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와 동물의 소리 없는 대립, 잠재된 위험
2024년은 마지막 며칠까지도 바람 잘 날이 없었다. 2025년 새해를 불과 며칠 앞둔 12월 29일 일요일 오전 9시, 전라남도 무안공항에 착륙하려더 방콕 발 제주항공 7C 2216 편 항공기가 동체 착륙을 시도하다, 공함 담장을 들이받고 폭발했다. 29일 오후 5시 기준으로 167명이 숨졌고 2명이 겨우 구조됐다. 탑승 인원은 승객 175명과 승무원 6명 등 181명이었다.
이 사고의 원인은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로 추정되고 있다. 관제 시설에 따르면 조류 이동을 사고 항공편의 기장에게 알렸다. 그러나 당시 영상 자료 상 결국 새떼의 일부가 해당 항공기의 오른쪽 엔진과 충돌했다. 마침 랜딩기어조차 작동하지 않는 상황이었다. 아직 완전한 조사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이번 사고를 통해 버드 스트라이크의 위험성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 주요 자동차 및 모빌리티 기업들이 상용화를 앞당기려는 UAM(Urban Air Mobility, 도심 항공 모빌리티)은 버드 스트라이크로부터 안전할까? 그 위험에 대해서 충분한 논의와 대처 방법이 함께 연구되고 있는 것인지 살펴보았다.

UAM 버드 스트라이크 위험
숙명적인 위험
다행히도 버드 스트라이크의 위험성은 UAM의 개발을 진행하는 연구자들도 잘 알고 있다. 원래 인간의 삶터는 새의 서식지와 겹쳤다. 선사 시대의 집터부터 현대의 도시 모두 강이나 바닷가에 위치하고 있다. 이 공간은 새들의 먹이 활동과 번식의 공간이다. 특히 한반도의 경우 계절에 따라 한국에서 여름이나 겨울을 나는 철새들의 이동 경로에 위치해 있기도 하다. 새들이 머무르는 해안가는 또한 공항이 자리잡기에 최적의 장소다. 또한 텃새들 중에는 울창한 빌딩 숲에 적응해 자리를 잡고 살아가는 종과 개체들도 있다. 따라서 UAM 역시 대형 항공기와 마찬가지로, 순항보다는 이착륙 시에 이런 위험을 마주할 위험이 크다.

그러나 UAM가 버드 스트라이크에 노출될 경우, 그 피해는 공항 사고 이상이 될 수도 있다. UAM의 이착륙 시설로 쓰일 버티포트(Vertiport, 수직 이착륙 시설)가 자리잡을 고층 건물 역시 새들의 활동 반경과 겹치지 말라는 법이 없다.
통상 UAM의 순항 고도는 300~600미터 수준. 일반적인 텃새들과는 크게 마주칠 일이 없다. 하지만 철새류들은 600미터 이상의 고도에서도 순항한다. 도심에 서식하는 맹금류의 일종인 황조롱이도 300미터까지는 상승한다. 고도 150미터 아래부터는 충돌 가능성이 높아지고 76미터 이하는 주간 충돌위험지역으로 분류된다.
2026년 UAM 상용화 외치는데
속수무책?
공항 주변에서는 버드 스트라이크를 막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골프공 크기의 발사체를 사용해 활주로 주변 잔디밭에 앉아 있는 새들을 위협해 쫓아내는 버드 건부터 소음 발생기 등 다양한 방법을 취한다.
아쉽게도 이 방법들 중 도심의 버티포트 주변에서 UAM의 안전을 위해 사용 가능한 방법은 없어 보인다. 버드 건의 경우 건물 유리창 파손이나 행인의 부상을 유발할 수 있다. 소음 발생기는 주요 건물의 입주사나 인근 주민들이 찬성할 리가 없다.
버드 스트라이크를 막기 위해 새들 안정적인 서식지를 확보하자는 의견도 있다. 국립생물자원관의 조사에 따르면 2006년부터 2019년까지 버드 스트라이크는 179% 가량 증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아무래도 이 조사가 진행된 초기가 인천공항의 개항 이후 영종도, 송도 등의 개발이 진행된 시점이며, 이로 인해 서식지를 잃은 새들이 공항으로 몰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공항 외적의 공간에 새들이 안정적으로 서식할 수 있는 지역을 조성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 보면 새들의 움직임을 인간이 통제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잔디밭 위에 앉아 있는 새들에게 위협을 가했을 때, 날아오른 새들이 곧장 반대 방향으로 날아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관련 영상들을 찾아보면 위협을 느낀 새떼들은 날아오른 뒤 선회 비행을 하며 그 자리를 탈출한다. 이 때 무리는 몇 갈래로 나뉘며 일지적으로 모든 새들이 공중에 넓게 펼쳐지는 형국이 된다. 새를 쫓아내려 했으니 오히려 위험이 되어 돌아오는 것이다.
물론 아예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 2022년 네덜란드 흐로닝언 대학 연구진은 실제 맹금류의 형상을 닮은 ‘로봇 매’를 이용해 새떼를 쫓는 실험에 성공했다. 해당 로봇 매는 실제 맹금류처럼 크고 강력하 선회 비행을 하며 먹이를 노리는 모습을 연출해 새들을 효과적으로 쫓아냈다. 반면 드론은 이 로봇 매의 80%만 새를 쫓는 데 성공했다. 물론 비행 시간이 15분 내외로 짧고 우천 시에는 운용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관건.
제도 마련 시급한데 길어지는 국정 리더십 공백
고환율, 원자재 가격도 관건
UAM이 버드 스트라이크의 위험 없이 운행되려면 일반 항공기보다 더 정교한 항로 설정과 관련 규정이 뒷받침돼야 한다. 버드 스트라이크와 관련해 한국공항공사와 정부 기관의 연구 및 대처는 나름대로 우수한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인천공항, 김해공항, 제주공항처럼 바닷가로 철새 이동경로에 있는 공항에서 버드 스트라이크가 이번 무안공항에서 일어난 제주항공 사고처럼 치명적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 것은 기적적이다.다만 매년 겨울 한반도를 찾는 철새의 수가 2022년 156만여 마리로 정점을 찍고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2024년 기준으로는 132만 5,000여 마리가 관측됐다. 하지만 이러한 개체 수 변화와 함께 철새의 종류도 바뀌고 있고 이들의 습성도 달라 대응이 쉽지 않다.

기업들이 2026년, 늦어도 2030년 UAM 상용화를 외치고 있다. 그런데 공중 교통 수단 운용에 있어, 제도가 기술 변화를 앞지르지는 못해도 최소한 비슷하게나마 보조를 맞추지 않으면 안 된다. 지상에서는 제도가 조금 못 따라가도 그나마 해결할 시간이 있겠지만, 공중 교통 수단은 제도 미비의 미세한 틈도 큰 위험이 비집고 들어오는 틈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상당한 기간 동안 한국의 행정 컨트롤 타워가 삐걱거릴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게다가 고환율, 다시금 고개를 쳐드는 유가 등은 안전 분야 연구의 예산을 위축시킬 위험도 있다. 심하게 말하자면 사고가 터지기만을 기다리는 것 같아 보인다.
늦었지만 제주항공 7C 2216편 사고 희생자들의 명복을 빈다. 버드 스트라이크로 인한 대형 사고가 UAM으로 인해 도심에서 일어나지 않도록 정부 기관과 UAM 개발사의 실질적이면서도 가시적인 성과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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