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중동 전쟁과 국내 유가 논쟁, 선악 구도 너머의 경제학
- 한명륜 기자

- 1일 전
- 3분 분량
선거 의식한 감정 싸움 편승보다, 본질적인 정책 조정 필요
유가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고, 온라인에선 소비자와 자영 주유소 업자 간의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모두 삶을 걸고 싸우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연일 강경한 메시지를 내놓습니다. 정부는 삶을 살피는 주체여야 하는데 이번에도 선악 구도 나누는 데 급급해 보입니다. 유가 그 자체보다 현재의 상황을 조금 더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치솟는 유가
국내 주유소 유가 논쟁
미국의 이란 공격과 이란의 무차별 보복이 이어지는 가운데 유가가 가파르게 치솟고 있습니다. 미국 현지 시각으로 3월 6일, 뉴욕 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된 서부텍사스산 중질유의 가격이 90달러를 돌파했습니다. 에너지 자급자족이 가능한 미국에서조차 유가가 오른다는 것은 전세계 에너지 시장에 큰 충격을 줄 수 있습니다. 특히 이란이 전세계 에너지 수송 통로의 경동맥이라 할 수 있는 호르무즈 해협에 물리적인 봉쇄를 시작할 경우, 지금 대부분 세대들이 경험해 보지 못한 1970년대식의 오일 쇼크가 올 수 있다고 전망하는 기관들도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온라인에서는 주유소의 유가를 놓고 설전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오를 땐 새벽배송으로 가져온 기름 가격이고 내릴 땐 현지 가격이냐’라는 성토 속에, 실제 주유소를 운영하는 이들이 항변에 나선 건데요. 소매업자인 주유소는 현재 보유한 재고를 판 돈으로 다음 물량을 사 와야 합니다. 원가가 급등하면 기존 재고를 예전 가격으로 팔 경우, 다음 물량을 사 올 때 자금 부족(역마진)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일견 타당합니다. 그러나 유가가 안정될 경우 이것이 반영되는 속도는 느리다는 것이 재반론의 이유죠. 감정적인 것처럼 들리지만 이 논리도 맞습니다. 주유소는 비쌀 때 사온 재고를 소진하다 보니 가격이 높다고 하지만, 그러려면 향후 시점의 역마진을 우려해 기름을 비싸게 판다는 것은 이중 잣대인 셈이죠.
빠르게 노출되는 석유가격 정보
주도권은 주유소에만 있지 않다?
물론 여기에는 다른 복잡한 요인이 있습니다. 주유소의 유류 저장 탱크는 통상 3일에서 7일 분의 기름을 저장할 수 있습니다. 논리적으로는 이 이후에 가격 변동이 일어나야 합니다.

