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비로드 스튜디오 모드 탑재한 볼보 EX90 vs 폴스타 3

단순히 좋은 사운드를 넘어, 프로듀서의 감각에 접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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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의 EX 90와 폴스타의 폴스타 3가 영국의 애비 로드(Abbey Road) 스튜디오와의 협업 시스템인 애비 로드 스튜디오 모드를 적용합니다. 사실 자동차 오디오 시스템은 한계가 분명합니다. 그럼에도 왜 이런 시도를 할까요? 두 브랜드의 메시지를 통해 그 의미를 간략히 살펴봤습니다.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에 위치한 애비 로드 스튜디오

볼보 폴스타 애비 로드

감성 경험 중심의 소개

볼보 EX90의 애비 로드 스튜디오 모드

지난 6월 17일, 볼보자동차는 플래그십 SUV EX 90의 바워스 앤 윌킨스(Bowers & Wilkins) 오디오 시스템에 애비 로드 스튜디오 모드를 적용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시스템은 애비 로드의 스튜디오 엔지니어들이 스튜디오의 컨트롤룸 및 라이브룸에서 실측한 임펄스 응답(impulse response)에 기반해 ‘compounder’, ‘spreader’, EMI‑시대 EQ 등을 구현함으로써 녹음실 특유의 음향을 재현합니다. 임펄스 응답이란 1개 신호가 공간에 대해 갖는 반향으로 소리에 대한 공간적 특성을 정의하는 데 사용되며 오디오 시스템 및 이펙터를 만드는 데도 사용되는 지표입니다. 즉 볼보 측은 EX 90의 사운드 시스템 자체가 애비 로드 스튜디오들이 음향 시스템 제작에 제공하는 기준을 따랐다고 말하는 것이죠.

볼보 EX 90에 적용된 애비 로드 스튜디오 모드

1998년 애비 로드 스튜디오에 엔지니어로 입사한 미렉 스타일스(Mirek Stiles) 오디오 프로덕트 수석은 EX 90이 애비 로드 스튜디오 모드에 대해 “단순한 EQ 프리셋이 아니라 실제 공간을 측정해서 만든 것”임을 강조합니다.

“우리는 수십 년에 걸쳐 사용된 컴프레서, EQ, 리버브, 스프레더를 분석했고 단지 좋은 소리를 만들어내는 것을 넘어 녹음이뤄진 장소의 성격을 재현하는 것까지를 목표로 했습니다.”(미렉 스타일스 수석)

볼보 EX 90

즉 애비로드 스튜디오 모드는 차량 안에서 스튜디오 엔지니어가 갖는 감각을 직접 느껴보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는 것이죠. 사실 볼보와 폴스타에 적용되는 바워스 & 윌킨스 오디오 시스템은 엔지니어들에게 모니터링용 시스템으로 인기가 높습니다. 단순히 듣기 좋은 소리를 넘어서서 음악이 만들어진 맥락을 좀 더 창작자의 입장에 가깝게 느껴 보도록 한다는 것이죠. 물론 자동차 안에서 이런 일은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 제 개인적인 입장입니다.

기술적 업데이트에 기반한 폴스타

폴스타도 애비 로드 스튜디오 모드를 적용했습니다. 볼보와 달리 시스템의 개별 프리셋에 좀 더 집중해서 설명했는데요. 프리셋은 ‘Intimate’, ‘Open’, ‘Energised’, ‘Expansive’ 네 가지로 구분됩니다.

폴스타의 25 스피커 1,610와트 돌비 애트모스 바워스 & 윌킨스 오디오

Intimate(친밀한) : 컨트롤 룸 의자에서 음악을 모니터링하는 프로듀서의 관점에 가장 친밀한 프리셋입니다. 빈티지한 사운드에서 영감 받은 따뜻하고, 깨끗하고, 섬세한 사운드 경험이 특징입니다.

Open(오픈) : 음악이 연주되는 공간에서의 몰입감 넘치는 경험입니다. 이는 연주자나 뮤지션의 입장에 좀 더 가깝다고 볼 수 있죠.

Energized(생동감 넘치는) : 생동감 넘치고 생생한 어쿠스틱 사운드와 깨끗한 디테일을 선사하며 넓은 공간감을 선사합니다.

Expansive(확장적인) : 라이브 공연의 에너지와 몰입감에서 영감을 받은 모드입니다. 사실 모든 모드의 설명에서 연주 현장의 성격을 이야기하는데, 이 모드가 실연 감각에 가깝게 보입니다. 물론 들어봐야 알겠지만 설명의 뉘앙스로 봐서는 그러합니다.

Producer(프로듀서) : 원하는 장르에 맞춰, 해당 트랙의 사운드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쉬운 조작을 통해, 유저들은 자동차 안에서 톤과 울림을 실시간으로 자신의 취향에 최적으로 제어할 수 있습니다.

폴스타 3의 애비 로드 스튜디오 모드

폴스타의 폴스타 3도 이 기능을 적용했습니다. 물론 OTA(over the air) 방식으로 업데이트 가능합니다.  적용 가능하게 하. 아직 공식적인 발표는 없지만 만약 이것이 오버 디 에어로 지원 가능하다면 다른 차종에서도 불가능하란 법이 없습니다.

폴스타 3에는 25개의 스피커, 1,610와트의 돌비 애트모스 3D 사운드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애비 로드 스튜디오의 운영 이사인 샐리 데이비스(Sally Davies)는 “폴스타 3의 바워스 & 윌킨스 사운드 시스템에 애비 로드 스튜디오 모드를 제공하게 돼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라며 “이 파트너십을 통해 애비 로드의 음향 DNA가 자동차 오디오 분야로 확장될 수 있다”라며 향후 사업성에 대해서도 기대감을 드러냈습니다.

바워스 & 윌킨스 라이선스 및 파트너십 부문 부사장인 댄 셰퍼드(Dan Shepperd)는 “스튜디오 경험의 고유한 특성을 생생하게 구현하고 청취 경험을 탐색하고 개인화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한다는 목표를 달성했다”라며 이번 협업에 의의를 부여했습니다.

애비 로드 스튜디오 모드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저는 일관되게, 자동차 오디오의 상품성을 과하게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사람 중의 하나입니다. 자동차 NVH는 아무리 다듬더라도 허름한 방 한 칸에도 미치지 못하며, 이를 보완하기 위한 여러 가지 설계는 결국 왜곡으로 왜곡을 해결하는 방법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딱 들었을 때 편안하고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으며 모든 음악의 전달이 쉽게 이루어지는 듯 느껴지는 차와 오디오 시스템의 조합은 있습니다. 볼보와 폴스타는 직관적인 오디오 경험을 기준으로 봤을 때 그런 매력을 갖춘 차입니다. 볼보와 폴스타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사운드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는 것이죠. 다만 여기서도 볼보와 폴스타는 각자의 방법과 톤 앤 매너로 이번 협업의 결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폴스타의 폴스타 3

또한 이번 협업의 경우, 결국 유저에게 음악의 창작자에 가까운 경험을 제공한다는 것도 의미가 있습니다. 전기차는 혁신적이지만 자동차 유저들로부터 상상력을 앗아간다는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두 브랜드는 각자의 방법으로 전혀 새로운 영역에서, 창작자의 경험을 간접 체험하게 함으로써 유저들의 일상에 새로운 영감을 제공하고 이를 통해 브랜드 가치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효과도 노린 것으로 보입니다.

볼보 EX 90는 오는 3분기, 폴스타의 폴스타 3는 올해 말 국내 시장에 출시될 예정이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