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대전환 대응 기술 소개…일방통행 넘어선 관심 환기 이뤄야
9월 25일 킨텍스 제1전시장에서 개막한 수소 산업 전시인 ‘H2 MEET 2024’가 성황리에 진행 중이다. 올해로 5회차를 맞이한 H2 MEET는 전세계 24개국에서 317개의 기업 및 기관에서 참여해 최신 기술과 트렌드를 선보이며 글로벌 협력 기회를 마련하는 행사다. 특히 올해부터는 별도로 진행되던 국내 최대 수소전시회 H2 MEET와 국내 최초 수소전문 전시회인 H2WORLD의 통합으로 규모가 더 커졌다.
이미 2000년대 중반부터 주요 선진국들이 수소 에너지를 중심에 둔 수소 경제 사회를 도모하며 정부와 민간 차원에서 다양한 논의를 진행해 왔지만 큰 성과를 거두진 못했다. 다른 에너지원 대비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거두지 못했고 수소연료전지 차량 역시 답보 상태에 머물렀다.
이는 한국에게 기회였다. 승용과 상용 부문을 모두 아우르는 영역에서 수소연료전지 차량의 개발을 진행한 현대차그룹이 시장을 가시적으로 이끌었다. 그리고 이와 연계한 국내 대기업들의 개발 전략이 서로 맞아떨어졌다. 뒤이어 일어난 세계 각국의 수소 경제 붐도 기술 중심의 한국 기업에는 기회다.
첨단 기술 기반 에너지인 수소를 테마로 한 전시를 이렇게까지 큰 규모로 진행하는 것은 물론 규모의 효과를 통해 비즈니스 전시 특유의 효과를 누리려는 의도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사회적 관심을 환기하려는 의도가 크다. H2 MEET와 H2WORLD 모두 전문 산업전의 성격이 강했는데 개별 전시로는 저변 확대에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이러한 통합 운영의 롤모델은, 역시 전문 전시회로 시작했으나 일반 관람객들의 큰 인기를 누린 배터리 전문 전시 ‘인터배터리’와 전기차 전문 전시 ‘EV 트렌드 코리아’의 성공을 참고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전시는 심지어 팬데믹 기간 중에서 일정 이상의 관람객 유치에 성공했을 정도다. 특히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가파르게 우상향하던 시기라는 점도 전시 인기에 기여했다.
이번 수소 전시는 크게 수소 생산, 수소 저장ㆍ운송, 수소 활용의 3개 분야로 운영된다. 수소가 기술을 넘어선 경제의 영역으로 들어가기 위해 필수적인 요소다. 사실 배터리나 전기차보다는 그래도 전문 영역에 가까운 전시다. 수소를 이용한 모빌리티의 양과 종류가 전기차처럼 다양하진 않은 상황이다 보니 일반인들과의 접점을 찾는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현대와 고려아연 등 대기업들의 부스가 웬만한 모터쇼 부럽지 않은 규모로 세워진 것은 그런 점에서 고무적이다. 아무래도 사람들이 잘 아는 기업을 통해 전시 자체를 크게 알리고, 해당 영역의 전문 기술 기업들로 대중의 시선이 스며들게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전략이다.
하지만 아직 수소 전시는 배터리+전기차 전시 조합만큼 일반인 관람객들을 모으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어 보였다. 물론 B2B(business to business) 성향이 강한 만큼 단번에 일반인 관람객을 끌어들일 만한 컨텐츠를 발굴해내는 것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수소 저장 탱크, 운송, 활용 등 어떤 분야도 일반인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기술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플로어 플랜 역시 초심자 관람객의 흥미를 끌 만한 방식과는 거리가 있었다. 격자에 따라 촘촘히 늘어선 부스는, 두 전시회의 통합이 아직 물리적 수준을 넘어서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분명히 생산, 저장∙운송, 활용이라는 큰 분야가 있는데 전시장의 구획과 동선 유도에서는 그런 맥락과 스토리텔링이 보이지 않았다. 즉 전시를 통합한 목적에 부합하는 방법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세미나와 어워드 역시 그러했다. 개막일인 25일, H2 MEET 조직위원회*(위원장 강남훈, 이하 조직위)는 ‘H2 이노베이션 어워드’의 수상 기업을 발표했다. 지난 7월부터 공모를 받아 예선 심사를 거쳐 본선에 진출할 최종 10개 업체를 선정했고, 결선 발표회를 통해 대상 1개 사, 부문별 최우수상 3개사, 우수상 3개 사를 선정했다. 국내 유일의 타입4(Type 4) 수소연료탱크 제조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일진하이솔루스(대표 양성모)의 ‘타입 4 수소 운송 튜브 트레일러’가 H2 MEET 2024의 최고 혁신 기술로 선정됐고, 수소 생산부문 최우수상은 유틸리티글로벌의 ‘H2Gen™ 리액터’, 수소 저장ㆍ운송 부문 최우수상은 Mt.H콘트롤밸브의 ‘고압 수소 디스펜서 유량 조절 밸브’, 수소 활용 부문 최우수상은 이플로우의 ‘1.5Kw 수소연료전지 전기 발전기’가 각각 선정됐다.
하지만 이러한 수상 기업을 선정했다면, 적어도 기업들을 소개하는 공식 컨텐츠라도 제작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전시 차원의 뉴스레터는 발행하고 있지만, 웬만한 전시 조직위가 운영하는 SNS나 주요 포털의 컨텐츠 컨테이너 계정도 보이지 않는다. 유튜브 컨텐츠도 업계에 상당히 조예가 깊은 사람들이 아니면 접근하기 어려운 내용들이다.
물론 전시 운영에 있어서 참가사를 빼곡하게 채운 것만으로도 훌륭한 운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수소 관련 기술은 단순한 첨단 기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패러다임, 향후 세계 경제 속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일 차세대 주력 산업이 될지도 모른다. 이런 산업일수록 전 국민의 관심을 환기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국가가 기업을 지원할 때의 당위성도 수월하게 이야기할 수 있고, 추후 우수한 인력들을 끌어들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
한국이 글로벌 수소 산업 리딩의 기회를 잡은 것은 맞으나 가시적인 위협이 벌써 눈에 보인다. 천연가스와 태양광으로 무장한 중동 산유국들을 포함해 이 영역에서 여전한 기술적 강자인 일본, 북미 주요 국가들도 여기서 주도권을 뺏기지 않으려 치열한 작전을 수행 중이다. 이들은 자원이라는 절대적 무기가 있어 사실 사회적인 공감대가 그리 절실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은 다르다. 어느 산업이든, 사회적 관심을 기반으로 배출되는 인적 자원이 절실하다. H2 MEET가 이전과 같은 성공적 B2B 전시로 만족하면 안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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