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spective]제네시스, GV60 마그마 & GT로 새로운 10년의 스타트 알리다
- 한명륜 기자

- 34분 전
- 6분 분량
고성능 모델 GV60 마그마 & 마그마 GT 컨셉트 공개, 그 이후의 행보
Perspective는 최근 10일간의 신차나 모빌리티 이슈 중, 즉시성으로 소비하기보다 전후의 사정과 의미를 심도 깊게 분석하는 코너입니다.
제네시스 GV60 마그마 GT

제네시스가 고성능에 대한 확연한 의지를 실천으로 드러냈습니다. 지난 11월 21일에는 프랑스에서 아이오닉 5 N의 파워를 이식한 제네시스 GV60 마그마와 미드십 슈퍼카인 마그마 GT 컨셉트를 선보였습니다. 브랜드 독립 10년차,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의 디자인과 조종성을 따라가던 제네시스는 전동화에 대한 자신감과 포기하지 않은 내연기관 모터스포츠의 열정을 기반으로 새로운 장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그 행보에는 많은 도전과 과제들이 기다리고 있을 테지만, 최근 수년간, 현대차의 실행력은 무서운 수준입니다.
2015년,
생존을 위한 제네시스 브랜드 출범
10년 전인 2015년 11월, 제네시스는 브랜드로 독립했습니다. 2008년 1월, 자체 개발한 후륜 구동 플랫폼 세단인 1세대 제네시스 BH를 선보인 지 7년 만의 결정이었습니다. 당시 정의선 부회장은 고급차 시장으로의 진출을 생존의 문제로 인식했습니다. 당시 현대차의 북미 시장 점유율은 2.7~2.8% 선에서 정체돼 있었습니다. 물론 이것도 당시로선 큰 성장이었으나 정의선 회장은 이를 도태의 위기로 본 겁니다. ‘가성비’ 브랜드를 벗어나지 못하면 언젠가 더 싼 가격을 제시하는 브랜드에 의해 대체될 뿐이라는 것을 명확히 안 것이죠.

