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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진한명륜 기자

페라리, 새로운 자연흡기 V12 슈퍼카 12실린드리∙스파이더 공개

최고 출력 830ps의 성능, 기하학적 볼륨감과 압도적 공력성능 갖춘 디자인

 

적지 않은 페라리 고객들과 팬들은 최근 페라리의 기술적 행보에 대해 불만이 컸을 것이다. F1 기술이 적용돼 1,000마력을 넘어가는 최신 차들도 페라리의 전통 속에 살아 숨쉬는 자연흡기의 감각, 살아 있는 말과 더불어 호흡하는 듯한 그 느낌을 대체하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Ferrari 12Cilindri & Spider
페라리의 V12 자연흡기 슈퍼카 12실린드리∙스파이더

페라리가 그러한 전통주의자들의 요구에 화답하는 새롭고 간명한 답안을 내놨다. 12실린드리(12Cilindri). 말 그대로 12기통이라는 의미다. 812와 푸로산게 이후 페라리 자연흡기 V12의 전통을 잇는 슈퍼카 12실린드리와 컨버터블 버전인 스파이더가, 미국 마이애미 현지 시간으로 5월 3일 공개됐다.



페라리 자연흡기 V12 12실린드리


첨단화로 자연흡기 약점 극복하다

6.5리터 V12 F140 HD

 

골수 팬과 오너들의 비난을 감수하고라도 페라리가 터보와 하이브리드를 선택했던 건 퍼포먼스 싸움 때문이었다. 어차피 판매 대수도 적은 브랜드라 환경 규제 따위는 애초에 큰 문제는 아니었다. 자연흡기엔진은 끝날 것처럼 보였고 812 라인업을 두고도 ‘마지막’이란 이야기가 더러 나왔다.

 

Ferrari 12Cilindri Berlinetta Rosso Imola
12실린드리 로쏘 이몰라 컬러

그러나 페라리는 12실린드리를 통해 자연흡기 엔진의 남아 있는 가능성을 첨단 엔지니어링으로 모두 살려냈다. 최신 버전의 F140HD 엔진은 6.5리터 65° 뱅크각의 이 엔진은 9,250rpm에서 최고 출력 830ps를 발휘한다. 최고 회전수는 9,500rpm. 가장 최근에 V12 엔진이 적용된 페라리의 머신은 812 컴페티치오네, 푸로산게 등인데 그보다도 더 업그레이드됐다.

 

일단 흡기와 연소라는 기계공학적 기본기에서의 효율을 극대화했다. 포뮬러원 머신의 엔진에 적용되는 다이아몬드 라이크 카본(DLC) 코팅 강철의 슬라이딩 핑거 팔로워(캠의 회전을 밸브 개폐로 전달하는 작은 단조 암 부품)를 적용했다. DLC는 임계점에서 회전 저항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여기에 티타늄 커넥팅 로드와 경량 알루미늄 합금 피스톤 및 경량화된 리밸런스 크랭크샤프트를 적용해 회전 성능을 개선했다.

 

여기에 흡기 매니폴드와 플레넘(다기관에서 공기가 모이는 곳) 레이아웃을 컴팩트하게 조정했다. 또한 매니폴드의 공명기 위치를 변경해, 스포티한 주행 조건은 물론 모든 주행 상황에서 풍성한 엔진, 배기 사운드를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Ferrari 12Cilin
마이애미 비치에서 공개된 페라리 12실린드리

 이런 개선사항은 출력의 향상에도 기여하지만 자연흡기 엔진의 단점인 좁은 최대 토크 밴드를 확장하는 효과가 있다. 이 엔진의 최대 토크는 69.1 kg·m이며 7,250rpm에서도 유지된다.

 

게다가 선택된 변속단에 따라 토크 양을 조절할 수 있는 전자제어 기술인 흡기식 토크 쉐이핑(ATS, Aspirated Torque Shaping)도 적용됐다. 변속기는 SF90 스트라달레에 적용된 바 있는 8단 DCT다. 기존 V12 모델들에 비해 5% 짧은 저단 기어비를 가진 이 변속기와 토크 쉐이핑 기술이 만나 빠른 시간에 회전수를 올리고 최대 토크 영역에 근접하는 곡선을 만들 수 있는 구조다. 덕분에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2.9초, 200km/h까지는 7.9초 수준이다. 최고 속력은 340km/h에 달한다.

