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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푸조, 추억으로 남을 것인가? ? E-Lion Day의 의미

  • 작성자 사진: 한명륜 기자
    한명륜 기자
  • 2월 15일
  • 4분 분량

‘E-Lion Day’서 E-5008 공개, 전동화 라인업 완성됐지만 한국 전략은 MHEV?

한국 시간 2월 14일 22시, 푸조(Peugeot)가 온라인으로 전동화 전략 발표인 ‘E-Lion Day’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STLA 플랫폼을 통해 WLTP 기준 1회 충전 시 주행 거리가 700km에 달하는 E-5008을 공개했다. 이 외에 전동화 목표의 확대와 이를 위한 실천 방안 등을 공개했다.


2025 Peugeot E-Lion Day
2025 푸조 E-Lion Day

 

한 때 푸조의 오너였고, 기술력 측면에서 푸조가 좋은 차라는 것은 여전히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푸조의 미래 전략과 야심찬 신차가 어쩐지 한국에는 와닿지 않을 것 같다는 걱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

 

 

E-5008로 완성된 푸조의 전기차 라인업

그런데 한국 신차는 MHEV?

 

스텔란티스 그룹 전체를 봐서도 전동화를 가장 선도하는 브랜드는 푸조다. 이미 2000년대부터 다양한 시도를 해왔고 배터리 역시 토탈 등과 손잡고 내재화할 준비를 하고 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2020년대 이전에 시장에 안착시키는 데 성공했다. 순수전기차(BEV)의 경우 다른 제조사보다 늦긴 했으나, 어찌 보면 초창기 수요의 허수와 캐즘의 도래까지를 감안한 조심스런 전략으로 볼 수도 있다.

 

그리고 2023년 2세대 208 이후, 주행 거리와 퍼포먼스 면에서 경쟁력을 갖춘 차들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2024년에는 110만 대의 전기차를 판매했다. 스텔란티스 그룹의 위상이 점점 하락하고 있다지만 적어도 유럽 시장에서는 지속적으로 전동화 모델의 경쟁력을 확보해가고 있다. 연례 전동화 비전 발표인 ‘E-Lion Day’도 이 때 시작됐다. 구 PSA 그룹의 e-CMP 플랫폼을 개선하는 한편 스텔란티스의 새로운 플랫폼인 STLA의 배터리 용량별 구분을 통해 다양한 체급의 전기차를 공급하겠다는 전략도 구체화했고 실현했다. 지프의 어벤저도 유럽에서 개발됐고 엄밀히 따지면 구 PSA 그룹의 전동화 기술력에 의탁한 차다.

 

2025년 ‘E-Lion Day’에서는 브랜드의 플래그십 SUV인 5008 SUV의 전기차 E-5008의 일부 사양이 공개됐다. 내연기관 버전의 5008은 한국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었던 모델이다. 좋은 연비와 전장 대비 넓은 거주 공간, 유니크한 디자인 덕분에 패밀리카로서의 존재감을 확보했다. 전기차로서의 E-5008역시 압도적인 공간을 자랑한다.


Peugeot E-2008
E-Lion Day를 통해 공개한 E-5008의 일부 사양

E-5008은 승차 정원에 따라 5인승과 7인승으로 나뉜다. 5인승의 트렁크 기본 적재 공간이 994리터에 달하고 2, 3열을 모두 접었을 때는 최대 2,310리터에 달한다. 거의 미니밴급이다. 대형 캐리어 2개, 중간 캐리어 1개, 소형 캐리어 12개가 들어가는 모습이 그래픽으로 구현됐다.

 


Peugeot e-5008
E-5008의 적재 공간은 최대 2,310리터에 달한다(5인승 기준)


최고 출력도 325ps에 달한다. 전기차의 성능 인플레이션은 최근 조금 주춤하는 추세인데, 푸조는 일상적 차종에 고성능 지향의 모터를 장착하지는 않는다. 대신 주행 거리를 얻었다. WLTP 기준 주행 거리는 700km에 달한다. EPA의 방식으로는 15~20% 줄겠지만 그래도 500km 후반에서 600km에 이를 것이다.

 

E-5008의 전개는 이미 예정된 것이었지만 여기에 공헌한 것은 역시 E-2008과 E-3008의 성공 덕분이었다. 2024년 하반기, E-3008은 전체 3008 판매량의 1/4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다른 파워트레인 역시 PHEV나 MHEV인 것을 감안하면 전체적으로 전동화에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E-2008과 E-3008은 한국 시장과 인연이 없어 보인다. 2023년 5월 한국을 방문했던 전임 린다 잭슨 CEO도 그렇고 푸조의 매력적이고 새로운 전기차 라인업들을 한국에 출시한 가능성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전략적인 침묵이라기보다 가능성이 그만큼 낮다는 의미로 읽혔다.

