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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진한명륜 기자

플랫폼 같아도 완전한 신차, 더 기아 EV3 테크데이

차체 크기와 공간 특성 감안한 새로운 기술 적용, 2시간의 프리젠테이션

 

자동차 플랫폼은 붕어빵 틀이 아니다. 동일 플랫폼을 사용하더라도 볼트, 너트의 위치, 완충재의 강도 등에 따라 차의 성격이 달라진다. 엔진과 변속기가 없어 레이아웃 변환의 유연성이 높은 전기차 플랫폼의 경우 이런 측면이 더하다.

 

Kia EV3 Tech day
기아 EV3 테크데이

기아의 새로운 전기차 더 기아 EV3는 E-GMP 플랫폼 기반이면서도 EV6, EV9을 포함 그룹의 다른 전기차 라인업과 달리 전륜 구동 방식이다. 단지 구동 방식만 다른 것이 아니라 차의 세그먼트와 목적성에 따라 세부적 설계가 완전히 새롭다. 7월 16일, 기아는 서울 광진구 파이팩토리 스튜디오에서 장장 2시간 동안 각 분야를 맡은 연구원들이 전원 출연하는 기술 테마 미디어 컨퍼런스 ‘더 기아 EV3 테크데이(The Kia EV3 Tech Day)’를 진행했다.


기아 EV3 테크데이


아이페달 3.0과

스마트 회생 시스템 3.0

 

EV3는 한층 고도화된 회생 제동 기술을 적용했다. 그 중에서도 원 페달 드라이빙 기능인 아이 페달(i-pedal)의 최신 버전인 3.0을 탑재했다. 이 기능의 특징은 0에서 3단계까지 모든 회생 제동 단계에서, 좌측 패들을 3초만 당겨주면 설정할 수 있다. 이전까지 아이 페달은 3단계에서만 설정할 수 있었는데, 이 때 제동 시 이질감을 호소하는 고객들이 적지 않았다. 아이 페달 3.0은 원페달 드라이빙 시에도 회생 제동의 강도를 조절할 수 있게 돼 이 같은 불편을 덜어 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그만큼 제동 거리가 길어짐에 따라 전방 주시와 위급 시 브레이크 사용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 기아 측의 메시지다.


i-pedal 3.0/Smart Regeneration system 3.0
아이 페달 3.0/스마트 회생 시스템 3.0


또한 아이 페달 3.0은 후진 시에도 사용 가능하다. 전진으로 다시 변환할 경우, 20km/h에서 다시 기능이 활성화된다.

 

또한 스마트 회생 시스템 3.0이 현대차그룹 최초로 적용됐다. 이는 선해 차량과의 거리 및 내비게이션 정보를 활용해 적정 수준으로 자동 감속하는 기능으로, 스티어링 휠 우측의 패들쉬프트를 약 1초간 길게 누르면 활성화된다. 과속 카메라 좌/우회전, 커브길, 속도제한, 방지턱, 회전교차로 등 여러 상황에서 자동으로 감속한다. 또한 기존과 달리 9km/h 이하에서도 자동 감속이 가능하며 정차도 가능하다. 연구원들은 서울에서 화성의 남양연구소까지 왕복 주행 중 실증 데이터도 공개했는데, 브레이크 사용 횟수가 84% 이상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다만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과 달리 재가속이 되지 않으며 제동력도 유압 브레이크를 동시에 사용하는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의 제동이 더 강하다.

 

 

거주 공간 확보를 위한

THIN HVAC

 

더 기아 EV3는 장기적으로 니로 EV를 대체하는 차종이다. 차급이 그러하다 보니 공간 확보를 위한 절묘한 패키징이 중요하다. 기아는 1열에 충분한 레그룸을 만들기 위해, 기존보다 부피를 혁신적으로 줄인 THIN HVAC(Heating, Ventilation and Air Conditioning, 공조시스템)을 채택했다. 부피를 줄이기 위해 공조 시스템 내부의 열교환기 배치를 세로형에서 가로 적층형으로 바꾸고, 내부 도어의 구동 방식도 기존 회전식에서 슬라이딩 방식으로 변경했다. 후석으로 고기를 내보내는 통로도 실내 공간 쪽에서 PE(Power Electric)룸 쪽으로 이동시켰다.


The Kia EV3 Thin HVAC
THIN HVAC


이를 통해 기존 대비 공조 시스템 상하 크기가 33% 줄어들었고, 대시보드의 부품 모듈 하단부로 공조 시스템이 노출되는 영역도 최소화했다. 레그룸은 니로 EV 대비 6cm 더 넓혔다. 또한 내부 공기 유로(통로0를 단순화해 풍량은 증가시키고 소음과 전력 소비는 줄였다.

 

또한 EV3는 차세대 열관리 시스템을 적용했다. 냉각수 멀티 밸브의 적용으로, 냉각수 관련 부품들을 하나로 모듈화하고 냉매 분배 패널을 적용해 이 역시 모듈화했다. 이를 통해 부품 수도 44%, 중량 역시 4.5% 절감했다. 여기에 히트펌프는 세계 최초로 외기 열원과 모터, 배터리의 구동 열원을 동시에 활용해 난방 성능을 강화했다.

