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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 오피니언]돈을 써서라도 2030을 운전석에 앉혀야 할 이유

  • 작성자 사진: 한명륜 기자
    한명륜 기자
  • 5월 5일
  • 2분 분량

현대차 ‘르르르’의 구애, IP 마케팅으로 그쳐선 안 된다.

현대자동차가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Z세대 캐릭터 ‘르르르’를 내세워 여의도 한강공원과 용인 에버랜드에서 대규모 오프라인 행사를 진행합니다. 6미터 높이의 대형 에어벌룬을 세우고, ‘차 없는 뚜벅이’라는 컨셉으로 젊은 층과 스킨십을 강화하는 모습입니다. 겉으로 보기엔 흔한 캐릭터 팝업 행사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2030세대를 포함한 ‘미래 고객 실종’이라는 자동차 산업의 절박한 위기감이 서려 있습니다.

 

LLL works for a car company, yet he doesn't own a car
현대차의 캐릭터 '르르르'

캐릭터 IP 사업, 좋습니다. 미래 먹거리죠. 하지만 본질적으로 현대차는 차를 팔 고객을 발굴해야 합니다. 보조적인 수단이 본질적 목적을 달성하게 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과연 캐릭터 IP가 문제일까

사라진 자동차 간 사다리와 2030 세대들의 박탈감

 

냉정하게 보면 캐릭터 IP가 긴급한 해법은 아니라고 봅니다. 지금의 젊은 세대는 투자 대비 효율과 만족도를 극도로 따지며, 상승 욕구가 강한 환경에서 자랐다. 하지만 이들의 욕구를 받아내야 할 자동차 시장의 ‘사다리’는 이미 끊어져 있습니다.

 

20대 자차 구매가 8.8%로 정점을 찍었던 10년 전만 해도 엔트리급과 상위 차종 간의 기술적 격차는 크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지나 돈을 모으면 충분히 극복 가능한 수준이었고, 그 사이의 ‘계단’도 촘촘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제조사는 품질 향상을 명분으로 잔혹한 ‘급 나누기’가 명백합ㅁ니다.


LLL campaign
르르르가 전개하는 다양한 캠페인

 

생산 원가로 따지면 단 50만 원 내외면 충분한 ADAS(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 기능을 경차에서는 굳이 최상위 트림에서만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게 묶어둡니다. 기술의 선진성은 인간 삶을 그 전후과 후로 나누죠. 이건 최근의 일이 아니라 인간 역사 자체가 그랬습니다.

 

특히 준중형 SUV 가격이 웬만한 수입차 수준에 육박하는 시대입니다. 품질은 좋아졌을지언정, 엔트리 모델로 시작하는 청년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은 훨씬 커졌습니다. 수도권의 살인적인 주거비와 정체된 실질 소득 사이에서, 제조사가 설정해 놓은 이 높은 문턱은 청년들에게 '포기'라는 선택지를 강요하고 있습니다.

 

 

고객 획득을 위한 장벽 허물기

자동차 제조사와 딜러 직접 움직여야

 

차라리, 현대차를 구매하는 젊은 고객에게, 과감히 주거 안정 격려금을 제공하는 등 강력한 실질 유인책 제공을 제안합니다. 퍼주기가 아닙니다. 차량 운용을 위해 주거는 선결돼야 할 조건입니다. 차에서 잘 순 없잖아요. 게다가 주거는 주차 공간의 확보를 위해서라도 안정돼야 합니다.

 

Hyundai Casper
경차의 품질은 좋아졌으나 동시대 상위급 차종과의 기술 격차는 더 커졌습니다

딜러 단위의 정책이긴 하지만, 미국의 ‘Norris Ford’ 같은 곳은 대학생 및 사회초년생을 위해 신용 점수 장벽을 허뭅니다. 금융 기록이 부족한 청년들에게도 미래 소득을 근거로 파격적인 할부 이율을 적용하거나, 졸업장을 증빙하면 즉시 현금 리베이트를 제공합니다.

 

Ford Maverick
포드의 한 딜러는 대학생이나 사회 초년생을 위한 파격적인 할부를 제공합니디ㅏ

메르세데스 벤츠의 딜러 중에도 대학 졸업장이나 취직을 앞둔 초년생들 중 미래의 부유층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은 이들을 위한 파격적인 혜택을 운용하는 곳들이 있습니다. 특히 간호사나 엔지니어가 될 수 있는 학생들에게 이러한 혜택을 제공합니다.

 

 

퍼주기가 아닌 처절한 생존 전략 인식해야

자동차 산업 무너지면 일자리도 없다

 

일각에서는 청년층을 향한 이러한 혜택을 정치적 관점의 ‘퍼주기’로 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는 철저히 경제적 ‘투자’의 관점입니다.

 

Hyundai Casper
청년층을 자동차 구매 고객으로 묶지 못하면 미래가 없습니다

자동차가 사양산업이라고요? 반도체를 보라고요? 반도체 좋죠. 그러나 반도체는 고용 효과가 그리 크지 않습니다. 그에 비해 자동차 산업은 제조업을 베이스로 전후방에 걸쳐 방대한 ‘일자리’를 책임지며 이는 적어도 향후 20년 이후까지는 그러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의 2030 세대를 자동차 시장에 입문시키지 못하면, 이 거대한 고용 엔진은 결국 멈추게 됩니다. 인구 절벽 시대에 이들이 소비자로서 시장에 남느냐 아니냐는 한국 산업의 존립과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누군가는 서울의 교통 정체를 막겠다고 차량 공급을 줄이자는 이야기도 하는데, 한국 산업의 뿌리부터 뽑아버리는 일인지도 모르는 망발입니다.

 

현대차가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시민들과 부대끼고 굿즈를 파는 행위는 단순한 이벤트가 아닙니다. 캐릭터 IP로서의 입지를 다지는 동시에, 끊어진 사다리 앞에서 망설이는 잠재 고객들을 어떻게든 붙들어 매기 위한 필사적인 생존 전략이죠. 다만 이는 보조 수단입니다. 본질적으로 2030 등 미래 세대에게 운전석을 허락할 방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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