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의 리타이어, 오라클 레드불 F1 크리스찬 호너
- 한명륜 기자
- 7월 10일
- 4분 분량
최종 수정일: 7월 10일
형식상 명예로운 퇴진 그러나 씁쓸한 뒷맛…후임은 감독과 CEO 역할 분리
권불십년이라 하는데, 20년이면 그 두배죠다. 영화 <효자동 이발사>에서도 박정희가 이발사(송강호 분)에게 자신이 너무 오래 있지 않았냐며 물어보는데 그것이 18년이었죠.

그런데 그런 영광을 20년이나 누린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7월 9일 수요일까지 오라클 레드불 F1 팀의 CEO이자 팀 수장이던 크리스찬 호너(Christian Horner)의 이야기입니다. 그의 찬란한 이력은 7월 9일부로 마침표를 찍게 됐습니다. 레드불의 창단부터 지금까지, 일단 모터스포츠 매니저로서 최고의 자리에서 이룰 것은 다 이뤘지만 그럼에도 깔끔하지 못한 퇴장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F1 레드불 크리스찬 호너
올리버 민츨라프의 결단
크리스찬 호너의 20년 감독직 마감
“지난 20년간, 그의 뛰어난 업적과 공헌에 감사합니다.”
2025년 7월 8일, 올리버 민츨라프(Oliver Mintzlaff) 레드불 유한회사 의 CEO의 메시지입니다. 흔하디 흔한 임원 해고 메시지죠. 하지만 그 대상이 크리스찬 호너라는 사실은 올해 말 F1을 돌아볼 때 가장 충격적인 사건이 될 것임은 확실합니다.

크리스찬 호너
1973년생 만 52세, 현 배우자 전 스파이스걸스 제리 할리웰
추정 연봉 : 1,000만 달러 이상
레드불 초대 감독 취임 32세, 총 레이스 405회
그랑프리 우승 124회, 월드 챔피언 배출 8회, 컨스트럭터 우승 6회
첫 그랑프리(GP) 우승 : 2009년, 중국 GP 제바스티안 페텔
마지막 우승 : 2025년 이탈리아 에밀리아 로마냐 GP, 막스 페르스타펜
그의 업적에 이의를 달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특히 8회의 드라이버 타이틀이 모두 4회 연속이었죠. 제바스티안 페텔(2010~2013), 막스 페르스타펜(2021~2024)로 10년 주기로 전성기를 구가했습니다. 2023년의 레드불은 무려 860포인트나 따내기도 했습니다. 선수 복도 있었지만 위대한 선수를 찾아 성장시킨 것도 그의 능력이었죠.

그의 마지막 그랑프리 우승은, 아직 진행되고 있는 2025 시즌의 이탈리아 에밀리아 로마냐 막스 페르스타펜의 우승이었습니다. 막스와 함께 한 세리머니도 그게 마지막이었죠.
강력한 단독 파트너십을 가졌던 호너와 딜리, 후임은 2인 체제가 됩니다. 모두 주니어 팀인 레이싱 불스에서 승격한 인물들로 감독은 앨런 퍼먼(Alan Permane), 팀 CEO 역할은 로랑 메키스(Laurent Mekies)d입니다. 앨런 퍼먼은 영국인으로 1989년 베네통 F1 팀의 전기 계통 엔지니어로 시작한 인물입니다. CEO를 맡게 된 로랑 메키스는 프랑스 출신이지만 영국 러보로 대학에서 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죠.
팀 성적 하락,
퇴진의 진짜 이유 아니다?
이러한 권한의 분리는 지난 해부터 꾸준히 한 사람에게 팀의 권력이 집중되는 현상에 대한 지적의 목소리를 떠올리게 합니다. 지난 해 막스 페르스타펜이 뛰어난 재능으로 드라이버 챔피언 자리를 수성했지만 시즌 중반 10경기나 우승을 따내지 못한 기간이 있었죠. 그 시기는 레드불을 강자로 올려 놓았던 전설적 엔지니어 애드리안 뉴이의 퇴진과 무관치 않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그리고 애드리안 뉴이는 크리스찬 호너와 크게 충돌하고 있었음이 알려졌죠. 사실 뉴이는 꼭 필요한 인력이었지만 크리스찬 호너의 절대 권력이 팀에서는 먼저였던 겁니다.

