랜드들이 중국 공장에서 차를 저렴하게 만들어 한국에 대한 대량 공세를 하지 않을까라는 우려 때문이었습니다. 그 때도 이야기는 있었지만 이는 당연히 현대차그룹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는 맥락입니다. 그리고 현대차그룹은 어차피 중국에서 현지 생산 중이었으므로 한국이 중국 자동차에 부과하는 25%의 관세는 형식적인 것으로 봤죠. 중국도 자동차 자체를 국가 전략 산업으로 봤기 때문에 보호 대상으로 묶는 것에 합의했습니다. 양쪽의 이해관계가 맞았던 것이죠.

하지만 여기서 한국과 현대차그룹의 시야가 너무 짧은 게 문제였습니다. 자유시장경제 국가인 우리의 관점에서는 땅도, 인력도 모두 돈으로 사야 하는 것이고 기업의 비용이었는데, 중국은 그것을 ‘국책’이라는 마법의 단어로 크게 줄일 수 있는 입장이었죠. 게다가 중국은 전기차에 대한 비전을 이미 그때부터 세우고 배터리와 전기차 기업을 국가적으로 지원했습니다. 아무리 중국 현지에 공장이 있다 하더라도 한국 기업은 애초에 경쟁할 수 없는 환경이었죠. 당시 한국의 싱크탱크나 현대차 전략 담당자들이 저만 못해서 10년 후의 패러다임 변화를 감지하지 못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당장의 이익 때문에 그런 위험의 가능성을 도외시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처럼 위기가 오면 또 언 발에 오줌 누면 된다는 생각이 아니었을까 싶네요.
게다가 지금 중국 자동차 기업들의 물량 밀어내기 통로가 되던 EU가 관세로 빗장을 건 것도 한국 쪽으로 불똥이 튄 원인이 됐습니다. 연산 능력이 5,000만 대를 넘는데 그 절반밖에 팔 수 없는 내수 경기 침체 때문에 어느 쪽으로든 물량을 소진해야 하는 상황인 거고 거기에 한국이 걸려든 겁니다. 어찌 됐든 이 때문에 ‘혈세가 중국 업체로 간다’는 건, 언어의 자극성을 걷어내더라도 틀린 말이 아니게 됐습니다.
친중 정부가 문제 vs. 내란 세력 전정부 패착
이념대립 걷어내고 팩트만 보자
하지만 과연 그렇다고 정부가 이 부분에 대해 손을 놓고 있었을까요? 사실 보조금 지금에 있어, 배터리 효율과 환경성 계수에 따른 차등 지급은 전임인 윤석열 정부에서 기획됐습니다. 사실 이건 중국산 LFP 배터리를 장착한 테슬라의 ‘모델 Y 쇼크’를 방어하기 위한 것이었죠. 이게 아니었다면 아토 3는 벌써 2,000만 원대에 팔릴 수 있었을 것이고 국산 전기차는 큰 타격을 피할 수 없었을 겁니다.
그렇다면 모두 이게 전 정권의 공일까요? 그것도 아닙니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9~2021년, 중국의 LFP를 통한 가격 경쟁력 강화와 물량 밀어내기에 대응한 영남권 배터리 벨트 전략이 수립됩니다. 임기말인 2021년 7월에는 ‘2030 이차전지 1등 국가’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해당 지역의 부지 공장 건설 등을 지원했습니다.
즉 전기차 영역에서 중국의 공세를 막아내는 데 있어서는 보수와 진보, 어느 한쪽만 잘못했다거나 공적이 있다고 할 수 없는 겁니다. 그리고 ‘친중’이라고 공격받는 현 정부도, 큰 틀에서 전전 정권이 추진하던 바를 기반으로 하되 전 정권에서 정교화한 정책적 미세조정을 거친 중국 저가 전기차 방어 논리를 계승하고 있습니다.
다만 또다시 선거철이 돌아왔다는 게 문젭니다. 202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지역에서 출마를 염두에 둔 정치인들은 진행 중인 사업에 대한 공격을 시작할 겁니다. 전임자에 대해 흠집 내기는 일상화된 풍경이죠. 그 과정에서 해당 국책 사업을 지원해야 할 지자체의 역할은 개점휴업에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선거일 당일인 2026년 6월 3일부터 전기차 배터리의 제조사, 용량, 전압 등 핵심 정보를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하는 제도가 시행됩니다. 2023년,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을 기초로 한 이 시행령은 2024년, 인천 청라의 한 아파트에서 일어난 메르세데스 벤츠 전기차 화재가 일어나며 급물살을 탔습니다. 전 정부의 국토교통부는 당초 2025년 2월 시행 예정이었던 배터리 인증제를 앞당기고 정보 공개를 의무화했는데, 이제 계도 기간을 끝내고 본격적으로 시행에 들어가게 되는 것이죠.
이 제도가 시행되면 전기차를 판매하는 제조사들은 용량, 전압뿐만 아니라 셀 제조사, 형태, 주요 원료까지 자동차등록원부에 기재해야 합니다. 또한 배터리마다 별도의 식별번호를 부여해 제작부터 운행, 폐기까지 전 과정을 추적하는 '배터리 이력관리제'도 함께 가동됩니다. 아직은 품질 면에서 우위에 있는 한국산 배터리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미세 조정 조치’입니다.
