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소통, 다양한 인터랙티브 경험 제공…11월 2일까지 진행
기아는 지난 10월 19일(토)부터 성수동에 이치한 스페이스 S1에서 ‘오퍼짓 유나이티드(Opposites United : 상반된 개념의 창의적 융합)’ 단독 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본 매체는 20일(일)에 해당 전시의 도슨트 투어에 다녀왔다.
기아 오퍼짓 유나이티드
친절한 전시,
자동차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오퍼짓 유나이티드라는 키워드는 2021년 공개된 이래 주요 차량의 출시마다 언급됐다., 마케팅 관계자가 아닌 이들도 이를 외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는 경우에 따라 역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 제품 디자인의 매력이란 지속적인 설명 없이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이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느껴야 하는데, ‘이렇게 만들었으니 차를 사세요’라는 인상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디자인 철학을 전하던 기존의 방식은 다소 오만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생각이 있었고, 소통을 중심으로 한 전시를 만들어고보고자 했다. 자동차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현대차∙기아 그룹에서 디자인 핵심을 담당하는 젊은 인력들이 특히 이러한 문제를 직접적으로 인식했던 것 같다. 현장에 도슨트로 나온 책임연구원들의 입에서 이런 이야기가 직접 나왔다. 그룹 내부에서 진행되는 변화는 밖에서 느끼는 것 이상으로 빠르고 격렬할지도 모른다.
특히 책임매니저급들은 생각과 외면이 모두 젊어 보였다. ‘책임’은 과장, 차장, 부장급으로 30대 중반부터 경우에 따라 40대 중반까지를 아우른다. ‘조직물’에 절여질 대로 절여질 만한 직책인데, 그런 티를 찾아볼 수 없었다.
‘Intersection beyond Boundaries’
교차점을 찾는 오퍼짓 유나이티드의 다양한 경험
성수동에 위치한 스페이스 S1의 외부를 보면 지상으로 지나가는 전철에 반응하는 인터랙티브 작품이 있다. ’2024 밀라노 디자인위크’ 단독 전시 작품으로, 오퍼짓 유나이티드와 관련된 주요 텍스트가 구현돼 있다. 그러나 의미에 중심을 둔 무거운 작품이 아니라 사람들이 살아가는 환경과 반응하는 장면을 보여 준다.
실내로 들어가서 만나게 되는 첫 전시 공간은 ‘지치지 않는 혁신가(Relentless Innovator)’다. 이 공간을 채우는 것은 이탈리아 미술가인 안나 갈타로사(Anna Galtarossa)의 ‘디스코정신(The Spirit fo Disco)’다. 벽과 천장에 가득한 패턴은 이탈리아에 남아 있는 선사 시대의 동굴 벽화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다. 자세히 보면 핸드프린트들이 빼곡하다. 방 가운데 조명은 선사시대 사람들이 피웠던 불을 형상화한다. 작가의 개인적 경험이자, 보편적으로 아이들이 어린 시절에 느낄 만한 잠자리에서의 공포를 형상화한 것이다. 그것이 인간의 무의식에 남아 있는 제의(ritual)의 원형성과 닮아 있는 것이기도 하다. 그의 절친이자 아카데미 음악상을 수상하기도 한 니콜라 베커(Nicola Becker)의 사운드트랙과 조합되어 환상적인 경험을 제공한다. 이 전시 공간에서는 SNS 카메라를 통해 가상으로 구현된 유령 형체도 볼 수 있다. 갓도 쓴 한국 유령이다. 벽면에는 100원짜리 동전이 하나가 숨긴 듯 붙여져 있는데 이는 실제로 작가가 이순신이라는 역사적 인물에 대한 존경심을 담은 것이라고.
두 번째 전시 공간의 테마는 ‘창의적 모험가(Creative Risk-Taker)’다. 이 공간을 채운 작가 역시 이탈리아 출신인 리카르도 베나시(Riccardo Benassi)다. 작품은 위험을 감수하고 내면을 표출하는 방시을 영상 설치물로 구현한 그의 작품은 ‘데일리 덴스 댄스 데시다리오(Daily Dense Dance Desidario)’다. ‘desidario’는 이탈리아어로 열정을 뜻하는데, 이 작품은 작가가 젊은 시절 새로운 시도의 계기가 된 중요한 기억 단편들을 형상화한 것이다. 사운드와 스크린 텍스트는 게임이나 클럽에서의 경험과도 비슷해서 어려움 없이 느끼고 즐길 수 있다. 11월 2일 저녁 8시부터 이 공간에서 작가의 라이브 퍼포먼스가 진행된다.
마지막 공간은 ‘문화의 선구자(Culture Vanguard)’라는 테마로, 이 공간은 LED 아트 창작집단 레드펄스(LED Pulse)의 ‘더 드래곤 유니버스(The Dragon Universe)’가 채우고 있다. 아티스트와 프로그래머, 오디오 디렉터 등이 모인 이 집단은 구글, 아우디 등과 협업해 다양한 LED 아트를 선보여 왔다. 이들은 LED 기술을 바탕으로, 유기체와 같은 빛의 향연을 보여 준다.
이 공간에서는 오는 10월 25일, 25일, 11월 1일 저녁 7시, 그리고 11월 2일 저녁 8시에 한국의 일렉트로니카 아티스트 시피카(CIFIKA), 이탈리아의 오디오-비주얼 협업 그룹 오토랩(OTOLAB), 아프리카계 포르투갈 엱자이자 종합 디지털 아티스트인 젝사 XEXA의 공연이 진행된다. 퍼포먼스 관람 관련 정보는 kiaossoiteuited.com을 통해 확인 가능하다.
직접 볼 만한 이유,
세계 3위 자동차 기업의 변화
이 전시는 기아의 전시지만 어디서도 자동차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사실 누가 기획자가 된다 해도 여기에 자동차 이야기를 직접 연결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여길 이들은 드물 것이다. 브랜드 자체 역사가 길거나 문화 예술 쪽에서 독보적인 업적을 수십 년간 이어온 제조사에서도 쉽게 여기는 기획은 아니다.
비단 현대차그룹만이 아니라 기업이 진행하는 이런 전시는 탑다운(top-down)식, 아니 그조차도 아닌 임원 보고용 이벤트인 경우가 많았다. 번지르르한 개념용어, 작품 값 비싼 작가들로 가득 채운 지적 호사 이상이 못 됐다. 좋은 작품들은 그 이상의 울림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사실 이 전시도 주최가 돼 진행하는 기업 문화 기반 전시의 자장을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번 ‘오퍼짓 유나이티드’ 단독 전시에는 적어도 이전과 다른 차별점이 있다. 작품 자체가대중들에게 즐겁게 다가갈 만한 엔터테인먼트적 요소를 갖췄다. 이를 전하는 담당자들의 태도도 확연히 다르며, 작가들도 직접 관객과 소통한다. 말로는 설명하지 못할 변화는 현장에서 더 크게 느낄 수 있다. 세계 3위 자동차 기업이 겪고 있는, 내부로부터 변화.
Comments