 

다만 새로운 구조를 택한만큼 정비성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부품 자체도 완전히 새로 설계된 것이 많은데다, 부피를 줄이기 위해 부품 간 간격이 좁은 형상이었다. 물론 이런 점을 당연히 고려했겠지만 서비스 현장까지 이에 대한 매뉴얼을 확실히 전달하는 것이 관건으로 보인다.

 


AER 500km+ 시대 열다

고전압 배터리와 공력 성능 최적화

 

현재 전기차의 완충 시 주행 거리는 테슬라와 현대기아의 싸움이다. EV3는 특히 주행거리 불안(range anxiety)를 최소화하는 구동계 효율은 물론, 운전자를 안심시키는 주행가능 거리 가이드를 적용했다.

 

EV3는 운전자가 전비에 도움이 되는 운전을 할 경우, 최대 주행가능 거리 쪽으로 초록색 게이지가 채워지며 주행 가능 거리 이득량을 표시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반대 방향으로 주황색 게이지가 채워진다. 실제 기아 연구원들은 파주에서 부산까지 400km 이상의 거리를 주행한 자료 화면을 공개했는데, 100km 이상의 마진을 얻었음을 알 수 있었다.

 

The Kia EV3 All Electric Range
파주-부산 434km 주행 실증 데이터

이러한 효율에 기여하는 것은 새로운 81.4kWh 4세대 고전압 배터리다. 400V 시스템을 탑재한 니로 EV 대비 에너지 밀도가 22% 높으며, 덕분에 롱레인지 모델 17인치 타이어 장착 기준, 산업부로부터 501km의 복합 주행 거리를 인증받았다. E-피트 등 일부 사업자가 지운하는 350kW급 초급속 충전 시 10~80% 충전 시간은 31분이다.

 

또한 0.27cd의 공기저항 계수도 높은 효율에 기여한다. 국내 시장 출시 전기차 중에는 가장 낮은 수치다. 비슷한 체급의 볼보 EX30, 기아의 상위 모델인 EV6가 0.28cd 수준. 다만 스포티한 차량의 경우는 마찰력을 높이기 위해 공기 저항 계수는 약간 높게 디자인하는 경향도 있다.

 

 

컴팩트카다운 주행성능

서스펜션 시스템 조정

 

전기차는 무거운 배터리 용량을 견디기 위해 차대 강성이 강하다. 그러다 보니 노면 충격에 다소 민감하게 반응하고 이것이 구동 소음, 승차감 저하에 영향을 미치는 경향이 있다.

 

기아의 이 새로운 EV3에는 현대차그룹 최초로 3세대 주파수 감응형 밸브가 적용된 쇼크 업소버인 3세대 스마트 프리퀀시 댐퍼(SFD 3)가 적용됐다. 주파수 감응이란 속도, 노면의 요철 빈도 등에 따라 좌우된다. 3세대 주파수 감응형 밸브는 크기를 줄여 중소형 차급에 적합하도록 개발됐으며 주로 고주파수 대역에서 형성되는 노면 주행 진동을 줄이기 위해 고주파수 진동 감지 시 진동을 더 잘 흡수할 수 있도록 감쇠력을 조절한다. 또한 유체 저항을 이용한 하이드로 G 부싱의 새로운 적용으로 진동의 영향을 최소화했다.

 

EV3 Smart Frequency Damper 3
스마트 프리퀀시 댐퍼 3(SFD 3)

Hydro G bushing
하이드로 G 부싱


아직 공식적인 내용은 아니나 기아는 2025년, EV3의 고성능 버전인 듀얼 모터 GT를 선보일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시장에서 동급 경쟁 기종들이 듀얼 모터 고성능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는 점, 테슬라가 모델 2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필연적이다.

 

해당 서스펜션 시스템은, 동일한 E-GMP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지만 EV3가 완전히 새로운 차임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이 부품 뿐만 아니라 기아와 그룹 내 주요 전기차와 호환되지 않는다. 즉 EV3는 E-GMP의 새로운 전기임을 말한다.

 

Kia EV3 Tech day
기아 EV3 테크데이에 참여한 연구원들

이 외에도 기아 EV3에는 이전과 다른 신기술이 대거 적용됐다. 사실 현대차그룹이 기술 자체만으로 2시간이나 컨퍼런스를 진행한 것은 이례적이면서도 긍정적이다. 전기차의 기술 사양은 아직도 소비자는 물론 기자들에게도 어려운 내용이다. 게다가 한 세대 내에서도 신기술의 업데이트가 많다. 그런 만큼 기술에 대한 정보는 노출되면 될수록 결국 소비자들의 판단을 도울 수 있는 자료가 된다. 또한 추후 문제가 있더라도, 구조적 특징을 세세히 먼저 알려 놓는다면 문제를 찾아가는 과정과 비용도 단축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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