그러나 이런 미세 조정 조치만으로 궁극적인 무역 불균형이 해소될 수 없습니다. 지금이라고 정부가 좀 더 공세적인 태도를 취해야 합니다. 물론 이 경우 중국의 한한령 강화, 전략 광물의 통제 등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행보가 조심스러운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 핵심 광물 자원 수급처의 다변화를 진행해 왔습니다. 비단 전기차 무역 불균형 때문만이 아니더라도 전략적인 자원에 대해서는 중간 점검 결과를 국민들에게 공융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프리미엄화의 함정?
국산차 고가화도 위기 키웠다
하지만 제도만이 능사는 아닙니다. 전기차 활성화 시점에 한국기업들이 범한 오류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프리미엄화죠. 특히 현대차그룹은 전기차의 높은 생산 비용을 고급화 전략으로 가져가려고 했습니다. E-GMP 기반의 차량들은 내연기관 시대 현대차가 뛰어넘지 못했던 주요 독일 브랜드와의 성능 격차를 단번에 역전케 했습니다. 그리고 이 전략 자체는 지금도 실패라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결국 국내 전기차 고객들의 접근성을 낮췄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물론 현대차그룹도 이 부분을 인지했고 LFP 배터리 기반의 차세대 플랫폼인 E-GMP.S를 선보였습니다. 기아 EV3, 4 등이 그것이죠. 그럼에도 가격 숫자만 놓고 보면 여전히 가격적 허들이 존재합니다.
물론 2025년 테슬라 모델 Y 주니퍼가 기아 쏘렌토를 위협할 정도로 팔렸지만, 그 역시도 테슬라의 이름값에 비해 싸다는 것이었죠. 이러니저러니 해도 고객들을 가장 쉽게 납득시키는 것이 가격입니다. 그래서 BYD의 2026년 공세가 더 우려됩니다.
현대차기아, ‘하위트림 홀대’ 그만두고
풀뿌리 지지 다져야 할 때
값싼 중국산 전기차만 찾는다고 나중에 고객들을 원망할 이유도 자격도, 한국 브랜드에겐 없습니다. 그들이 고객을 그렇게 길들였습니다. 사실 현대차와 기아의 상품 전략은 엔트리 차종보다는 그 상위 차종으로, 기본 트림에서 그 상위 트림으로 선택을 유도하는 전략이었습니다. 예컨대 하위 트림에 빠진 선택 사양을 패키지로 묶는데, 그것을 선택하느니 그 상위 트림을 선택하는 게 나아 보이도록 만드는 구조죠. 흔히 ‘옵션질’이라 불리는 전략입니다.
물론 이런 태도는 많이 개선됐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이 EV와 같은 차종에는 아직 ADAS 사양 중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빠집니다. 반도체 가격 탓을 하지만 트랜스미션 제어까지 해야 하는 내연기관차도 아니고, 전기차에서 이걸 제어하는 부품의 가격은 상당히 낮아져 있는데도 적용하지 않습니다. 도심용인데 왜 그런게 필요하냐고 할 지는 모르겠지만, 의외로 정체 구간에서 큰 도움이 되는 기능인데, 이걸 빼놨습니다. 시작 가격이 2,800만 원인 차종에서요. BYD 아토 3에는 적용되는 기능입니다. 국내 브랜드가 기술 소외로 인한 박탈감을 주는데, 한 수 아래라고 생각한 중국산 전기차가 이걸 채워주게 되는 거죠.

문제는, 전기차가 SDV(Software Defined Vehicle)로 진화하면서, 소비자가 자동차가 제공하는 경험에 익숙해진다는 겁니다. SDV 시대 자동차의 실내는 거대한 스마트폰 안에 들어와 있는 것과 같은 경험을 제공합니다. 그래서 최근 몇 년간, 주요 자동차 제조사와 전장 제조사들이 ‘차량 내 경험 혁신’에 몰두하는 겁니다. 그리고 이 소프트웨어 생태계는, 소비자가 브랜드에 락 인(lock-in) 되는 상황도 만들 수 있습니다. 즉 입구를 뺏기면 출구도 내줘야 하는 시대가 오죠. 만약 차량 내 소프트웨어 경험이 차 밖의 일상생활과도 정교하게 연결된다면, 마치 아이폰과 갤럭시의 경우처럼, 다른 브랜드로 넘어가는 것 자체가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 현대차와 기아의 프리미엄화, 고성능화 전략은 과연 이탈의 동기를 제공할 수 있을까요?
복숭아와 오얏,
그리고 뿔난 새끼 양
중국의 고전인 <시경(詩經)>에는 ‘투아이도 보지이리(投我以桃 報之以李) 피동이각 실홍궤수(彼童而角, 實虹詭隨)’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조금 자의적이긴 하지만 ‘복숭아를 주면 오얏 정도로는 답해야 되는데, 새끼양에게 있어서는 안 되는 뿔이 있다고 속이려는 태도로 대하니, 이것이 예가 아니다’라고 연결해서 해석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중국 브랜드의 전기차는 매력적인 새끼 양입니다. 그러나 거기엔 국가가 개입해 얻어낸 가성비라는 보이지 않는 뿔이 달려 있습니다. 이를 간파하지 못한다면 앞서 살펴본 대로, 한구구 자동차 고객들의 정서적 영토까지 헌납하는 불상사가 벌어질 수 있습니다.
이제 더는 지체할 수 없습니다. 정부가 됐든 기업이 됐든, 우리 국민들이 뿔난 어린 양에 혹하지 않을 수 있는, 복숭아와 오얏을 공정하게 주고받을 수 있는 한중 전기차 무역 관계 재정립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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