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혼다, 북미서 ‘0’ 포함 전기차 3종 포기
- 한명륜 기자

- 14분 전
- 3분 분량
공장 매몰 비용 등 최대 158억 달러 손실 예상, 미베 토시히로 CEO 3개월간 월급 30% 반납키로
트럼프 행정부의 기조로 인한 자동차 업계의 내연기관 회귀가, 그렇지 않아도 무리한 전동화 전환으로 쩔쩔매던 북미 기반 제조사들의 오금을 후려갈기고 있습니다. 지난 3월 2일 스텔란티스의 발표는 충격적이었죠. 2021년 PSA와 FCA의 완전 합병 이후 첫 적자인데, 무려 순손실이 223억 달러에 달했습니다.

북미에서 전설을 써 왔던 혼다도 충격적인 발표를 내놓았습니다. 북미 시간으로 3월 12일, 주요 매체들은 혼다가 CES 등을 통해 몇 년에 걸쳐 그 진행 과정을 보여 줬던 전기차 ‘0’ 시리즈의 SUV 및 세단과 어큐라 RSX 전기차의 생산을 포기한다는 소식을 속보로 쏟아냈습니다. 이것이 충격적인 이유는, 혼다가 꽤 오랫동안 진심으로 전기차 전환에 공을 들였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미베 토시히로 CEO가 직접 한국을 찾아 LG에너지솔루션과 조인한 일이 있을 정도였죠. 시기의 문제이지 언젠가는 제법 탄탄한 전기차 라인업을 갖추고 경쟁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를 품게 했는데 이 결과에 많은 매체와 관계자들이 당혹감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당혹감이 혼다 북미 법인의 당사자들만 할까요. 오하이오주 메리스빌 공장 설비 투자 및 독자 플랫폼 개발 비용의 매몰, 그리고 판매 부진에 따른 자산 상각 등이 포함된 손실은 약 2.5조 엔, 158억 달러(한화 약 23조 5,270억 원)에 달합니다. 스텔란티스의 경우보다는 적은데, 그걸 위안삼을 상황이 아닙니다. 북미 시장에서의 연간 매출은 600~700억 달러 수준인데, 그 1/4에 달하는 비용, 순이익으로만 보면 3년치가 날아간 상황입니다.

제너럴 모터스(GM)의 얼티엄(LG에너지솔루션 협업) 플랫폼기반 아큐라 ZDX는 이미 지난해 생산이 중단됐습니다. 현재는 혼다 프롤로그(Prologue)만 유일하게 살아남은 얼티엄 기반 전기차입니다만 그 수명이 어떻게 될지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사실 전기차에 성공한 브랜드들조차도 그 수익성이 좋은 편은 아닙니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 대비 부품 수는 적지만 배터리와 전장 등에 들어가는 부품이 비싸 제조 원가가 높습니다. 또한 아직 개발 초기 단계다 보니 플랫폼을 개발하고 그것을 개선하는 데 드는 비용 자체도 높습니다. 비슷한 체급의 내연기관차보다 20% 정도 비싼 가격을 받음에도 실제 수익이 좋지 않은 상황이죠.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인 것은, 혼다가 LG에너지솔루션으로부터 매수한 L-H 컴퍼니의 공장을 없애거나 할 계획은 없다는 것입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여기서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용 배터리 그리고 북미에서 그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ESS(에너지 저장 시스템)을 개발하는 용도로 사용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또한 혼다는 V6 엔진 기반의 하이브리드 파워 유닛 개발에 힘을 쏟을 계획입니다. 현재 V6 엔진을 사용하는 파일럿, 오딧세이 등의 차량에 장착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사실 혼다가 3.0리터급 엔진에 하이브리드 엔진을 실험적으로 시도한 바는 있었지만 곧장 2.0리터 등 대중적인 차급에 사용되는 엔진을 중심으로 유닛을 짜 왔습니다. 그러면서 엄청난 효율을 자랑했지만 고성능을 지향하는 최근의 시장에서는 그 존재감이 약할 수밖에 없었죠. 그리고 기존 3.5리터 i-VTEC 엔진 역시 동력 사양을 너무 보수적으로 잡아, 내구성은 좋으나 역동성 면에서는 아쉽다는 평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시점 역시 너무 늦습니다. 혼다가 생각하는 V6 엔진 기반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장착 차종의 목표 출시 시점은 아무리 빨라도 2028년이 될 것이라고 합니다.
물론 아무리 견실하게 성장하고, 운영의 묘를 살려 왔던 혼다라 하더라도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지금 살아남아 있는 제조사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큰 위기를 맞아 헤쳐오는 능력을 갖췄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게임의 판이 바뀌어버린 상황입니다.

여기서 미베 토시히로 CEO가 어떤 책임을 지게 될지도 관심사입니다. 사실 그는 전동화로의 변화에 누구보다도 적극적이었고, 보수성을 지향하는 혼다의 다른 임직원들에게 강한 변화 드라이브를 요구했습니다. 그의 판단이 틀린 것이었다고만 볼 수 없습니다.
그러나 ‘어쩔 수가 없다’라는 말로 넘어갈 수 있는 자리가 아닐 겁니다. 3월 12일, 미베 토시히로 CEO와 카이하라 노리야 부사장이 향후 3개월 간 급여의 30%를 자진 반납키로 했습니다. ‘그것밖에 안 돼?’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규정이 허락하는 한도에서 최대일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이것이 본질적인 해결책이 될지는 모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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