 

 

기하학적 관능성

압도적 공력 성능

 

12실린드리 및 스파이더의 디자인 외관은 깨끗한 면, 반복되는 조형 요소를 통한 기하학적 완성도를 보여준다. 812 컴페티치오네보다는 훨씬 심플하다. 플라비오 만조니가 이끄는 페라리 스타일링 센터 디자인팀은 프런트 미드십 V12 모델의 비례를 유지하되, 각 부분에서 교차하는 볼륨을 하나의 흐름으로 통합해 관능미를 구현하는 방식이다. 이런 조형 기법은 로마를 통해 증명된바 있는데, 이미 로마의 디자인 단계에서 이 차에 대한 구상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Ferrari 12Cilindri
심플한 밴드 형태의 전면

이러한 형태는 당연히 공력 성능에 대한 기능적 접근을 기반으로 한다. 보닛에 통합된 프론트 윙은 절단선을 제거해 매끄럽고 끊김없는 표면을 만든다. 리어 윙은 근육미를 자랑하면서도 통제된 모습을 보인다. 전면 헤드라이트 역시 주요 모델들읠 길쭉한 형태를 지양하고 차체 전면의 밴드 형태 안에 통합했다. 장식적 요소를 지양하고 차량 면의 교차점에 집중한 결과다.

 

후면부에도 같은 논리가 적용된다. 불필요한 양적 볼륨은 줄이고, 오목한 후면부를 블레이드 타입의 리어 램프가 가로지른다. 리어 스포일러를 채택하는 대신 리어 스크린과 통합된 두 개의 액티브 플랩을 사용하여 시그니처인 델타(Δ)형 테마를 구현했다. 하이테크하면서도 하나로 이어진 전체를 지향하는 디자인이다. 차체 하단부에는 블랙 또는 탄소 섬유로 마감된 디퓨저 킬(diffuser keel)이 적용되는데 차체 패널부가 이 위에 떠 있는 것과 같은 시각적 효과를 준다.


Ferrari 12Cinlindri
페라리 12실린드리

 

전체적인 공력 제어 개념은 812 컴페티치오네의 방식을 기본으로 한다. 전면 차체하부의 다운포스는 세 쌍의 보텍스 제너레이터(vortex generator, 와류 발생기)를 통해 생성된다. 중앙 차체하부의 공기흐름은 작아진 변속기 터널 입구를 통해 안정적이고 바른 방향으로 후방까지 전달되고 약간 높게 설계된 후륜 앞쪽은 타이어를 보호하며 뒤로 공기를 보낸다.

 

Ferrari 12Cilindri Spider
페라리 12실린드리 스파이더

또한 후면 차체하부에는 효율적인 다운포스를 생성하고 기류를 환기장치 쪽으로 유도하기 위한 보텍스 제너레이터 한 쌍이 장착돼 강력한 후륜 접지력을 생성한다. 후면 상부 영역에서는 트렁크 덮개에 있는 25nm 놀더와 액티브 플랩이 각각 다른 역할을 한다. 놀더는 저속 구간에서 공기 재압축을 담당해 후미의 다운포스를 만들면 액티브 플랩은 속력 구간에 따라 반응한다. 60km/h 이하 혹은 300km/h 이상에서는 진행 방향과 평행, 그 사이 구간에서는 강한 다운포스를 만들기 위해 각도를 세운다.


