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영국 문학계, 한국 최초 등 작가와 연관성 있는 브랜드들이라면 시도해볼 만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여성 작가는 2024년 한국의 한강 작가를 포함해 총 17인이다. 의외로 노벨상의 초창기부터 문학상에서는 여성 작가들이 심심치 않게 수상했다. <대지>의 펄 S.벅(Pearl Sydenstricker Buck), <숨그네>의 헤르타 뮐러(Herta Müller), 그리고 지난해 수상 3년 만에 세상을 떠난 루이즈 글뤽(Louise Elisabeth Glück)등 국내 대중들에게도 익숙한 작가들의 이름이 있다.
한강 작가는 "전쟁통으로 사람이 날마다 실려 나가는데 무슨 수상 잔치냐"며 축하 기자회견조차 하지 않았다. 작품에 대한 호오를 떠나 인간이 고통을 대할 때 겪는 아픔과 그 내면에 대해 진심으로 치밀하게 고민해 온 작가라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물론 노벨상의 심사를 주도하는 유럽 중심 문학계가 '변방에서도 이런 본원적인 정서를?'이라는 식의 옴팔로시즘적인 사고를 갖고 비유럽 비영미권 작가들을 대하는 경향은 있지만 어찌 됐든 그것이 상의 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는 할 수 없다. 오히려 그런 여건과 무관하게 작가의 작품성과 노력이 인정받았다고 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이런 작가에게 물질적인 관심사를 들이대서 송구하지만, 만약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한강 작가에게 국내 시판 중인 자동차 제조사들이 차량을 헌정한다면 어떤 차가 어울릴까 생각해 봤다.
노벨문학상 한강
1. 볼보 XC90 페이스리프트 PHEV(아직 북미 공개 단계)
노벨상의 상징성을 생각하면 일단 볼보부터 떠오를 수밖에 없다. 실제로 노벨상 심사 주간에는 볼보가 의전 차량을 제공하기도 한다. 물론 해에 따라서 다른 브랜드가 의전에 들어가기도 하지만, 어찌 됐건 상징성을 무시할 수 없다.
당연히 플래그십 차라야 한다. 그런 점에서 지난 9월 4일 북미에서 공개된 XC 90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가장 적합해 보인다. 볼보의 인기는 여전하지만 국내 시판 라인업의 노후화가 슬슬 보이기 시작하는 시점이다. 내년에 다시 한 번 도약의 기회를 갖고 브랜드 가치를 이전까지와 다른 차원으로 격상시키려면 어떻게 해서든 한강 작가와 인연을 맺어야 한다.
새로운 볼보 XC 90은 특유의 토르의 망치 DRL(주간주행등) 디자인을 2차원적으로 환원하고 세로 슬롯 대신 사선형의 그릴을 택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의 경우 1회 완충 시, 이전 대배 48% 연장된 최대 70km를 주행할 수 있다. 내연기관 연비도 개선돼, 전기 완충과 주유 시 최대 800km 이상 주행 가능하다고 한다.
만약에라도 볼보와 한강 작가가 인연이 되고, 내가 인터뷰를 진행할 기회를 얻는다면, 나는 이 차로 작가를 모시고 가보고 싶은 곳이 있다. 작가의 부친이자 한국 소설의 거장인 한승원 선생을 모시고, 한강 작가의 태를 묻었다는 한 기찻길 근처가 그곳이다. 해 지는 곳에서 자연광으로만 한강 작가와 차를 담아 보고 싶다.
2. BMW i7
엥? 할 수도 있다. 오로지 달리기의 즐거움을 중시하는 브랜드인데 작가의 나긋하고 차분한 목소리가 어울릴지. 메르세데스 벤츠 S 클래스에 비해 플래그십 영역에서 다소 격이 떨어진다는 평도 있어 왔다.
하지만 적어도 이번 7세대 7시리즈 특히 전기 세단인 i7에 관해서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게다가 BMW는 2011년 노벨상 주간, 스웨단 한림원에 의전 차량으로 4세대 7시리즈 리무진(F02)을 제공한 인연이 있다. 그러니 전혀 격이 맞지 않는 차량은 아니다.
BMW는 i7은 사실 이번 7세대 7시리즈를 대표하는 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전기차로 한정한다면 오히려 메르세데스 벤츠보다 국내에서 호감도가 높다. 삼성 SDI의 배터리가 장착돼 있고 전기 구동계의 안정성 측면에서는 좀 더 높은 신뢰를 보이고 있다. 이 김에 BMW는 한강 작가의 차분함을 BMW 차주들에게 좀 전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그 차분한 목소리로, 키를 통해 문 여는 장면, 2열에 앉아 있는 모습이 떠오른다. 수상 소식을 함께 들었다는 아드님과 착석한 모습도 어울릴 듯하다.
