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G 글로벌과 파트너십 진행, GM 모터스포츠 노하우 총동원
역사상 마지막 미국인 포뮬러 원(F1) 그랑프리 챔피언인 마리오 안드레티의 소원이 F1의 벽을 넘었다. 2023년부터 F1 입성을 공언한 GM의 럭셔리 브랜드 캐딜락은 2026 시즌부터 11번째 팀으로 함께 하게 됐다고, 북미 시간으로 11월 25일 밝혔다. 또한 F1 측 역시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알렸다. 또한 F1 측은 기존 10개 팀과 국제자동차경주연맹(FIA)이 동의한 새로운 ‘다양성과 포용 헌장’을 소개하며 새로운 팀의 합류를 인정했다.
F1 GM 캐딜락
2024년 초까지만 해도 불투명했던 GM의 참가
대가는 나머지 팀들에 대한 파이 보상?
GM이 F1의 11번째 팀이 되기 위한 도전 의사를 밝힌 건 지난 2023년. 구대륙 대비 F1의 인기가 그리 높지 않았던 미국이지만, 2023년부터 분위기가 바뀌며 기존 텍사스 오스틴 외에도 마이애미와 라스 베이거스 3곳의 도시에서 GP가 열리게 됐다. 세 도시는 글로벌 쇼비즈니스에서 최정상급의 도시들이다. 특히 2023년 개장한 라스 베이거스의 거대한 LED 돔인 MSG 스피어의 영향이 컸다. 굉음을 내며 달려가는 F1 머신을, MSG 스피어에 투사된 캐릭터가 곁눈질로 쳐다보는 모습은 그 자체로 큰 볼거리였다.
물론 이런 미국 시장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2024년 초까지만 해도 F1 측은, 공개적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GM의 참가를 반기지는 않는 분위기였다. 표면적으로는 F1의 프로모터라 할 수 있는 리버티 미디어 그룹의 허락 아닌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지만, 팀이 늘어날 경우 얻을 수 있는 팬의 증가 등의 이익보다 홍보 비용의 증가, 참가 팀이 가져가는 수익의 배분 분모가 커지는 상황 등이 걸림돌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리버티 미디어 그룹은 미국 국적이지만 비즈니스 논리 앞에 같은 국적이라는 논리가 통할 이유는 없었다. 오히려 2026년부터 레드불과 계약한 포드가 GM의 참가를 지지했다.
그러나 2024 시즌의 챔피언이 탄생은 11월 24일 이후, FIA와 F1의 결정은 바뀌었다. GM의 파워유닛을 사용하는 커스터머 팀의 참전이라면 2028년부터나 생각해보겠다던 F1과 FIA 그리고 리버티 미디어 그룹은 어떻게 마음을 돌린 걸까?
F1 고위층에 연줄이 있는 BBC 등 영국의 모터스포츠 관련 매체들은 GM이 대략 두 가지 방식을 통해 F1 및 기존 팀들에게 우회적인 보상을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GM은 안드레티 레이싱과 파트너십을 이어오고 있는 TWG 글로벌과 힘을 합친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F1의 전체 운영 수익 중 63%를 나누는 분모가 10에서 11이 되는 데 대해 약 4억 5,000만 달러(한화 약 6,280억 원)의 비용을 부담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고 BBC 측은 전했다. 이를 GM이 직접 참여하지 않는 2025 시즌에도 내는 것인데, 2026 시즌에는 더 높은 금액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사실 4억 5,000만 달러도 기존 이익이 줄어드는 데 대한 보상 규정의 2배를 넘는 금액이다.
여기에 더해 F1을 위한 독자적 엔진을 GM과 캐딜락 측이 개발할 때까지, 기존 엔진 공급사 중 한 곳에서 2년 간 엔진을 사서 쓰는 것도 논의 중이다. 후보로는 페라리가 유력. 기존 미국 팀인 하스(HAAS)가 페라리의 엔진을 사용하고 있다. 포드는 레드불과 자체 파워 유닛을 개발 중이다.
F1 10개 팀과 FIA 동의 담은 새 헌장 발표
다양성과 관용이란 포장지로 감싼 이해 계산
이런 가운데 F1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새로운 다양성과 포용 헌장(New Diversity & Inclusion Charter)를 발표했다. 헌장은 크게 4가지의 주요 초점으로 구성되는데, 이는 보다 많은 사람들을 모터스포츠 소외에서 벗어나게 하고 끌어들일 수 있는 매력(attract), 조직 내 편견을 완화하고 다양한 사람들에 대해 포용적인 문화를 조성하는 유지(retain), 서비스의 설계와 개발(create), 외부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헌신을 전달하는 관계(engage)를 포함한다.