그러나 내부 반발은 심했습니다.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도태로 인한 기업의 위기는 멀지만, 새로운 시도의 실패로 인한 타격은 임직원들에게 즉시적인 것이었으니까요. 그러나 강력한 오너 리더십이 특징인 현대차는 망설이지 않았습니다.
사실 이에 대한 준비는 1세대 제네시스 그리고 제네시스 쿠페 등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축적돼 있었습니다. 특히 2010년대 들어서는 현대제철 당진 제철소 제1 고로를 준공하면서 차량을 위한 열연강판 자체 생산과 개발에 들어갔습니다. 특히 조엘 피아코프스키-루크 동커볼케로 이어지는 디자인 사령탑의 이상을 재현할 만한 차체 성형 기술을 구현하기 위한 많은 노력이 있었죠. 강성과 운동성을 구현하면서도 프리미엄 세단 다운 미적 정체성을 만들어내기 위해 최첨단의 판 성형 기법을 해가 다르게 업데이트했습니다.
파워트레인에서도 독자적 고급차 제작을 위한 행보를 시작했습니다. 특히 1세대에 적용된 4.6리터 타우(Tau) 엔진은 현대차가 최초로 자체 개발한 V8 엔진이었죠. 2003년부터 독일 주요 브랜드의 고성능 엔진을 수없이 분해하고 조립하며 총 부품 수 93%를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물론 이에 맞는 변속기까지 개발하지는 못했지만, 독일과 미국 브랜드들이 세운 견고한 특허의 벽을 넘어선 성과였습니다.
시행착오와 한계
제네시스 브랜드의 성장통
그러나 제네시스가 처한 한계는 명확했습니다. 특히 외화내빈(外華內貧)의 이미지를 벗지 못했습니다. 디자인은 매력적이었지만 파워트레인 기술은 한계를 노출했습니다. 특히 기아의 스팅어를 통해 실험한 후 2017년 가을에 데뷔한 G70에 장착된 3.3리터 V6 가솔린 트윈터보 엔진은, 냉각수 소진과 엔진오일 유입 등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노출했습니다. 사실 이는 독일 브랜드들도 고성능차라면 노출하는 문제였지만 이를 잡을 수 있는 노하우가 아직 부족했죠. 특히 현대차의 공식 서비스센터가 고성능차에 대한 정비 경험을 충분히 갖고 있지 않아 소비자 불만이 노출됐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때 경험한 현대차그룹의 3.3리터 가솔린 트윈터보 엔진의 경우 비슷한 급인 BMW나 메르세데스의 엔진 대비 배기량 당 토크나 동력 성능에서 다소 효율이 떨어지는 것을 봤습니다. 아무리 세상 없는 시내 주행이라지만 3.3리터 엔진의 경우 5km/L가 채 넘지 않았습니다. 당시 가족 차량이었던 메르세데스 벤츠의 3.0리터 트윈 터보 엔진(367ps)의 시내 주행 연비가 8km/L 정도였습니다. BMW의 고성능 모델인 M과 비교해도 차이가 컸죠. 아무리 고급, 고성능을 지향한다고 해도 소비자들이 인식하는 가격의 저항선이 있을 것이고, 이를 생각하며 개발하다 보니 엔진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3.3리터 트윈터보 엔진은 끝내 이 한계를 못 넘었습니다.
브랜드 독립과 함께 다듬어 온 신형 V6 엔진인 3.5리터 V6 트윈터보 가솔린 엔진인 스마트스트림 3.5T가 GV80에 적용됐지만 동급 타사 엔진에 비해서는 역시 동력 성능에 제한이 있었습니다. 예컨대 포드의 3.5리터 에코부스트의 경우 450ps급의 출력을 냈고, 보수적인 렉서스조차 LS 500 모델의 3.5T 엔진으로 416ps를 발휘했습니다.
섀시도 한계가 있었습니다. 특히 G80가 그렇죠. 2세대인 DH의 페이스리프트부터 G80으로 이름이 바뀐 이 차는 2020년 3월 새로이 개발된 섀시의 RG로 등장합니다. 초반 가속, 고속 직진 주행 등에서는 매력적이지만 비슷한 등급인 메르세데스 벤츠의 E 클래스나 BMW의 5 시리즈에 비하면 운동 성능, 특히 선회 후 자세 회복 단계에서 안정성이 부족하다는 공통된 평가가 있습니다. 물론 플래그십 세단인 G90의 경우 멀티 챔버 에어 서스펜션을 선보여 보다 개선된 운동 성능을 보였지만 장르가 다르죠. G80을 옹호하는 이들은 애초에 개발 목적이 다르다는 주장을 펼치지만, 그보다 더 ‘애초’를 따진다면 G80이 벤치마킹하고자 했던 방향을 생각해야 할 섭니다. 물론 상대적인 것이고, 주된 소비자들의 의견대로 편안한 승차감과 고급스러운 실내 감각 때문이라고 하면 할 말은 없죠. 그러나 장르가 지향하는 어느 정도의 정답에는 도달하지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북미 시장에서의 존재감 강화
때맞춘 전동화가 신의 한 수
그럼에도 제네시스의 존재감은 성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북미 시장에서의 노력이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특히 2021년, 브랜드 앰배서더인 타이거 우즈가 타고 가던 GV80의 전복 사고는 제네시스를 크게 알린 계기가 됐습니다. 타이거 우즈가 코너길을 너무 급하게 운전하다가 일어난 사고인데, 처음에는 그 정도의 코너링도 견디지 못해 사고로 이어졌느냐는 비판이 잠깐 있었죠. 그러나 조사 결과 타이거 우즈가 제한 속력 72km/h 구간에서 그 두 배의 속력으로 선회한 사실이 드러나며, 오히려 새삼 GV80의 안전성이 주목받는 계기가 됐습니다. 물론 이로 인해 타이거 우즈의 선수 생명은 사실상 끝났다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어찌 됐든 재활에 성공해 여전히 걸을 수 있고, 이벤트 수준의 대회를 치를 수 있죠.

현재 제네시스는 북미 시장에서 2024년 기준 7만 5,000대 이상을 판매했으며 2025년에는 3분기까지 약 5만 8,000대를 팔았습니다. 물론 30만 대 이상을 팔아치우는 렉서스에는 한참 미치지 못하지만 매년 눈에 띄는 수준의 성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전사적 역량이 모인 E-GMP 플랫폼 기반의 전기차와 파생 전기차인 G80, G70, GV70 전동화 모델들도 의미 있습니다. 비록 북미 시장에 캐즘(전기차 수요 해소로 인한 매출 부진)과 트럼프 행정부의 친 내연기관 정책 그리고 관세 등이 악재이긴 하나 장기적으로 북미 시장에서 테슬라에 필적하는 상품성을 구현할 전기차는 현대차그룹의 라인업이며 특히 제네시스는 상징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지금 보이는 판매량이 다가 아니라는 것이죠.
GV60는 그런 흐름 속에 등장한 차이기 때문에 더 의미가 있습니다. 내연기관 시대의 끝자락에 채 성공하지 못했던 ‘고성능+프리미엄’의 가치를 실천적으로 보여주는 차이기 때문이죠. 특히 에너지 밀도 면에서 뛰어난 한국산 배터리와 현대차의 BMS(배터리 관리 시스템)의 안정성 관련 노하우는 고성능 전기차 시장에서의 전망을 밝게 하는 요소들입니다. 여기에 뛰어난 전장 기술에 기반한 ADAS(운전자 보조)도 무시 못하죠.

