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FSD 8,000달러 구매자가 '최후의 승자'가 된 이유
- 한명륜 기자

- 1월 16일
- 3분 분량
지능을 소유할 것인가, 임대할 것인가
지난 1월 14일, 테슬라(Tesla)는 약 8,000달러에 판매하던 감독형의 FSD(Full Self Driving)을 월 구독형으로 전환한다고 밝혔습니다. 월 구독료는 99달러로 한화 기준 약 14만 5,000원 정도입니다. 얼핏 보면 차를 최소 6년 이상 보유해야 하는 영구 구매자들의 손해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따져 보면 의외로 득실은 다릅니다. 향후 소비자들은, 영민한 경제 생활을 위해 따져볼 부분이 많아졌습니다.

주주들을 위한 일론 머스크의 쌉싸름한 밸런타인데이 선물?
테슬라 FSD의 구독형 전환
아름다운 배우 시드니 스위니(Sydney Sweeney)와 여러 모로 바쁠 게 분명한 와중에,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Elon Musk)가 중대 발표를 했습니다. 한 달 뒤 2월 14일에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인 FSD를 일회성 구매가 아닌 구독형으로만 사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입니다.

이는 오는 28일로 다가온 실적 발표를 염두에 둔 결정이라는 게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의 분석입니다. 일회성 판매와 달리 구독 매출은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것이 실적 발표에 바로 영향을 미치기보다는, 혹시 그 실적 발표가 나쁘더라도 그 다음을 기대할 수 있게 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 실적이 좋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일단 테슬라 차량의 절대적인 인도량도 줄어드는 추세죠. 자율주행 택시 부문에서 구글 기반의 웨이모(Waymo)에 비해 크게 뒤처져 있는데요. 웨이모는 2025년 12월 한 달 동안 매주 45만 건의 유료 운행 건수를 기록했습니다. 테슬라의 로보택시인 사이버캡(Cybercab)은 2026년 4월 양산할 예정이지만 정작 NHTSA(북미도로교통안전국)의 허가를 아직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물론 자가용의 자율주행과 택시의 자율주행은 다른 개념이나, 회사의 입장에서는 판매 루트가 다른 것일 뿐 팔아야 하는 서비스는 같습니다.
자동차 시장을 하드웨어 판매에서 소프트웨어 판매 중심으로 변화시키는 데 가장 크게 공헌한 인물이 일론 머스크 자신입니다. 자신이 짜 놓은 판에서 불리한 게임을 한다는 건 그의 자존심이 용납 않는 일이죠.
자산에서 서비스가 되는 FSD
일찍 산 사람이 승리자?
FSD에 책정된 8,000달러는 제법 큰 목돈입니다. 일반적인 차로 치면 거의 한두 급 이상의 트림 상향이 가능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상황에서는 영구 구매를 한 사람이 이익으로 보입니다.

우선 업데이트에서 배제되지 않습니다. FSD는 완성된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오버 디 에어(Over the Air) 방식을 통해, 테슬라가 선물하는 미래를 점유할 수 있습니다.
또한 지금은 99달러에 불과하지만, 구독료가 언제 오를지 모릅니다. 또한 현재는 정책을 명시하고 있지않으나, 할인 명목으로 몇 달치 소프트웨어 비용의 결제를 요구하게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건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상품 결제에서 흔한 요구 방식입니다. FSD 역시 8,000달러를 차 할부에 녹여 부담감을 덜 수 있는 일시 구매와 달리, 할인이라는 미끼를 물었다가 생살 같은 목돈을 내놔야 하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런 상대성을 고려하면 일시 구매자가 FSD의 ‘본전’을 뽑는 데 걸리는 시간은 훨씬 줄어듭니다. 구독자들이 경제적으로 테슬라의 서비스 생태계에 종속되는 것에 비해 훨씬 자유롭죠.
또한 자율주행의 발전을 위해서는 필수 불가결한 데이터라는 것도 결국은 사용자의 삶입니다. 구독료를 내면서 내 삶을 트래킹하는 것을 허용하는 거죠. 원칙적으로 기업이 돈을 내고 사야 하는 내 데이터를, 소비자가 돈을 내면서 주는 겁니다. 물론 테슬라로 인해 느낄 수 있는 삶의 혁신을 누리기 위해 내야 하는 비용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런 개발비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소비자가 차를 구매하며 이미 지불한 겁니다.
제 팔꿈치는 못 핥는다더니
천재의 고민이 읽히는 시점
집념의 천재. 일론 머스크를 가장 잘 축약한 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미 그는 지금까지 이룬 업적만으로도, 21세기의 레오나르도 다 빈치라 해도 될 만한 사람입니다. 그는 자신이 업게에 등장한 시점을 중심으로 이전과 이후를 완전히 다른 세상으로 만들었습니다. 지상의 아귀다툼을 아득히 넘어, 화성 이주를 이야기하면서 오히려 지상에서의 문제를 너무나 쉬운 방식으로 풀어버리는 그의 해법은 놀랍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보통 사람으로서는 흉내도 낼 수 없는 체력에 기반한 것이라는 것을 알면 더 입이 다물어지지 않습니다. 도대체 3시간이나 잘까 싶은데 그 시간조차 쪼개서 볼륨감 넘치는 여배우와 뜨거운 시간을 보낼 정도라니요. 대부분의 남성은 저런 일정의 반의 반만 소화해도 고개를 숙이고 말 겁니다.

그런데 FSD 구독제 전환은, 그런 천재에게도 구조적인 고민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준 ‘사건’입니다. 이건 스페이스 X의 로켓 발사 실패와는 결이 다릅니다. 그는 자신이 짜 놓은 규칙의 링에서 제왕적인 면모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매번 문제를 해결할 때마다 자신만이 할 수 있는 해법을 내놓는 것이 머스크였습니다. 그런데 지금 머스크는, 구독제라는, 다소 낡은 방법으로 거친 경쟁에 대응하려고 하고 있죠. 이것뿐만 아니라 그의 최근 행보는 그의 천재성을 살린 아이디어가 아니라, 기존의 아이디어들을 약간 재탕하거나, 혹은 이미 있던 기술들을 재탕하는 과정에서 파열음을 일으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물론 그것이 퇴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그도 인간이기에 만날 수 있는, ‘핥을 수 없는 팔꿈치’의 영역을 접한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죠.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결국 누구보다 영민해야 하고 또 그럴 수 있는 존재는, 소비자 여러분들입니다. 머스크의 고민을 최대로 활용하고, 그것을 통해 자신의 일상생활의 부가가치를 높일 방법을 고민할 때입니다. 어쩌면 머스크는, 의도하지 않았지만 그가 만난 고민을 통해 역설적으로 자신의 제품을 사는 사람들이 혁명적인 변화를 맞게 하겠다던 비전을 이룰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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