그런데 뉴이의 부재는 올 시즌 레드불에게 뼈아픕니다. 특히 세컨드 드라이버는 거의 고려하지 않은 개발 방향으로 인해 팀 중간에 세컨드 드라이버가 교체되기도 했죠.
2005년부터 지금까지, 레드불의 흐름을 보면 올해 우승을 목표로 경쟁전에 뛰어들지 않아도 됩니다. 막스는 두 번의 그랑프리 우승을 따내 클래스를 증명 중이고, 세컨 드라이버 유키 츠노다는 인생 드라이빙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메르세데스의 7연패 기간 종안 관중이 줄어드는 것을 목도했던 F1 측도 별로 어차피 레드불에게 유리하게 움직여주지 않았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굳이 성적이 나오지 않는다고 크리스찬 호너가 책임을 져야 할 이유는 없죠.
그러나 최근의 한 루머는 호너의 리더십에 크게 생채기를 냈습니다. 바로 4회 연속을 이뤄낸 디펜딩 챔피언 막스 페르스타펜의 메르세데스 AMG 페트로나스 F1 팀으로의 이적설입니다. 막스 페르스타펜은 이미 데뷔 시기 즈음에 메르세데스로의 이적 의사를 담은 편지를 메르세데스의 수장 토토 볼프에게 보낸 적도 있었죠. 막스가 첫 우승을 차지했을 때 토토 볼프는 ‘우리가 먼저 움직이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고 했을 정도였습니다.
사실 이것만이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막스가 메르세데스와 입단 협의를 끝냈다는 식의 기사는 스카이 스포츠 이탈리아에서 나온 이야기이지만, 이 매체는 매체 이름값에 비해 신뢰도가 낮은, 그야말로 ‘찌라시’ 성향입니다. 한국 언론은 여기에 비하면 정직하기가 대쪽 같습니다.그런데 막스와 레드불의 계약 조항 중에는, 레드불의 머신 성능이 저하되거나 우승할 수 있는 경쟁력을 잃으면, 강한 머신을 가진 다른 팀으로 이적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까지 나온다는 것은 이제 호너의 지도력에도 한계가 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실 누구든지 어떤 조직을 수장을 맡아 2년만 성공적으로 해내도 좋은 평가를 받습니다. 그런데 20년이나 했으니 호너의 감독 이력은 결코 실패한 것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막스 잡기 위한 그림? 혹은 새 판 짜기?
레드불의 미래는?
막스 페르스타펜은 요즘 포디움에 올라가지 못해도 세상 그런 대인배가 없습니다. 특히 4연속 챔피언을 달성하던 최근 몇 년에는 거의 경험하지 못했던 1라운드 리타이어를 당하기도 했죠. 메르세데스의 신성이라 불리는 키미 안토넬리와의 사고였는데 ‘루키라면 그럴 수 있다’라며 다정하게 감쌌습니다. 아마도 추후 팀메이트가 될지도 몰라서일까요? 사이가 좋지 않은 메르세데스 조지 러셀과의 분쟁, 사이는 좋지만 신경전을 가끔 벌이는 랜도 노리스와의 분쟁에서도 과거처럼 화내는 모습을 보이지 않습니다. 생물학적 아버지가 되고 나서 달라진 것일 수도 있죠.

하지만 아직 그는 만 27세입니다. 머신이 경쟁력만 갖춘다면 충분히 다시 월드 챔피언을 노려볼만합니다. 그리고 지난 시즌 후반부터 보여준 메르세데스의 머신 업데이트는 그의 미음을 흔들리게 할 만합니다.
“나의 첫 GP 우승부터, 4번의 월드 챔피언까지, 수 많은 믿을 수 없는 성공을 나누고 기록을 세웠던 모든 승리들. 크리스찬, 당신에게 모든 감사를 전합니다.”
막스 페르스타펜 인스타그램
박수 칠 때 떠나라는 말을 생각하면 호너의 은퇴 시기는 사실 말이 쉽지 그 때 손을 놓기는 어렵습니다. 애드리안 뉴이 없이도 잘 해보고 싶었을 테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았죠. 크리스찬 호너도 조금은 지쳤을 겁니다.
물론 레드불이 지나치게 비대했던 호너의 발언권을 분산시키고 경쟁력 있는 전략으로 막스를 잡을 수도 있고, 막스가 진짜로 떠나 새 판을 짜야 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내년부터는 새로운 파워트레인이 적용되고 엔진 공급사도 포드로 바뀌죠. 변화는 모터스포츠를 재미있게 만드는 본질입니다.
개인적으로 생각건대, 크리스찬 호너는 다시 F1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디든 그의 강력한 지도력을 필요로 하는 팀은 있을 테고 그의 나이 역시 젊으니까요. 후임인 앨런 페어먼은 그보다 6살이나 많습니다.
덕분에 F1이 재미있었습니다. 팬의 한 사람으로서, 즐거운 휴식의 시간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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