Ferrari 12Cilindri Spider
12실린드리 스파이더

 

 

첨단 성능의 섀시

4륜 독립 조향 적용

 

페라리의 섀시 기술의 지향점은 운전자가 어떤 상황에서도 스스로를 뛰어난 드라이버로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12실린드리에는 296 GTB에 처음 적용된 ABS Evo과 6w-CDS 센서가 포함된다. 6w-CDS 센서는 버추얼 쇼트 휠베이스(PCV) 3.0과 사이드 슬립 컨트롤(Side Slip Control) 8.0 시스템이 최적의 정밀도를 가질 수 있도록 보장한다. SSC 8.0의 학습 속도는 이전 대비 10% 빨라진 버전이며 EPS CPU 및 SSC 8.0에서 추정한 사이드 슬립 각도 정보 등을 활용한다. 또한 812 컴페티치오네에 적용된 4륜 독립조향 시스템도 적용했다.

 


Ferrari 12Cilindri
12실린드리 측면


12실린드리는 물리적으로 812 슈퍼패스트보다 짧은 휠베이스를 갖고 있다. 전장 4,733㎜에 휠베이스는 2,700㎜이며, 전륜 윤거 1,686㎜, 후륜 윤거 1,645㎜에 달한다. 슈퍼패스트에 비해 비틀림강성이 15% 증가했다. 참고로 페라리 양산차로는 처음으로 기어박스 서브프레임의 쇼크 타워(Shock Tower)에 100% 재활용이 가능한 2차 합금을 사용했다. 이를 통해 자동차 한 대 생산 당, 146kg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여 지속가능성도 고려했다. 물론 이는 충돌 시험 등에서도 안전성을 입증했다고 페라리 측은 밝혔다.

 

휠은 전후륜 모두 21인치이며 타이어로는 미쉐린 파일럿 스포츠 S5 혹은 굿이어 이글 F1 슈퍼스포츠를 선택할 수 있다. 전륜 단면폭은 275㎜, 후륜 단면폭은 315㎜이다. 편평비는 35%로 동일.

 

100km/h에서의 제동 거리는 31.2미터로 812 컴페티치오네와 비슷하지만, 200km/h에서의 제동 거리가 122미터로 5미터 이상 줄어들었다.

 

 

 

프리미엄한 공간 듀얼 콕핏 구조

스파이더 하드탑 개폐 시간은 14초

 

12실린드리의 실내 공간 설계는 로마, 푸로산게 등에서 볼 수 있던 듀얼 콕핏 구조이며 대시보드, 중앙, 발밑 공간 등 높이에 따라 세 가지 레벨로 구분된다. 운전자와 조수석 공간이 거의 대칭으로 각자가 드라이빙 상황에 몰입할 수 있다. 프리미엄한 2인승의 차량이라 공간감은 크게 생각할 수 없다. 그나마 스파이더는 좌석 뒷간이 하드 탑 수납 자리다.

 

12Cilindri Interior(Berlinetta)
12실린드리 실내(베를리네타)

스파이더의 경우 탑의 알루미늄 소재로 무게를 크게 줄여 무게 중심을 낮췄다. 개폐 시간은 14초이며 최대 45km/h 속력에서 여닫을 수 있다. 전동식으로 조절할 수 있는 리어 스크린은 200km/h대의 고속 주행에서도 오픈 에어링을 즐길 수 있게 한다. 대화도 가능하다고 하는데, 최근 296GTS와 로마 스파이더를 타고 고속도로 주행을 해본 결과 목소리는 꽤 높여야 한다. 싸운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 수준 정도. 이 차의 고속 오픈에어링 시 실내 소음환경도 그 정도일 것으로 기대된다.

 

12Cilindri Spider Interior
12실린드리 스파이더 실내

지난 12월, 존 엘칸 페라리 회장은 직원들을 위한 연말 행사 스피치를 통해 "전통과 혁신은 늘 페라리의 핵심 가치였으며, 페라리는 대담하게 그리고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그 자랑스러운 전통을 이어 나가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자연흡기라는 전통적 요소를 이토록 첨단의 영역으로 끌어와 제안할 수 있는 것이 지금 페라리의 힘이고 가치다. 이런 가치를 담은 12실린드리는 7년간 제공되는 메인터넌스 프로그램으로 한 번 더 감동을 줄 것이다. 다만, 그 감동을 즐기려면 일단 6억 원 정도는 있어야 할 것이다. 외신에 알려진 시작 가격은 39만 5,000 유로(한화 약 5억 7,000만 원)를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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