3. 제네시스 G90 LWB(롱휠베이스)
다른 차도 그렇지만 이 차는 정말 한강 작가라면 모터 달린 것처럼 손사래칠 지도 모르겠다. 차가 주는 느낌 자체가 의전차 그 자체다. 외관의 위압감이 상당하다. 또한 차량 특성상 국내 주요 기업의 임원진 중에서도 최고위직이나 국가 기관의 수장이 타는 차량이다 보니 아마 작가로선 부담감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그나마 BMW야 노벨상과 인연이라도 있다지만, 국내에서 제네시스는 아무래도 작가가 그렇게 선호하지 않는 '권력'의 이미지와 가까운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따라서 만약 제네시스 브랜드가 한강 작가에게 차를 헌정할 생각이 있다면 스토리텔링이 그만큼 필요할 것이다. 물론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최초의 한국 작가라는 상징성, 한국 브랜드의 플래그십이라는 상징성으로 엮으면 된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약하다. 헌정하려면 특별 에디션이 있는 게 좋을 듯하다. 물론 거기에 한강 작가의 시그니처를 새기는 것은 당연히 거절될 것이고 다만 한국 문학과 정신문화에 바치는 오마주 정도라면 적합하지 않을까 한다. 그리고 몽블랑과의 협업을 통해 최상위 라인업인 마이스터스튁(Meisterstück)을 세트로 제작한다든지.
4. 벤틀리 플라잉 스퍼 뮬리너
제네시스는 거부감 가질 것 같다면서, 벤틀리를 언급하냐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한강 작가의 글로벌 문학계에 크게 알려질 수 있었던 데는 영국 문학계와 번역가들의 공이 컸다. 특히 1988년생으로 한강 작가보다 20살 가까이 어린 번역가 데보라 스미스는 한강 작가의 수상에 가장 크게 공헌한 인물 중의 하나다.
1988년생인 이 젊은 번역가는 케임브리지대 학부를 졸업할 때까지만 해도 영어 외의 언어는 구사하지 않았지만, 대학원에서 한국학을 공부하고 독학으로 한국어를 익혀 한국어를 영어로 옮기는 번역가가 됐다. 이 번역가가 번역한 책이 바로 <채식주의자>다. 일각에서 한강 작가의 성취를 BTS 포함 K팝의 후광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의 말이 어불성설의 단견인 이유가 바로 이 번역가의 존재라 할 수 있다.
이런 배경이 있는 만큼 벤틀리 측이 한 번 시도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 마침 4세대의 플라잉 스퍼가 국내에 출시돼 있는 상황이다. 벤틀리는 예전부터 한국 미술계의 하태임 작가와도 협업하는 등 예술적인 면에 대한 투자도 이어왔다. 노벨 문학상 타이틀이라면 충분히 벤틀리가 협업을 구상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플라잉 스퍼는 국내에 가장 많이 팔린 벤틀리이자 벤틀리를 상징하는 차종이다. 최고 출력 782ps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장착하고 있으며, 곳곳에 장인의 손길이 녹아든 디테일을 갖고 있다. 특히 비스포크 부서인 뮬리너를 통해 수천 가지의 옵션 조합이 가능하다. 만약 가능하다면, 뮬리너 담당자들이 한강 작가의 작품을 읽고 거기서 받은 영감으로 인테리어를 구현하는 것도 상상해볼 만한 일이다.
물론 그 어느 협업도 한강 작가 본인이 거절하면 불가능하다. 작가의 신념에 반하는 일이라면 굳이 응할 이유도 없다. 하지만 언급한 4개 브랜드는, 브랜드로나 국적으로나 노벨상 혹은 한강 작가의 작품과 관련지을 만한 의미적 배경을 갖고 있다. 스포츠카 성향이 강한 차는 일단 배제했다.
문학가에 헌정하거나 그 이름을 에디션으로 사용한 자동차의 사례는 드물다. 가장 최근, DS 오토모빌이 주요 라인업에 생텍쥐페리 에디션을 선보이긴 했는데 한국에서 볼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전례가 없는 만큼 만약 열거한 네 브랜드 혹은 그 외 브랜드와의 협업이라도 만약 가능하다면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한국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 이 열두 글자는 그만큼 대단한 사건이고 오래 기억될 역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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