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 아키오∙정의선 회장 논의 10개월만에 전격 성사
세계 자동차 업계 1위 토요타와 3위까지 치고 올라온 현대자동차가 손을 잡았다. 토요타 아키오 회장과 정의선 회장이 한 차에 타고 쇼런을 보여주는 장면이 현실이 됐다.
10월 27일, 현대자동차와 한국토요타자동차는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현대 N x 토요타 가주 레이싱 페스티벌’을 성황리에 개최했다. 해당 행사에는 고객 및 관계자 포함한 약 3,000명의 관람객이 모였다.
행사는 토요타 아키오 토요타 자동차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함께 한 쇼런으로 시작됐다. 두 사람은 토요타 아키오 회장이 운전하는 WRC 랠리카인 야리스 WRC를 함께 탔다. 토요타 아키오 회장은 젊은 시절부터 전설적인 테스트드라이버 나루세 히로무에게서 직접 운전을 배웠고 현재도 ‘모리조(Morizo)’라는 가명으로 레이스에 직접 참가하는 등 모터스포츠에 대한 충실한 열정을 보여 주고 있다.
무대에 함께 오른 양사 회장은 악수를 나누며 서로의 소감을 밝혔다. 토요다 아키오 회장은 “사랑해요” 한국어 인사를 건넨 뒤 “올해 초 정회장님과 일본에서 만나 이야기가 진행됐고, 10개월만에 이 이벤트를 실현시킬 수 있었다. 지원해주신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한다”며, “토요타와 현대가 함께 손을 잡고 더 나은 사회, 그리고 모빌리티의 미래를 만들어 가고 싶다”고 말했다.
정의선 회장은 “토요다 아키오 회장과 올해 초 만나 서로 레이싱에 진심이라는 걸 알게 됐고, 기쁘게 이 행사를 준비하게 됐다”며 “토요다 아키오 회장은 자동차 업계에서 존경하는 분이며 오늘 함께 해 영광이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정의선 회장은 또한 “고성능 N 브랜드를 통해 자동차 운전에 심장이 뛰는, 자동차를 사랑하시는 모든 분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열심히 하고 있다”며 “토요타와 함께 모터스포츠 분야에서도 계속 도전해 더 많은 분들이 자동차 운전을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현대와 토요타는 WRC에서 서로 우승을 다투는 최강자들이다. 특히 현대는 2012년 모터스포츠 부서의 설립 이후 많은 노력을 기울여 짧은 시간에 최정상권의 랠리카 브랜드로 이름을 알리게 됐다. 또한 이 랠리에서 얻은 경험을 고성능 브랜드인 N으로 구현해 일반 양산차 고객들과 접점을 이루는 데 성공했다.
‘회장님’들의 역사적인 쇼런에 이어 양사 WRC 드라이버들의 역동적인 쇼런이 이어졌다. 토요타 가주 레이싱은 랠리 팀 대표인 야리 마티 라트발라를 비롯해 카츠타 타카모토와 그의 부친 카츠타 노리히코가 GT 야리스 랠리 1 하이브리드 및 GR 야리스 랠리 2 차량으로 주행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현대는 현재 WRC 팀에서 활약 중인 티에리 누빌과 다니 소르도 듀오를 비롯해 안드레이스 미켈센 등이 참여했다. 현대 N 팀은 i20 랠리 1 하이브리드, i20 랠릴 2의 쇼런과 함께 ‘롤링랩 RN24’의 첫 퍼포먼스 주행까지 선보여 많은 환호를 받았다.
한편, 행사장 내 서킷 트랙에서는 오전부터 토요타 GR과 현대 N 오너 각 30명, 총 60명을 위한 트랙 데이 이벤트가 진행됐다. 양사 고객들은 고객이 보유한 차량을 이용해 드라이빙 실력에 맞춘 서킷 체험하며 역동적인 주행 감성을 만끽할 수 있었다. 아울러 양사 회장들과 WRC 드라이버들은 메인 주행 퍼포먼스(쇼런)에 참여했던 경주차를 직접 운전하며, 트랙데이에 참가했던 고객들과 함께 ‘퍼레이드 랩(Parade Lap)’을 진행하며 화합의 의미를 더했다.
특히, 양 사는 각 브랜드별 대표 차종을 전시해, 고객들이 두 기업의 제품 개발 방향과 특성 등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게 했다. 토요타는 양산 모델인 ‘GR86’과 ‘GR Supra’를 비롯하여 고객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춰 다양한 전동화 선택지를 제공하는 ‘멀티 패스웨이(Multi-Pathway)’를 알리고자 했다. 특히 ‘ORC 루키 GR 코롤라 H2 콘셉트(ORC ROOKIE GR Corolla H2 Concept)’와 애니메이션 <이니셜D>에 등장해 ‘AE86’라는 이름으로도 유명한 ‘스프린터 트레노(Sprinter Trueno)’ 베이스의 수소 엔진차 ‘AE86 H2 콘셉트’를 선보여 많은 호응을 얻었다.
현대는 최초로 공개된 롤링랩 RN24를 비롯해 파이크스 피크 힐클라임에서 전기차 부문 신기록을 수립한 아이오닉 5 N TA 스펙, 양산형 고성능 전기차 아이오닉 5 N 등을 공개했다. 현대차그룹의 전기차들은 고성능과 함께 우수한 충전 성능, 배터리 안전성 등을 무기로 한다.
축하공연도 쟁쟁했다. 청하, 4세대 아이돌 그룹 지존으로 불리는 에스파, 꾸준히 활동하는 락밴드 체리필터 등이 참여해 축제 분위기를 돋웠다.
한국토요타자동차와 현대차는 국내 자동차 문화 발전과 모터스포츠 문화 저변 확대에 기여하고자 티켓 판매 수익금 전액을 대한자동차경주협회(Korea Automobile Racing Association, KARA) 측에 기부한다고 밝혔다.
불과 5~6년 전만 하더라도 토요타와 현대차의 위상 차이는 현격했다. 그러나 현대차의 성장 속도는 놀라웠다. 이번 행사는 양사가 경쟁보다는 모터스포츠를 통해 화합한다는 의미가 컸고, 두 기업이 수소를 테마로 가져가야 할 협력 관계도 크지만, 어차피 향후 더 직접적인 경쟁을 하게 될 것이다. 다만 결국 경쟁을 통해 더 좋은 모빌리티 비전을 제시하려는 의도는 양사가 동일할 것이다. 역사의 한 장면이라고도 좋을 행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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