이 내용들은 다름아니라 F1과 FIA가 GM의 참여 의사를 받아들이기 전에, GM 측에 요구했던 질의서의 내용에 포함된 것이라고 알려져 있다. 새로이 F1의 컨스트럭터로 참여하면서 어떻게 파이를 키우고 흥행을 더하는데 기여할 것인가 하는 질문인 셈인데, 이를 ‘헌장’으로 공표한 것은 즉 GM 측이 이를 충족시킬 만한 방안을 마련했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이야기한다.
큰 돈이 오고 가는 판에서, 때로 협상(negotiation)과 협잡(swindle)은 쉽게 구분되지 않는다. F1은 천문학적 예산이 필요한 스포츠다. 고대 로마에서는 전차 경주를 위해 말을 제공하는 마방들이 매년 황실과 함께 연간 운영 전략과 우승팀까지도 미리 협의했다고 한다. 그러나 F1 측이 강조하는대로, 이것은 스포츠이고, 그 협의 위에 스포츠의 정정당당한 경쟁, 도업자 정신 등의 포장지를 씌우는 절차는 반드시 필요하다.
참고로 FIA는 GM이 처음 F1 참가 의향을 밝혔을 때, 이를 거절한 일에 대해 미국 법무부의 조사를 받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2026 시즌 출사표, 캐딜락 F1과 안드레티
어찌 됐던 만 84세의 이탈리아계 미국인 드라이버, 마리오 안드레티의 꿈은 한 관문을 넘었다. 1984년, 미국인으로서는 마지막 F1 GP 우승을 이뤄낸 기록을 갖고 있는 그는 아직 열정이 넘친다. 비록 자신의 이름을 딴 안드레티 레이싱의 현업에는 물러나 있지만 정신적으로 이 팀의 리더는 마리오 안드레티다.
“나의 첫사랑은 F1이었고 70년이 지난 지금도 F1 패독은 잊지 못할 행복의 장소”라 전한 안드레티는 “꿈을 꾸고 있는 것이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 스스로 꼬집어봐야 할 것 같다며 감격을 전했다.
2026년은 차량의 대대적 업그레이드가 이루어지는 해인데 특히 엔진에서는 기후 중립 연료의 사용,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활용도 제고 등 기존과 다른 패러다임의 엔진 유닛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캐딜락 F1 팀은 에어로다이내믹, 섀시 및 역학 구조 개발, 소프트웨어와 차량 시뮬레이션 역할 등의 요소에서 경쟁력을 갖춘 머신을 만들기 위한 개발 중이다. 이를 위해 GM은 2023년 1월부터 숙련된 엔지니어들을 모아 팀을 구성하고 GM의 북미 주요 거점과 영국 실버스톤 등에 파견했다.
아무리 많은 예산을 투입한다 해도, 캐딜락 F1 팀이 기존 제조사들의 역량을 바짝 추격하면서 처음부터 주목받을 가능성은 낮다. 오히려 시시각각 변화는 모기업의 사정이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그런 리스크를 안고도 F1에 참가하는 것은 그만큼 F1만의 아우라뿐만 아니며, 자동차 개발에서도 얻을 수 있는 이익이 크다. 특히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의 시대가 다소 오래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해당 기술이 약한 GM에서는 중요한 기회다.
GM의 마크 로이스(Mark Reuss) 사장은 “포뮬러 원은 모터스포츠의 정점으로, 혁신과 탁월함의 경계를 끊임없이 확장해야 하는 무대이자 캐딜락의 엔지니어링 전문성과 기술 리더십을 새로운 차원에서 선보일 수 있는 글로벌 플랫폼이 다”라며, ”캐딜락이 세계 최고의 자동차 레이싱 시리즈에 합류하게 되어 큰 영광이며, 전 세계 레이스 팬들을 위해 열정과 진정성을 바탕으로 이 스포츠를 더욱 발전시킬 것을 약속드린다”라고 말했다.
한편 2026년에는 자우버를 인수한 아우디와 함께 2개의 신생팀이 참여하게 됐다. 미국 제조사가 엔진 공급 혹은 워크스(회사 소유)로 참여하는 경우 하스, 레드불, 캐딜락 F1 총 3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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