 

스텔란티스코리아의 2025년 신년 전략에 푸조의 신차 출시 계획은 있었으나, 전기차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대신 1.2리터 퓨어텍 기반의 MHEV 라인업만 존재한다. 대상 차종은 해치백 308, 크로스오버 타입인 408 정도다. 물론 동급에서 볼 수 없는 우수한 연비와 푸조 특유의 핸들링 등을 세일즈 포인트로 삼겠지만, 시대의 흐름을 쫓아가지 못한다 소비자들의 비판은 피할 수 없을 듯하다. 그리고 이는 실적에 위협이 된다.

 

 

유럽은 한국을 너무 모른다?

전기차 투입 성과, 시도하기 전에 두려움만

 

자동차뿐만 아니라 유럽 전체의 경제는 팬데믹을 거치며 확실히 ‘구체제’임이 확인됐다. 시대 변화를 따르지 못하는 산업 체제와 생산성 개선 부재 등은 미국과 극명히 대비됐다. 미국의 자장 안에 있는 한국과도 당연히 맞지 않는다. 지금 한국이 다른 나라의 정정 불안에 대해 말할 처지는 못 되지만 유럽의 선진국들도 정치적으로 혼란기다. 제조업 최강국이었던 독일마저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

 

푸조의 매력적인 새 전기차 라인업들이 한국 도입이 요원해 보이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E-3008의 가격은 유럽 기준 4만 8,000유로부터 시작한다. 한화로 7,000만 원을 넘는다. 한국에 들여올 경우 가격 경쟁력을 기대할 수 없다. 수입차로서의 프리미엄 마케팅으로 승부를 걸어볼 수도 있겠지만 그간 스텔란티스코리아는 자의든 타의든 푸조의 브랜딩을 이어나가지 못했다.



Peugeot E-3008
유럽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지만 가격이 비싼 E-3008

유럽에서도 이렇게 가격이 높게 책정된 것은 다름아닌 생산성 저하와 무관치 않다. 여기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길어지면서 제반 생산비용마저 급격히 오른 상태다. 미국, 중국과는 각각의 이유로 대립 중인데 그렇다고 권역 내에서 국가 간의 통 큰 협업이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나마 프랑스가 AI 분야에서는 두각을 드러내며 미중의 AI 양강구도에 균열을 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이것이 유럽 제조업의 유의미한 생산성 향상과 경쟁력 확보로 이어질지는 아직 지켜봐야 할 일이다.

 

내부 사정이 이렇다 보니 외부자인 스텔란티스코리아가 새로운 전기차에 대한 제대로 된 가격 협상을 시도해볼 공간도 빡빡할 것이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게다가 유럽 전체의 인식은 아직 한국을 20세기의 관점으로 보고 있다. 지난 해 르노코리아의 한 직원이 특정 커뮤니티에서 사용되는 혐오 표현으로 큰 문제가 됐을 때, 유럽 언론이 이 사건을 다룬 논조가 딱 그랬다. 한국은 여전히 여성 인권이 낮고 데이트 폭력 등이 심해 젠더 갈등이 만연한 나라라고 썼다. 젠더 갈등이 심한 건 사실이지만 원인 분석에 나타난 그들의 시각은 마치 동남아나 아프리카 개발도상국을 보는 것보다 조금 나은 정도의 인식 수준임이라는 생각을 지우기 어려웠다.



비싼 푸조 전기차 국내 도입 가격 협상

어렵지만 해볼 만한 가치 있어


하지만 그런 상황 속에서도 우수한 가격 협상력으로, 최신 차량을 합리적 가격으로 국내에 출시하는 브랜드도 존재한다. 그들의 10년 전 위상은 푸조와 비교해 결코 더 낫다고 할 수 없었다. 지속적이고 지치지 않는 브랜딩의 의지가 관건이었다. 물론 한국 법인의 구조나 운영 방식, 본사와의 업무 진행 프로세스가 사맛디 아니할새, 한국 측에서 뜻을 실어 펴지 못하는 사정은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텔란티스코리아 측에 분투를 희망하는 것은, 차 자체로서 푸조의 전동화 라인업이 충분히 매력적일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가격은 비쌀지 몰라도, 충분한 품질과 독보적인 기술력, 국산차에서 느끼지 못하는 운전의 재미 등을 강조하면 분명 개선된 결과에 다가갈 수 있다. 아우디 Q4 e-tron이 대표적이다. 역시 7,000만 원이 넘는 가격, 작은 크기지만 우수한 승차감과 운전의 재미, 인증 대비 높은 효율로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크게 하락한 아우디의 위상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 선전을 이어가는 중이다. 폭스바겐의 ID 시리즈도 마찬가지다.

 

아직 늦지 않았다. 물론 내부에서 논의가 진행 중일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하반기에는 MHEV만으로 구성된 국내 신차 전략이 조금이나마 수정되길 기대해본다. E-2008이든 E-3008이든 국내 시장에 최소한 ‘맛’이라도 보여야 그 다음을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그게 아니라면 ‘E-Lion Day’를 국내에 알릴 필요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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