그러나 지금의 유가 변동에는 시차가 없습니다. 위에서 살펴본 바, 주유소는 이중 잣대의 비논리성에도 불구하고, 이는 다른 업종의 경영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리스크 관리의 일종이라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특히 카드 수수료와 인건비를 제외하고 나면 2%를 넘기기 어려운 마진율에 대해 공포감이 크죠.
여기에는 소비자가 느끼는 심리적인 요건도 있습니다. 지난 2020년, 부산대 경제통상대학원의 차경수 교수의 연구 논문 <국내 휘발유 가격의 비대칭적 반응에 관한 연구>(⟪예산정책연구⟫, 제9권 제4호)의 내용에 따르면 탐색비용(search cost)이라는 개념이 나오는데요. 이 연구자료에서는 소비자들이 탐색이라는 행위를 비용으로 여기고 바로 주유소로 달려가게 만드는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또한 여기에는 한국적 특수성이 반영됩니다.
즉 유가 상승기에 오피넷 등을 통해 전달되는 '인상 예보'는 소비자에게 더 싼 곳을 비교·검색할 여유를 앗아가는 일종의 공포 기제로 작용합니다. 검색에 들일 시간과 노력을 포기하고 ‘지금이 제일 싸다’라며 눈앞의 주유소로 달려가는 소비자의 행동이 역설적으로 주유소의 가격 결정권을 강화하는 동인(動因)이 된다는 겁니다.
차경수 교수는 이런 현상이 유가 하락기에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한국이 크게 의존하고 있는 두바이유의 경우, 유가 하락분이 소매가에 80% 정도 반영되는 데 14주 즉 3개월 이상이 걸립니다. 상승분이 반영되는 데는 8주 정도가 걸리는 것과 2배 가까운 차이가 있죠.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격 변동분이 소비자 가격에 100% 전가되는 데까지, 한국의 경우는 하락분 반영이 느립니다. 미국의 경우는 상승과 하락의 초반기에만 이런 비대칭성이 나타나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죠.
특히 외부 요인으로 인한 경제적 환란을 많이 겪은 한국인들은 이런 상황에 심리적으로 다소 취약합니다.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어려운 명쾌한 안내 시스템과 앱 등이 존재함에도 공포 심리에 지배되는 경향이 더 큰 것이죠.
정부의 담합 행위 엄단 의지
분석과 태도 적절한지
그렇다면 이것이 소위 소비자들의 ‘근성’ 때문이냐, 라고 물음이 나올 수 있는데요. 그에 대해서는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심리를 활용한 가격의 결정은 어디까지나 거시적인 경제 상황이 아니라 소매 단위에서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이죠. 정부가 담함 책임을 들여다보고 엄중히 대처하겠다고 한 것은 이 때문입니다.
그러나 과거 담합 적발 이력을 보면 주로 정유사 단위에서 일어난 것이었습니다. 2011년 국내 4대 정유사가 공급 가격을 담합한 사실이 밝혀져 4,000억 원대의 과징금이 부과된 사례도 있습니다. 지금도 정유사 단계에서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살펴봐야 하는 게 맞습니다.

그러나 소매 단계인 주유소는 모두 경쟁 관계입니다. 게다가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을 통해 가격이 공개돼 있는데 담합을 한다는 것 자체도 그들에게 비효율적입니다. 정유사들의 공급가 면에서 조사한다면 모르되, 이러한 논리의 조사를 자영 주유에도 적용한다는 건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수사도 문제입니다. 시장 주체들의 '방어적 경영'과 소비자의 '불안 심리'가 맞물린 결과물을 '국가에 대한 대항'이나 '범죄'로 규정하는 것이 적절한가 하는 점이죠. 강력한 정부와 강압적인 정부는 다릅니다. 이재명 정부나, 대통령 개인의 수사를 보면 시장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보기보다 ‘세력’으로 보는 시각이 느껴집니다. 만약 그게 세력이라면, 그 세력도 국민입니다. 그것도 일부가 아닌 상당수죠.
좀 더 본질적인 문제인데, 국내 통화량 자체가 단기간에 급격히 증가한 것도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이는 필연적으로 원화 가치 하락과 연결됩니다. 오일을 달러로 결제해와야 하는 한국 정유사들에게는 부담이죠.
사실 유가의 변동 상황은 한국 시장에서 태풍과 같은 영향력을 발휘합니다. 교통과 운송을 넘어 모든 것의 비용이 여기에 달려 있습니다. 그래서 논의가 격해집니다. 사실 어떤 논의가 감정적이 될수록, 정치인들에게는 좋은 상황입니다. 이 거센 감정의 물줄기를 잘 이용할 수만 있다면 그것은 선거와 같은 정치 이벤트에 큰 동력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고 보니 전국동시지방선거가 90일도 남지 않았네요.
엄벌보다는 통화 정책의 조율로 원유 수입 부담을 덜어 주고, 소비자들은 패닉 바잉의 함정에 빠지지 않게 할, ‘경제적’인 해법이 되는 정책에, 국민들은 목이 마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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