GV60 마그마는 아이오닉 5 N과 동일한 650ps의 최고 출력, 790Nm(80.6kg∙m)의 최대 토크를 발휘하며 정지 상태에서 200km/h를 10.9초에 주파합니다. 최고 속력은 264km/h에 달하죠. 마그마 전용 컬러와 3홀 디자인 등 마그마만의 아이덴티티가 돋보입니다. 84kWh 용량의 리튬이온 배터리는 SK온 제품입니다.
제네시스는 2025년 11월 23일, 미국 유력 매체 ‘US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U.S. News & World Report)’로부터 ‘최고의 럭셔리 자동차 브랜드(Best Luxury Car Brand)’로 선정됐다고 밝혔습니다. 해당 매체의 알렉스 크완텐(Alex Kwanten) 편집장은 “제네시스는 지난 10년 가까이 세계적인 수준의 차량과 프리미엄 고객 경험을 꾸준히 선보였다”며 “다른 럭셔리 브랜드를 압도하는 경쟁력을 증명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사치재로서의 모험,
컨버터블과 내구레이스 그리고 미드십 스포츠카
그럼에도 제네시스가 고성능 기반의 럭셔리 브랜드로 확실히 자리잡으려면 몇 가지 과제가 있습니다. 바로 사치재로서의 입지 확보입니다. 무용해보이지만 아름답고 멋진 것을 개발해 안 팔리더라도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애티튜드 말입니다. 장르로서는 쿠페와 컨버터블에 도전하기로 했고 실현을 앞두고 있습니다. 개발과 양산에 모두 어마어마한 비용이 들어가지만 전기차 플랫폼을 활용한다면 오히려 약점을 보완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내연기관 기반의 미드십 스포츠카라는 이상도 동시에 추진합니다. 내구레이스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프랑스에서 공개한 마그마 GT 컨셉트카는 이를 증명합니다. 현대차가 전혀 도전해보지 않은 영역이지만, 브랜드 독립 후 제네시스가 보여 준 가장 큰 강점은 습득력입니다. 파워트레인이든 섀시든 글로벌 업계 최고의 권위자를 영입해 그 노하우를 빠르게 습득했고 결과를 구현해 온 것이 제네시스입니다.
마그마 GT 컨셉트는 견본에 그치지 않고 양산을 전제로 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는 기존 프리미엄 시장에서 어퍼 프리미엄 혹은 럭셔리 시장으로 진입할 수 있는 자격입니다. 제조업은 끊임없이 부가가치를 높여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미국 저소득층들을 상대로 엘란트라(아반떼)를 파는 회사를 넘어, 혁신성에 기반한 럭셔리 브랜드로 한 단계 발돋움했다면, 다음 10년은 과거 현대차의 위상을 아득한 추억으로 느끼도록 해야 합니다. 제네시스가 받은 숙제가 그것이죠.

이를 위해 필수적인 것이 내구레이스에서의 성과입니다. F1 다음으로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내구레이스야말로 귀족들의 스포츠입니다. 슈퍼카 브랜드들이 F1보다 더 밀도 높게 대하는 카테고리이기도 합니다. 또한 이곳에서 얻는 데이터는 하루에만 수 테라바이트 단위로, 초고성능 자동차 개발에 핵심적인 것들이죠. 또한 내구레이스 머신은 전동화 파워트레인과 내연기관이 결합된 하이브리드 시스템인만큼, 전동화 단계의 보완으로 여겨지는 하이브리드 기반의 고성능화도 꾀할 수 있습니다. 사실 순수 전기 고성능차는 제작 단가가 높다 보니 수익성에는 큰 도움이 안 되는데다 판매량 자체가 그 손익 분기를 확실하게 넘을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는 것도 한계입니다. 하이브리드 기반의 고성능화는 이러한 고개를 넘기 위해 필수적인 단계라 할 수 있습니다.
제네시스가 10년간 거둔 성과는 놀랍습니다. 현재 스텔란티스의 일원으로, 시트로엥에서 갈라져나온 DS 오토모빌의 행보를 생각하면 더욱 그러합니다. DS도 2015년에 브랜드 독립을 진행했죠. 생텍쥐페리 에디션 같은 독특한 문화적 터치, 프랑스 대통령의 의전 차량이라는 타이틀로 유럽에서는 어느 정도 통하고 있으나 유럽 내 규제에 부응하는 과정에서 럭셔리차에 어울리는 파워트레인을 제대로 구축하지 못했습니다. 이에 비해 제네시스는 훨씬 글로벌한 감각으로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존재감을 얻어나가고 있죠.
물론 제네시스가 계속 이렇게 성공적일 수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 할 일입니다. 그러나 적어도 실행력을 갖춘 비전이 얼마나 무서운 속도로 성장에 기여하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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